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건설·조선사 이어 대기업 구조조정 돌입

최근 중소 건설 조선사에 이어 대기업 그룹 5~6곳이 주채무 은행으로부터 재무건전성 `불합격` 통보를 받아 또 한차례의 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대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은행권의 타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지부진했던 은행권 자본확충펀드에 기름칠을 준비하고 있다. 구조조정펀드도 수면위로 부상했다.

주채무 은행 우리은행이 16곳으로 가장 많아

지난 11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대기업에 대해 재무평가를 한 결과 총 5곳이 `재무건전성 불합격`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나머지 1곳은 주채무계열이 확정된 후 `불합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본격적인 평가 결과가 나오는 오는 4월에는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촉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 고위 관계자는 "대외 시장 환경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대기업도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지금은 유동성 지원이 주목적"이라고 밝혔다.
은행들은 지난 10일 오후 늦게 금융당국에 대기업 그룹에 대한 재무평가 결과를 통보했다.
평가기준은  부채비율(150% 미만 500% 이상 총 6단계)  부채상환능력(부채상환계수)  수익성(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 총자산이익률, 이자보상배율 등)  활동성(총자산회전율) 등 4개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주채무 은행은 우리은행이 16곳으로 가장 많았고 산업 13곳, 외환 6곳, 신한 3곳, 국민 2곳, 농협 1곳 등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A그룹과 B그룹 등 2곳을 `불합격`으로 지정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A그룹의 경우 지난해 12월말 결산 재무상황이 상당히 개선돼 오는 3 4월 최종 재무평가에서는 `합격`을 받을 예정이다. 또 B그룹은 규모가 작고 주채무액이 미미한 상태로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12개 평가 대상 대기업 중 C, D, E그룹 등 3곳을 `불합격`으로 지정했다.
특히 이들 그룹 다수는 지난해에도 `불합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재무약정을 맺었지만 올해 시장 상황 악화로 나아지지 않고 또 불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지난해 12월 결산 자료가 나올 경우 추가로 불합격 통보 기업이 나올것으로 예상했다.
유진그룹의 주채권은행으로는 농협이 유력하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현재 유진은 합격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국민 신한 하나 외환은행 등이 맡은 주채무 계열 15개 대기업 그룹은 모두 건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닉스는 유상증자 3000억원이 성공된 이후 반도체 경기 상향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영풍도 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하나은행의 대한전선도 합격 통보를 받는 데 성공했다.

부채비율 따라 종합신용평가 후 결정

합격 및 불합격 기준은 부채비율에 따라 종합신용평가를 한 후 결정된다. 또 종합신용평가는 크게 세 항목으로 나뉘어 채무상환능력을 판단하기 위해 이자보상배율, 수익성을 보기 위해 매출액영업이익, 그리고 총자산회전율로 점수를 매긴다.
가령 부채비율이 150% 미만인 경우 종합신용평가 점수가 40점 이상이면 합격이다. 부채비율이 500% 이상이면 종합신용평가 점수에 상관없이 불합격이 된다.
이같은 평가 결과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계열에 대해 주채권은행이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맺고 재무구조 개선을 유도한다. 신규사업 투자 철회, 비핵심 자산 매각, 부채비율 조정 및 증자 등의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 관리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이같은 평가 결과가 나오는 4월 이후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촉발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일부 은행에서도 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매년 12월말 결산 때 해오던 재무평가를 선제 대응 차원에서 지난해 9월 기준으로 대기업그룹의 재무평가를 각 주채무 은행에 요청했다.
금융당국은 이 평가자료를 토대로 오는 3 4월쯤 2008년도 결산 자료를 추가해 최종 부실징후 그룹을 선정, 재무개선약정을 체결할 방침이다.

주채권 은행들 MOU 체결 재무구조 개선 유도

금융당국과 채권은행들은 우선 재무구조가 악화된 일부 대기업들에 부동산매각이나 부실계열사 처분 등 자구노력을 강조할 계획이다.
주채권은행들은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라, 재무구조가 취약한 대기업과 약정(MOU)을 체결해 재무구조 개선을 유도할 수 있다. 통상적인 절차이지만 올해는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지속에 따라 어느때보다 MOU를 체결하는 그룹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은행들이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을 털어내기 위해서는 기초체력이 관건이다. 국내은행들은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건설 중소조선사에 대한 1차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거 대손충당금을 쌓으며 8년만의 분기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참여가 부진했던 자본확충펀드를 활성화시킨다는 방침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자본확충펀드는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는데 중요하기 때문에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이달중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차원의 구조조정펀드도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은행 중심의 구조조정과 별개로 펀드를 만들어 재무구조가 악화된 기업들을 인수한 이후 정상화시키는 방안이다.
이에 따라 채권은행 중심의 구조조정 문제점을 보완하고, 주력 성장산업 보호를 위한 산업정책적 측면을 강조하기 위해 정부의 구조조정 개입 강도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구조조정펀드는 우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1000억원 규모의 사모투자펀드(PEF)를 다음달 출범시킨다.
금융권에서는 연기금 등으로 참여가 확대되면 자본확충펀드에 버금가는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현재 1차 구조조정 건설 및 조선사에 대해선 각 업체별로 실사가 진행되고 있다. 2차 구조조정은 지난해말 결산자료가 나오는 오는 3월께 본격화될 예정이어서 다음달 이후 대기업을 포함한 기업 구조조정이 전방위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구조조정중인 기업이나 환손실 등의 일시적 요인으로 자금난에 빠진 기업을 대상으로 주로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투자 후엔 기업의 사업 및 재무구조를 개선해 기업의 가치를 제고시킨 후 되팔게 된다.
한편 이번 재무평가 대상 44개 대기업은 현대자동차, 삼성, SK, LG, 금호아시아나, 한진, 두산, 현대중공업, GS, 한화, 롯데, 대우조선해양 , STX, 동부, 효성, LS, 신세계, KT, 동국제강, 하이닉스, CJ, 포스코, 현대, 한진중공업, 대한전선, 코오롱, 이랜드, 대림, 동양, S-Oil, 현대건설, 한국타이어, 동양화학, 대주, 현대오일뱅크, 애경, 하이트맥주, 세아, 아주산업, 영풍, 대우차판매, 대우인터내셔널, 한솔, 유진그룹이다. 김범석 기자 kimb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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