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하이닉스·현대건설 등 알짜기업 어디로 가나?

대우건설, 하이닉스, 현대건설, 동부메탈, 금호생명 등 알짜 기업들이 올해 하반기 인수 합병(M&A) 시장에 나와 새 주인을 찾고 있다.
하지만 매각사와 인수사간 지지부진한 가격협상으로 M&A가 제 속도를 내지 못하는데다가 `대형 딜`의 경우에는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해 `개점 휴업`인 상태다.
신규 시장 진출 또는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기업들도 M&A에 나서야 하지만 현 경제상황 속에서 공격적으로 나섰다가 자칫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을 인수한 후 3년만에 다시 매각에 나서듯 `승자의 독배`를 마실 수 있는 만큼 당분간 신중한 자세로 기회를 엿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산업은행에서 정책금융공사로 지분이 이관되는 구조조정 기업의 향후 정상화 과정에서 추진될 M&A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산업은행 본점

하이닉스·대우건설 인수 3조원 이상 필요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산은이 보유한 하이닉스, 현대건설, 대우인터내셔널, SK네트웍스, 한국항공우주 등의 지분을 오는 10월 출범되는 정책금융공사로 이관한다고 밝혔다.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쌍용양회공업, STX팬오션, KP케미칼, 현대종합상사, 대우일렉트로닉스, 팬택, 팬택앤큐리텔 등은 산은에 그대로 남는다.
정책금융공사로 이관되는 기업들은 대체로 구조조정이 일단락돼 시장 매각을 통해 자금회수가 가능한 곳들이다. 정책금융공사도 당장 수익원이 될 만한 사업이 없어 이들 기업의 지분 매각이 필요하다.
정책금융공사로 이관될 기업 중 일부는 실제 현재 매각과정이 진행 중이다.
하이닉스는 우리투자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실사를 마쳤다. 하지만 국가기간산업인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유지 차원에서 입력 등 입찰참가 자격에 제한을 두고 있어 인수 후보자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하이닉스의 재무적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데다 반도체산업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고 있어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힘든 상황이다. 3조원이 넘는 가격 또한 투자자들에게 부담스런 수준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도 두산이 보유한 지분을 M&A시장에 내놓아 사실상 산은의 보유 지분도 매각절차에 들어간 셈이다. 한진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태지만 현재 별다른 진척상황은 없다.
올 하반기 최대 M&A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우건설 매각은 아직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매각 성공여부에 따라 M&A 시장과 금융시장의 진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주목되고 있지만 현재 마땅한 인수자가 없는 상황이다.
특히 `50%+1주` 방식이 유력한 대우건설 M&A도 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3조원 이상을 투자해야 할 전망이어서 인수기업을 바로 찾기란 힘들 전망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공개매각을 통해 올해 안으로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매각 규모나 일정 등의 협의 과정에서 이견을 노출할 수 있어 신속한 매각이 이뤄질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금호아시아나의 풋백옵션 해결 차원에서 매각이 진행되고 있어 매각자가 가격 조정 협상에 대한 여지를 좁힐 수 있다는 점도 잠재적 인수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대우건설 인수로 인한 오너 형제간 경영권 다툼 등 각종 악재가 연일 터지면서 당분간 난항이 거듭될 전망이다.
현재 LG, 롯데, 포스코 등이 대우건설에 대한 잠재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나, 이들 대부분이 공개적으로 대우건설에 대한 관심이 없다고 밝힌 상태다. 따라서 매각이 여의치 않을 경우엔 산은이 조성하는 사모투자펀드(PEF)에 매각될 공산이 크다.
현재 대우건설의 매각 주간사는 산업은행과 노무라증권이다.

시장 위축 현대건설 등 무기한 보류될 듯

대우인터내셔널, 현대건설, 현대종합상사, SK네트웍스 등은 하반기 M&A시장에 나올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자산관리공사(캠코)는 대우인터내셔널에 대해 하반기 매각계획을 수립, 정부와 관련 절차를 협의해 본격적인 매각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캠코는 연내 매각주관사 선정까지는 어려워도 전반적인 매각계획은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캠코는 대우인터내셔널 지분 35.5%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건설 역시 하반기 M&A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위축된 시장 상황 하에서 매각이 힘들다고 판단, 무기한 보류될 것으로 전망된다.
M&A시장 관계자는 "대우건설과 하이닉스는 모르겠지만 현대건설 등 주요 공공 거래가 연내 마무리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종합상사의 경우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의 매각 의지가 강해 변수가 있는 상황이다.
외환은행은 부실논란이 있었던 현대종합상사의 자회사인 중국 청도조선소에 대해 실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실사는 부실우려에 대한 해명을 위한 실사일 뿐 매각과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SK네트웍스는 보유 지분의 처리를 둘러싼 뚜렷한 방향이 정해진 바 없지만, 과거 5년 평균 약 38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만큼 시장 매각이 언제든지 가능한 우량자산이다.
다만, 향후 이들 기업의 매각의 주도권은 민영화될 산은이 아니라 지분을 갖게 될 정책금융공사인 만큼 공적자금의 최대 회수라는 시장논리보다는 정책적 변수에 더많은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책금융공사는 앞으로 국책금융기관으로 정책금융과 시장안전판 역할을 하게 되고, 최고경영자(CEO)도 관료 출신이 유력한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고속터미널 유통업체들 관심 매각전망 밝아

경제위기로 인해 그룹들이 내놓은 우량 자회사들도 매각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금호아시아나의 금호생명과 동부의 동부메탈 등의 경우에는 가격협상이 답보상태에 놓여 있어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호생명의 경우 칸서스자산운용이 우선협상자 지위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가격협상에 별다른 진전이 없고 자금조달도 쉽게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M&A 시장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측이 매각주관사를 배제한 채 직접 칸서스운용과 가격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동부메탈 역시 동부그룹과 산업은행간 가격 차이로 매각 작업이 더디게 진행 중이다.
비씨카드 매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고펀드가 3년여 만에 비씨카드 재인수에 나섰지만 카드사 분사에 나설 계획인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을 제외하고는 다른 은행주주들이 지분 매각에 별다른 관심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반면 LG노텔, 스코다파워,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등은 매각 전망이 그나마 밝은 편이다.
캐나다 노텔네트웍스는 LG노텔 매각과 관련, 골드만삭스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실사 중에 있다. 노텔네트웍스는 LG노텔 지분 50%+1주를 매각할 예정이지만 2대 주주로 있는 LG전자나 다른 LG그룹 계열사 등이 인수자로 나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스코다파워도 두산중공업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로 최대주주인 영국계 PEF 어피언과 가격협상을 진행 중이다. 매각 가격이 8000억원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협상 속도도 매우 빠르게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 극복을 위해 내놓은 강남고속버스터미널도 사모펀드인 `코아에프지`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가운데 현대백화점, 신세계, 롯데 등 국내 3대 유통업체가 관심을 보이며 인수를 위한 실무작업을 추진 중이다. 강성철 기자 steel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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