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이후 가장 뜨거운 6월 온다!
1987년 이후 가장 뜨거운 6월 온다!
  • 승인 2009.06.03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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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촛불은 어디로?-2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은 공안당국의 물고문으로 사망한 박종철 열사의 죽음으로 시작됐다. 시위 참여 도중 최루탄을 맞고 사망한 이한열 열사는 6월 항쟁의 본격적인 도화선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정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의 최대 위기에 놓였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보복 수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큰 가운데 북한의 핵실험으로 촉발된 남북 관계도 정권의 심장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미 `MB 위기`는 현실화되고 있다는 게 주된 평가다.


#주간사진기자단

"이젠 다시 일어서야 할 때다. 내가 먼저 앞장서도록 하겠다."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거행된 지난달 22일 오후, 항의 시위에 참가한 단체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50대 중년 남성도 슬픔 어린 눈으로 행렬을 바라보며 "이 대통령이 분명히 사과해야 한다. 정치 검찰 또한 책임자를 처벌하지 않으면 가만있지 않겠다"며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을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보내는 사람들 사이에선 슬픔과 분노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점심 시간을 맞춰 뒤늦게 나온 직장인들도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검찰의 편파 수사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검은 옷을 입고 나온 여성들 중에선 노 전 대통령의 과거 동영상을 보며 오열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주위 고층 건물에서도 노란 종이와 노란 비행기가 흩날리며 추모의 뜻을 함께 했다. 한 시민은 "1987년 이후 정권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나온 건 처음인 것 같다"면서 "이런 국민들의 뜻을 귀담아 듣지는 않고 강제로 막으려 하는 정권이 과연 21세기 정부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주간사진기자단

"다시 일어서야 할 때"

`자살`이라는 이유로 소극적이었던 종교계도 정부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김병상 신부는 추모 미사에서 "예수를 죽인 로마 정치가가 영원히 기억되듯, 노 전 대통령을 죽인 이 대통령의 기획수사 역시 몇 백 년 동안 기억 될 것"이라며 "예수를 처형한 장소에 로마가 경비병을 세웠듯이 노 전 대통령 분향소에 조문 온 시민들을 전경으로 둘러쌌다"고 `수구 기득권 세력의 공포`를 질타했다.
전국 각지의 사찰도 노 전 대통령의 추모 행사에 적극 동참했다. 불교계 인사들은 이미 5월 초 `노무현 전 대통령 사법처리를 반대하는 불교대책위`를 만들어 이번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구체적인 혐의 사실도 없으면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면서 "만일 이 대통령이 침묵하고 있다면 이 모든 책임이로 대통령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청와대를 정면으로 겨냥했었다.

"MB 몇 백년 기억될 것"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은 끝났지만 그 후폭풍은 향후 정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미 이 대통령을 지지했던 민심의 상당수도 청와대로부터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곧바로 `책임론`을 제기하며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고 파상공세를 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정치보복이 부른 억울한 죽음"이라며 이 대통령의 사과 및 국정쇄신, 법무부장관·검찰총장·대검중수부장 파면 등을 요구했다.

정 대표는 또 `박연차 게이트` 수사진 고발, 검찰 수사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 현정 주변인사들의 비리 의혹에 대한 특검 추진 등 강경 대응 의지도 감추지 않았다. 아직까지 장외 투쟁은 고려하지 않고 있지만 이 대통령의 대응 정도와 민심을 봐 판단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치보복성 수사 근절 의지를 표명해 줄 것을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역시 "눈물조차 마음대로 흘리지 못하게 하는 정권은 세상에 없었다"면서 "이 정권의 독재에 맞서 싸워야 한다. 반성이 없는 정권은 온 국민이 함께 심판할 것"이라며 정권과 검찰, 유력 언론들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고인의 유지가 화합과 국민통합을 이뤄달라는 취지인데 삼우제도 안 끝난 상황에서 정치 공세로 나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수용 불가 의사를 밝힘으로써 혼란스런 6월 정국을 예고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6월 처리를 자신했던 미디어 관련법 등의 처리도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불투명해졌다. 민주당은 대통령 사과 등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협조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남북 군사적 충돌` 가능성

정치권 밖에선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가 들썩이고 있다. 화물연대 박종태씨의 사망으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여름`이 될 전망이다. 해당 단체들은 추모 집회와 행진을 `죽창 시위`로 왜곡한 것에 대해서도 분노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북한 핵실험으로 얼어붙고 있는 한반도 문제 또한 이 대통령에겐 풀기 어려운 숙제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 지난 1일 연설에서 "북한이 대화와 평화의 길을 외면하고 군사적 위협과 도발을 감행한다면 이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국민의 안전과 나라의 안보를 위협하는 일에는 어떤 타협도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공언했다.

그는 이어 "북한당국이 진정으로 마음을 열고 한민족의 미래를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대화와 협력으로 남북관계를 풀어나갈 것이다. 결국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꼭 나오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부가 북한 핵실험 이후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가를 발표하면서 오히려 입지를 축소시켰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도 PSI 가입 이후 북한 선박을 무차별 검색할 경우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북한은 이와 관련 "우리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할 것"이라며 "그에 따르는 군사적 행동"을 경고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이미 두 가족"

일각에선 북핵 정국을 이용, 청와대가 `공안 정국`을 조성해 노 전 대통령 서거로 기운 민심을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정 대표는 "대통령의 사죄와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이 없이는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국민의 슬픔과 분노를 달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경고한다"며 "이번에도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용서받을 마지막 기회마저 놓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은 "민주주의와 서민경제, 남북관계가 일시에 파탄지경"이라며 "책임지지 않으면 온 국민이 함께 심판할 것"이라고 선전포고를 날렸다.

내우외환에 빠진 이 대통령이 1987년 이후 가장 뜨거울지 모를 6월 정국을 맞아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미 지지층은 흔들리기 시작했고 한나라당도 `정풍`으로 한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청와대의 고민은 그 어느 때보다 깊을 전망이다.
오진석 기자 ojster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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