<고홍석의 사진으로 보는 세상>



해외 여행을 가면 인물보다는 경치를 주로 찍습니다. 특히 우리보다 궁핍하게 사는 나라에 가면 더욱 그러합니다. 본심은 현지인들을, 그들이 사는 현장을 배경으로 하는 포트레이트를 찍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런 유혹과 욕심에도 불구하고 선뜻 그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들의 가난과 궁핍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혹여 마음 속에 상대적 우월감을 확인하는 바보짓을 할 것만 같은 내 자신에 대한 질책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진은 정말 과감하게 찍었습니다. 붉은 적벽돌의 네팔 카트만두 사원 계단에 걸터앉은 파란 셔츠를 입고 짧은 챙의 모자를 쓴…. 카리스마 넘치는 수염, 당당한 맨발의 이 사내를 찍는데 전혀 주저하게 하지 않았습니다. 모델보다도 더 자연스러운 포즈에 한 곳을 응시하고 있는 표정이 당당함으로 다가왔던 것입니다. 정말 멋져 보이지 않는가요?

<고홍석님은 전북대 교수로 재직중이며, 포토아카데미(http://cafe.daum.net/photoac)를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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