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1년 연속기획-6> 6.10 항쟁 현장에서 전망해 본 촛불

촛불집회가 열린지 1년이 지났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가 단초가 된 촛불집회는 그동안 일제고사, 언론악법, 용산참사 등을 거쳐오면서 진화해왔다. <위클리서울>은 촛불집회 1년을 맞이해 매주 각계의 반응을 살펴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원로 재야 인사 강희남 목사 자살, 화물연대 상경 투쟁 등 6.10 항쟁 기간 등과 맞물리는 일촉즉발의 시기에 각계 원로들과 시청 앞 광장을 찾은 시민들은 향후 촛불의 추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지난 6월 10일을 즈음해 서울광장과 덕수궁 대한문 앞, 고 강희남 목사 장례식장에서 만난 그들의 얘기다.



원로 재야 인사들은 향후 촛불 정국이 6월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별다른 후속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잠재된 국민들의 대규모 결집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원로들 "국민들 이대로 방치했다간…"

지난 10일 고 강희남 목사 영결식장을 찾은 이기형 원로 통일 시인은 "이명박 대통령은 반만년 이어온 우리 민족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국민들을 이대로 방치했다간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민족은 역사적으로 외부의 억압과 내부의 억압으로 유전자 자체에 한이 서려 있다"며 "국민들의 고통부담이 커질수록 이명박 정부는 한계에 직면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국민들은 현 정권에 대한 분노가 클 것"이라며 "지난해 촛불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2002년 월드컵 당시와 같이 에너지가 뿜어져 나올 경우다. 시청광장은 아수라장으로 변모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시인은 "너무 단단하면 부러지게 마련인데 이명박 대통령의 태도가 현재 그런 것 같다"며 "노 전 대통령 영결식에 500만이 모였다면 촛불이 제대로 결집하게 될 경우는 이 이상의 인원이 전국의 도심을 휘어감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촛불을 불법시위로 간주하는 것은 우는 얼굴에 뺨 때리는 격"이라며 "앞으로 도심 곳곳에서 벌어질 촛불집회를 끊임없이 괴롭힐 경우 이 정국은 7월까지도 이어질 수 있으며 우리 달력에 `항쟁의 달` 하나가 더 기입되는 사태도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기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상임고문은 "우리 국민들은 잃어버린 민주화 10년에 슬퍼하고 있다"며 "현 정부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강조한 그 정체가 이제 만천하에 공개됐다"고 말했다. 임 고문은 "현재 분위기가 87년과 다른 것은 사람이 맞아 죽지 않은 것 그 한 가지"라며 "그러나 사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처럼 다만 사람을 죽이는 방식이 좀 다를 뿐"이라고 꼬집었다.



임 고문은 "경찰의 폭력진압도 사람을 죽이지는 않을 정도의 수위"라며 "어떤 식으로 교육받는지 죽이지도 살리지도 않으면서 적당한 선에서 국민들에게 겁을 주고 있다"고 혀를 찼다. 국민들이 섣불리 광장에 나오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라는 얘기다.

임 고문은 "만약 누군가 경찰폭력으로 인해 거리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하야는 피할 수 없는 결말"이라며 "하지만 현 상황은 겁만 줘서 못나오게 하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현 정부가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데 있어서는 치밀한 계획 같은 게 있는 것 같다"며 "정부는 국민들에게 `반민주`라는 독성 바이러스를 생명에 지장이 가지 않을 정도로 강제 투약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고문은 "미디어 관련법도 마찬가지지만 여러 법안들을 보면 사는 데 당장에 지장은 없는 법안들"이라며 "이런 과정을 통해 국민들로 하여금 면역체계를 갖추게 하는 것 아니겠냐"고 성토했다.

임 고문은 "현재 이어지고 있는 국민들의 잠재된 슬픔을 감안한다면 현 정부에게 6월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속단하기 힘들지만 계속해서 대운하나 MB악법 등을 밀어붙인다면 현 정부는 제2의 6월 항쟁과 대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수남 맥아더동상타도특위 위원장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성과를 냈느냐"며 "지금까지 국민 분열과 좌우 대립만을 부추겨 왔다"고 성토했다. 김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 자리에 정 자신이 없으면 스스로 물러나는 게 마땅한 도리"라며 "출범 2년차까지 이렇게 아무런 성과를 못 낸 정부는 역사적으로 처음"이라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대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가"라며 "용산 참사 희생자들, 박종태 열사,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고 강희남 목사까지…처음부터 지금까지 열거하면 이 모든 이들이 민주주의를 실천하다가 운명을 달리한 희생자들"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어차피 이 싸움은 이명박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 될 것"이라며 "현 정부가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 인식전환 없이는 5년 내내 촛불에 시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들 "시간이 약…거꾸로 가는 시간은?"

