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해결 없이 MB 강조 화합과 통합 있을 수 없어"
"용산 해결 없이 MB 강조 화합과 통합 있을 수 없어"
  • 승인 2009.09.1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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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명동성당' 박래군 용산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8개월이 다 돼 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용산참사 관련 수배자들은 서울 순천향대병원을 빠져나와 명동성당으로 이동했다. 7개월 동안 유가족들과 함께 한 남경남 전국철거민연합 의장, 박래군·이종회 용산참사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 등 3명은 5일 밤 순천향대병원을 빠져나와 명동성당으로 거취를 옮겼다.
유가족 또한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 4층에 있던 상황실과 거처를 용산 남일당 건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시신은 순천향대병원 영안실에 보관중이다. 박래군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병원비 등의 문제로 지난 6월부터 상황실을 옮길 계획을 세웠다"며 "순천향대병원을 벗어난 현장 투쟁 강화 차원에서 계획한 일"이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하루하루 버티기 힘든 면도 있지만 희생자 유가족과 현장에서 투쟁하는 이들은 수배자들보다 더 힘든 심경"이라며 "범대위는 그저 책임을 다해야 하겠다는 생각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용산참사와 관련해 지역에서도 투쟁이 지속되고 있다"며 "청와대도 부담이 클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다른 정책을 하기가 곤란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위원장은 "분위기로 봐서는 추석전에 모든 문제가 풀릴지도 모른다"며 "이명박 정부가 그렇게 강조하던 화합이나 통합이라는 말이 용산참사 문제 해결 없이는 성립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철거민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집 없는 서민들을 위해 정책을 펼친다기 보다는 건설사나 땅투기 하는 사람들 입장들 때문에 늘 이 문제는 불거져 왔다"며 "용산참사는 그 한계점을 말해주는 것이다. 앞으로 용산참사와 같은 일들이 벌어지면 안된다는 정부 스스로의 각오에서도 청와대는 반성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앞으로 계속 집을 지을 게 아니라 서민들이 살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며 "정부는 자영업자들의 생계 대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박래군 범대위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수배자들이 거취를 옮겼다. 장례식장보다 트인 공간이라, 수배자들에게는 후련한 감도 들 것 같다.
▲ 아무래도 실내 공간에 갇혀 있다가 여기에 오니 산책이라도 할 수 있어서 좋다. 흙을 밟을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후련해진다. 

- 하루하루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은 어디서 나온다고 보나.
▲ 책임을 다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문제가 빨리 정리되고 감옥에나 갔으면 좋겠다. 그러나 이 문제가 풀리지 않은 다음에야 감옥에 갇힐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들 힘들다. 수배자들만 힘든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투쟁하는 이들도 마찬가지고 특히 희생자 유가족들은 더 힘들 것이다.

- 용산참사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 사실 진보진영의 단합도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 진보진영은 요즘 다들 힘든 상황이다. 집회를 열려고 해도 잘 안된다. 다들 자기 앞가림하기 바쁘다. 물론 제각각 인식의 차이도 있다. 어떤 것을 우선해야 할 것인가, 라는 인식의 차이 말이다.
생존권 투쟁을 위해 결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진영이 있는가 하면 이익 자체를 위해 싸우는 것에 대해서 고민하는 진영이 있다. 또한 공권력 살해 문제를 무겁게 생각해 공권력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진영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진영과 강조점들이 있다.
어디까지 연대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다보면 결국 연대의 한계가 오기 마련이다. 물론 다들 용산참사에 대해서는 분노하지만 적극적인 쪽과 아닌 쪽으로 나뉘어 지는 것 같다.

- 가장 큰 문제는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많이 잊혀져 가고 있다는 점이다. 철거 문제는 사회적으로 심각하지만 국민들은 그렇게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 아직도 재개발에 환상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투기 문화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철거민이 되는 세입자들이 흔치 않으니까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힘든 면이 있다. 용산 문제를 두고 다 각자 처한 입장에서 헤아리다 보니까 공감 못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저 역시 용산참사 이전에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재개발 문제를 다시 짚어 보니까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마디로 대자본이 사회적 약자들을 털어먹는 것이다. 약자들이 계속 살던 집을 뺏거나 쫓아내고, 그것을 다시 부자들이 땅 투기해서 뻥 튀긴다. 지금 하층에서 중산층까지 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은 물론 집주인도 세입자로 몰리고 있다. 재개발 정책이 전환되지 않으면 안된다. 서민들이 환상을 가지고 있는데 용산참사처럼 당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전철연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전환도 중요할 것 같다. 일부 언론에서 유독 전철연을 폭력집단으로 몰아세우기도 한다.  
▲ 전철연이 `쎄게` 싸운다는 점에서 늘 경찰이나 검찰의 표적이 돼 왔다. 거기다가 보수진영에서는 전철연의 투쟁 방식을 결코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마녀사냥을 통해서라도 전철연 죽이기에 나선다고 본다. 그러나 전철연의 표적수사에도 불구하고 비리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철연은 그저 건강하게 싸우고 있을 뿐이다. 원래 철거민 투쟁이 다른 투쟁보다 힘들다. 용역, 검찰, 경찰, 건설업자들 모두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치열할 수밖에 없다. 그런 모습들로 인해 폭력집단으로 비춰진 면이 있다. 그러나 전철연은 결코 폭력집단이 아니다. 보수언론에서 악용하고 있을 뿐이다.    

