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한 국내 기업들 대부분 난색 해외매각 가능성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재매각에 나선 대우건설의 새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우건설에 대해서는 국내 기업들은 물론 해외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등 대우건설 매각 주간사들은 최근 실사를 마무리짓고 금호아시아나와 매각 가격 등에 대한 최종 협의에 나선다. 매각 일정은 당초 계획보다는 1~2주일 가량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투자제안서(IM) 발송이 늦어도 9월 초까지 이뤄지면 대우건설 매각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과 노무라증권은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들과 만나 자산실사 결과를 토대로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 등을 최종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또 금호 측과 협의가 끝나면 투자자들에게 IM을 보내는 한편 기업들을 직접 접촉해 대우건설 인수 의향을 타진하기로 했다.
지난 20일 산은 관계자는 "대우건설 실사가 약간 늦어져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늦어도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에는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들에게 IM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인수 의향을 갖고 있는 기업과 관련해선 "매각 주간사로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는 말해줄 수 없고 말 할 입장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로선 대우건설 매각 건을 올해 안에 처리하는 것이 유리하다. 대우건설 풋백옵션 행사기일이 올 12월 15일이기 때문. 이 날짜 전에 매각해야 그룹의 재무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지난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3조5000억원 정도를 지원받는 대신 올해 말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행사가격인 3만1500원을 밑돌면 이들에게 차액을 보전해주는 풋백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대우건설 매각은 지분 `50%+1주`와 경영권을 포함한 방식이 유력하다. 매각대금은 주가를 1만5000원(지난 20일 오후 2시 현재 1만4700원)으로 가정할 때 3조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매각 방식은 우리와 관계가 없다"며 "금호아시아나가 원하는 조건에 대해 협의하고 조언 정도만 해줄 수 있다"며 금호아시아나가 매각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PEF 등 재무적 투자자, 시공능력 높이 평가

대우건설 매각에 대해 인수 기업은 물론 그 방식까지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우건설의 규모가 큰 만큼 토목과 건축 등을 쪼개 파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토목과 해외사업 인수자는 많지만 건축과 주택의 경우 미분양이 많아 인수자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대우건설의 경쟁력을 쪼개는 것은 국익에 안 좋다는 의견도 상당해 실현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인수후보로 회자되는 국내기업은 LG, 롯데, 포스코 등이다. 해외업체로는 건설관리와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미국의 벡텔, 파슨스가 언급되고 있 해외사모펀드 등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이 공개적으로 대우건설을 인수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는데 업계에서 계속 거론되는 것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LG는 GS와의 동종업계 진출을 금지한 시한이 지난 1일로 끝나면서 건설업을 키울 수 있는 조건은 갖추고 있다. 이미 계열 분리한 LIG와 LS도 건설업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중이다.
롯데그룹 측도 대우건설 인수와 관련 "전혀 검토하지도 않고 진행사항도 없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
그동안 인수에 대해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던 포스코는 최근 관심을 드러내 눈길을 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지난 6일(현지 시간) 멕시코 공장 준공식에서 "예쁜 여자(매력적인 매물)가 나왔으니 쳐다는 보고 있다"고 말한 것.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지금까지 대우건설 인수에 대해 `하겠다, 안하겠다`라는 입장 표명을 한 적이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정 회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좋은 회사라 그냥 관심을 보인 것일 뿐"이라며 "아직까지는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내 기업들이 대부분 난색을 표하면서 해외로의 매각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해외인수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는 벡텔과 파슨스는 설계와 공사관리 분야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는 미국업체들이다. 이들이 대우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아시아와 중동 건설시장에서 높은 대우건설의 인지도 때문.
지난해 아시아 건설시장 규모는 1조2984억 달러로 전 세계 건설시장(5조234억 달러)의 38%에 달한다. 또 아시아는 2011년까지 연평균 6.5%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황금시장이다. 또 중동지역도 최근 다시 유가가 오르면서 공사 물량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 대우건설은 이들 지역에서 꾸준한 물량 수주로 인지도가 높아 사업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벡텔은 지난 2006년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에도 싱가포르투자청과 함께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었다.
한편에선 대우건설 인수전에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 등 재무적 투자자들이 더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세계적인 경기회복과 건설경기 상승추세로 대형 PEF들이 건설업종 투자 비중을 높일 가능성이 있는데다 대우건설의 시공능력이 이들에게 투자 호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인수전 과열시 협상에 불리 우려 `쉬쉬`

그러나 설만 나돌 뿐 아직 구체적인 인수의사를 밝히고 있는 업체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 2006년 대우건설 인수전이 벌어질 당시 조기과열로 인한 인수가격 상승과 같은 상황 재연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매각 추진에 따라 대우건설 주가는 최근 보름새 2000원 이상 올랐다. 벌써부터 M&A 프리미엄이 붙고 있는 상황이다.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주당가격 2만6000원 선에는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자칫 인수전이 과열될 경우 주가 상승폭이 더 커져 인수협상에 불리한 상황이 조성될 수도 있다.
한편 대우건설 측은 금호아시아나가 손을 떼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매각과 관련, 우리가 공식적으로 말 할 입장도 아니며 관계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우건설로선 내심 반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금호에 인수된 이후 서로 기업문화가 달라 대우건설로선 그동안 많은 속앓이가 있었다는 것. 이는 금호아시아나에 인수되면서 잃은 것이 더 많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과도 맥락이 닿는다. 실제 대우건설은 건설사 시공평가에서 1위를 달리다 금호아시아나에 인수되면서 3위로 떨어졌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상당수 부동산이 금호아시아나로 넘어갔다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 관계자는 "전혀 사실무근이며 대표적으로 서울역 앞 대우빌딩을 업계 최고가격인 9600억원에 매각해 주가를 부양하는데 힘썼다"며 "외부유출은 절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강성철 기자 steel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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