시청앞 서울광장을 찾은 최원복(46세) 씨는 "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며 "세상에 대통령이 자살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성토했다.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근근히 버티고 산다는 그는 "대학 사회에서도 비정규직 문제가 오래 전부터 지속돼왔고 사실 이 때문에 시간강사들은 그나마 있던 자리도 빼앗길까봐 사회적 발언도 함부로 못한다"며 "그러나 대학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하듯 현재 상황에 대해 대학의 구성원 누구도 그냥 모른 채 하고 넘어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성토했다.



특히 최 씨는 "비정규직 문제가 이명박 정부 들어 그 실체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며 "이 참에 이 문제를 그냥 덮어버리고 간다면 그 자체가 방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씨는 "시간 강사 문제를 얘기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며 "앞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 누적돼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촛불을 통해 밝히고 해경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기가 아니겠냐"고 성토했다.

시민 김용득(38세) 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때문에 나온 게 아니다"며 "파렴치한 보수 언론들의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악랄한 수법을 심판하고자 이 자리에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 국민들은 언론 보도의 특수성 때문에 세뇌 당해온 것 같다"며 "정직하지 못한 대형 언론들이 존재하는 한 민주주의는 요원하기 짝이 없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김 씨는 "앞으로 언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사실 현 상황과 같이 모든 것을 잃은 거나 마찬가지"라며 "그런 점에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민주주의의 죽음이라는 상징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노 전 대통령도 결국 언론 때문에 죽었고,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은 여전히 언론의 호위를 받고 있다"며 "향후 미디어 악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매일 밤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청소년들 "다음 대선 우리 세대도 책임져야"

서울광장에 지난해 촛불 때처럼 교복을 입고 나온 여중고생 등 청소년들의 반응도 만만치 않다. "우리는 배운대로 행동한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배운 민주주의에 대해 역행하는 현 정부를 상대로 교과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현정(17세, 가명) 양은 "지난해 쇠고기 문제부터 지금까지 이명박 대통령이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며 "그러나 다음 대선은 우리 세대도 책임져야하는 만큼 차기 여당은 현 정부와 같은 행태를 띄지 않는 여당을 당선시키고자 하는 야심찬 기획을 실행하고자 이 자리에 나왔다"고 밝혔다. 

김 양은 "학생들이라고 정치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며 "잘은 모르지만 분위기 돌아가는 것 보면 답이 딱 나온다"고 했다. 그는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정치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엿볼 수 있다"며 "정부여당을 지지하는 정치인들이나 일부 논객들의 발언을 보면 우리 학생들도 그들이 가끔 `미친 것 같다`라고 생각할 정도의 수준은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시간이 약이라고 한다지만 요즘은 시간이 거꾸로 가고 있어 독이 되고 있다"며 "더 이상 현 정부의 행태를 학생들도 방관하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양은 "앞으로 성인이 되면 무조건 선거에 참여하겠다"며 "한나라당 같은 당이 당선되면 국민들이 얼마나 괴롭겠느냐. 이미 역사를 통해 배웠다"고 했다.         

한편 집단 운송거부에 돌입한 화물연대는 지난 13일 전국의 조합원이 참여하는 상경투쟁을 강행했다. 같은 날 민주노총은 여의도나 서울광장 등에서 `고 박종태 열사 투쟁 승리, 쌍용차 구조조정 분쇄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화물연대를 지원했다.

특히 이날은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여중생 `효순·미선양` 7주기로 시청 앞 광장에서 시민단체들의 추모 열기도 이어졌다. 화물연대는 12일부터 대한통운 택배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교섭이 진척되지 않을 경우 금호아시아나 그룹 산하 전 계열사로 불매운동을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민주노총도 오는 7월 초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어서 촛불을 비롯 현정권을 향한 시민사회의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시청 앞 광장에선 지난주에 이어 촛불을 든 6.10 항쟁 기념 행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경찰의 과잉 진압에 시민들의 원성은 날로 높아만 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이 경찰서로 연행되는 사태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지만 "촛불에 부채질하는 꼴이 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