-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이 관심을 가지기는 하나 힘이 떨어진다. 미디어법 통과 등으로 정치권에서도 용산참사 문제와 관련 기동력이 떨어진 감이 있다. 정치권의 행보는 어떻게 이해하나.
▲ 정치권에서는 이 문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파악을 제대로 했는지나 모르겠다. 수습할 기회를 많이 놓치고 있다. 초반부터 정확한 인식을 가지고 몰아쳤으면 달라졌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해보겠다고 한다. 민주당에서도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물론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 한다. 우리 또한 계속 몰아붙이기를 요구하고 있다. 정기국회나 국정감사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요구하고 있다.

- 비공식적이지만 청와대에서 추석 전에 용산참사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어떤 이유에서라고 보나.
▲ 용산참사와 관련해 지역에서도 투쟁이 지속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도 부담이 클 것이다. 이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무슨 정책을 하기가 곤란할 것이다. 그렇게 강조하던 화합이나 통합이라는 말이 용산참사 문제 해결 없이는 성립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 수배자 및 희생자 유가족, 이 모두를 위하는 해결책이 나올 것 같은가.
▲ 수배자들에 대해서는 기대도 않는다. 수배자들 입장에서는 문제가 해결되면 더 큰 감옥으로 간다는 식으로, 마음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 다만 유가족들이 추석전에는 장례를 지내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게 지금 우리가 해야 할 노력이다. 정부나 우리 사회가 노력해주기를 기대한다. 

- 최악의 경우겠지만, 만약 추석 전후로 해서 정부가 아무런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 물론 그럴 수 있다. 달리 방법이 없다. 다시 전열을 추슬러서 더 강력한 투쟁에 임할 계획이다. 특별한 대안은 없다. 투쟁을 지속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 앞으로 서울시와 협상은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
▲ 지금까지는 협상 결과가 좋지 않았다.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협상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것도 아니지만, 반대로 하루아침에 해결 될 수도 있는 문제다. 후자에 희망을 걸고 계속 협상에 임할 것이다.

- 사실 철거민 문제는 노동자 문제와 마찬가지로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현 정권에 모든 책임을 묻는 것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 그렇다. 철거민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집 없는 서민들 위해 정책을 펼친다기 보다는 건설사나 땅투기 하는 사람들 입장들 때문에 늘 이 문제는 불거져 왔다. 이제는 그 한계점에 온 것이다. 계속 용산참사와 같은 일들이 벌어지면 안되지 않나.
앞으로 계속 집을 지을 게 아니라 서민들이 살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정부는 자영업자들의 생계 대책에 대해서도 전면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자꾸 강제적으로 쫓아내는 것은 한계가 있다.

- 용산참사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많은 의혹들이 제기된다. 30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미공개 수사기록도 여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 특공대가 희생자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폭력을 행사했다. 탈출한 사람조차 화재사로 둔갑시킨 의혹도 제기된다. 이 의혹을 해소하려면 부검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됐어야 하는데 알다시피 정부 측에서 유가족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수습했다. 
3000여 페이지 공개가 중요하다. 남일당 빌딩에서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일들은 이 수사기록을 통해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준비도 안된 상태로 강제 진압에 나선 것인지, 아니면 그보다 더 윗선이 이번 참사와 관계돼 있는 것인지, 이상의 문제들과 관련된 단서들도 거기 다 들어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기록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특공대나 용역업체 직원들의 주장은 검찰 수사와 정면으로 배치돼 있다. 나머지 기록에는 이런 부분들이 더 심각하게 나열돼 있을 것으로 본다. 이런 것들이 공개되면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이 기록이 세상에 공개되려면 헌법재판소에서 판단하거나, 특검이 도입되는 수밖에 없다.

- 과거 정권의 유사한 사태들보다 용산참사가 유독 심각하게 여겨지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 이후 공권력에 의해 가장 참혹하게 민간인들이 희생됐다. 철거 문제로 사람들이 한꺼번에 죽은 것은 이번이 첨이다. 한꺼번에 5명이 죽었다. 경찰까지 6명이다. 경찰의 진압이 이런 식으로 전개된 것도 처음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TV 화면이나 인터뷰를 통해 용산참사 문제가 무엇인지 알게 됐다. 이전에는 국민들이 철거 문제에 대해 잘 몰라서 대충 넘어갔다고 친다면, 이제는 다 풀어야 할 때다. 안 그러면 현 정부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신뢰하기 힘들 것이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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