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홍석의 사진으로 보는 세상>
김훈은 산수유을 두고 "산수유는 다만 어른거리는 꽃의 그림자로서 피어난다. 그러나 이 그림자 속에는 빛이 가득하다. 산수유가 언제 지는 것인지는 눈치채기 어렵다. 그 그림자 같은 꽃은 다른 모든 꽃들이 피어나기 전에, 노을이 스러지듯이 문득 종적을 감춘다. 그 꽃이 스러지는 모습은 나무가 지우개로 자신을 지우는 것 같다. 그래서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라고 했다. 산수유에 대해 이보다 더 빼어난 글이 있을까.
구례 산동과 월계마을에 이제 산수유가 서서히 망울져가고 있다. 아마 며칠 후면 산동마을 돌담 사이로 노오란 꽃들이 꿈을 꾸듯이 피어날 것이다. 변덕스러운 봄이라 언제 눈발이 날릴지 몰라도 그 변덕에도 산수유는 끄덕 없다. 꿈이기 때문이다.
이 땅이 겨울처럼 암울하다. 정치도 사회도 경제도 모두 얼어 붙어 있다. 그러나 그 얼어붙은 땅에도 어김없이 봄은 온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이, 꿈꾸는 사람이 많으면 그 꿈은 늘 현실이 된다.
구례 산수유 촬영을 계획하고 있다. 그래 산수유처럼 꿈을 꾸어 볼까나. 이 봄에….
우리 함께 산수유 꿈을 꾸어 볼까요. 이 땅의 찬란한 봄을 위하여….
<고홍석님은 전북대 교수로 재직중이며, 포토아카데미(http://cafe.daum.net/photoac)를 이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