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기업 공금 '먼저 본 사람이 임자?'
법정관리 기업 공금 '먼저 본 사람이 임자?'
  • 승인 2009.10.2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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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회생절차 신청 기업들, 급증하는 내부 비리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기업들이 급증하면서 일부 기업들의 내부직원 비리가 속출하고 있다. 주인이 없기 때문에 먼저 본 사람이 임자다.
법정관리 중인 대우조선해양이나 최근까지 법정관리에 있었던 대한통운 등이 이들 기업이다. 법원이 매달 법정관리 기업의 자금관리 현황을 보고 받는 등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든지 제2, 3의 대우조선해양이나 대한통운 등과 같은 비리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옥 신축공사 수주후 자동차·현금 뇌물

지난 13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2007년 초 당시 김경일 대우조선해양건설 사장(59)은 43억여 원에 이르는 대우조선해양 사옥 설계 및 신축공사를 수주한 같은 회사 이창하 전무로부터 3600만원 상당의 BMW 승용차를 건네받았다. 김 전 사장은 곧바로 이 차를 아들 명의로 이전했다. 이듬해 2월 김 전 사장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이 전 전무에게서 10만원짜리 수표 30장, 총 300만원을 받았고 같은 해 9월경에는 현금 500만원을 받았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앞으로 발주하는 공사와 각종 모델하우스 및 인테리어 공사 등을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에 맡겨달라는 취지였다는게 검찰의 설명이다.
MBC TV `러브하우스` 코너 등에 출연해 인기를 모았던 건축 디자이너 이 전 전무는 당시 별도로 P건축사사무소와 D건축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하도급업체의 입찰참여 여부, 협력업체 등록업무 등을 총괄하며 최종 결재권을 가지고 있던 김 전 사장은 단순한 `직장 상사`가 아니라 공사 발주업체의 사장이기도 했다.
김 전 사장은 또 지난해 5월경 자신의 사무실로 찾아온 하도급업체 D건설 대표 박모 씨에게서 1억원을 받았다. 당시 박 씨는 대우조선해양건설과 관련한 총 200억원 규모의 공사 5건을 진행 중이었다.
이 밖에 김 전 사장은 지난해 8월 경남 거제까지 내려가 또 다른 하도급업체 사장에게서 300만원을 받았고 자기 사무실에서도 2000만원을 건네받았다. 김 전 사장은 올 3월 30일까지 이 회사 대표이사로 근무했다.
올해 초부터 대우조선해양의 내부 비리를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 12일 김 전 사장을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명하고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납품단가 등 부정한 청탁받고 뇌물 챙겨

대우조선해양건설의 홍모, 장모 전무와 이 전 전무는 이미 구속된 상태다.
장 전무는 이 회사 기자재 구매에 관한 총괄적 권한을 가진 기자재조달 담당 임원으로 일하던 2005년 7월 납품업체 대표 손모 씨로부터 "납품단가를 인하시키지 말고, 물량을 많이 배정해달라"는 등의 부정한 청탁과 함께 1000만원을 받는 등 8개 업체 대표로부터 22회에 걸쳐 1억5645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장 전무는 회사가 정한 `협력회사 평가 및 관리절차`에 따라 협력회사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평가점수가 30점을 넘지 못하는 회사의 등록을 거부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검찰은 납품비리와 관련,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본사에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했다. 또 6월 납품업체로부터 납품단가와 물량배정을 도와주는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받은 이 회사 전무 홍모 씨를 구속기소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수사를 확대, 대우조선해양건설의 하도급 비리를 수사하던 중 협력업체로부터 청탁 및 거액을 받은 혐의로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창하 씨도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2006년 7월 대우조선해양건설 전무이던 이 씨는 협력업체 대표 전모 씨에게 대우조선해양사옥 개조 공사 일부를 맡게 해주는  조카 계좌로 5000만원을 송금하게 하는 등 지난해까지 비슷한 수법으로 약 10여 곳에서 10억여 원을 받고, 회사에 수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3월까지만 해도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추진한 소록도 희망마을 준공식에 러브하우스 봉사단장으로 참석해 희망마을 공사비로 1억원의 사재를 내놓기도 했던 이씨는 4월에 갑작스레 사직서를 냈다. 또 뇌물수수에 공모한 이 씨의 형은 5월 캐나다로 도피했다.
뇌물 수수 혐의를 포착한 검찰이 내사를 시작한 시점이 5월경이었다는 점을 놓고 볼 때 이미 이씨가 자신이 검찰의 수사를 받을 것이라는 걸 미리 알았을 수 있다. 또 회사측에서 미리 그의 비리 사실을 눈치채고 퇴사 조치를 시켰을 가능성도 있다.
개연성은 다분하다. 이 씨가 퇴사한 4월에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정재영 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정황을 미뤄볼 때 대우해양조선측이 먼저 손을 썼다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토목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사장님이 교체되면서 이창하 씨가 그만 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임 사장 등 간부들이 비리로 구속된 것과 관련 이 관계자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았을 텐데 애석한 일"이라며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창하 씨는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2007년 당시 사회적 이슈가 됐던 학력위조 논란에 이 씨가 휘말렸기 때문이다.
학력위조 논란은 이 씨가 김천과학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불거졌다. 이 씨가 졸업했다는 미국 소재 대학이 교육부의 인가를 받지 않은 곳으로 확인되면서 학위 논란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이 씨는 이후 맡고 있던 교수직을 내놓았지만, 재판을 통해 `학력위조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2001년 7월 `이창하 디자인 연구소`를 개설한 이창하 씨는 2001년 8월부터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인기코너 `신동엽의 러브하우스`에 출연하면서 인기를 모았다.

대한통운, 법정관리 당시 공금횡령후 본사 상납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인수·합병(M&A)한 국내 최대 물류업체 대한통운도 마찬가지. 법정관리에 있을 당시 공금 횡령과 관련, 본사로의 상납이 고질적으로 이뤄졌다.
지난 16일 검찰은 공금 229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회사 이국동 사장이 부산지사장 시절인 2000~2005년 선사하역료 등 명목으로 빼돌린 돈의 일부를 자신의 전임자인 본사 사장에게 상납했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결과 이 사장은 당시 부산지사 기획팀장이던 유모(구속기소) 씨를 시켜 비자금을 마련, 이를 상납하도록 해 본사 사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 사장과 함께 불구속 기소된 대한통운 자회사 대표 김모 씨는 이 사장 후임으로 부산지사장이 된 2005년 7월부터 2년여 간 74억원을 횡령, 그 중 일부를 본사 사장이 된 이 사장에게 상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횡령을 도운 전모(불구속 기소) 씨는 유 씨의 후임으로 부산지사 기획팀장에 임명된 인물로 컨테이너 하역비 명목으로 537회에 걸쳐 대한통운 자금을 인출하는 방법으로 횡령했다. 경찰이 조사한 2년3개월의 범죄기간을 고려해 볼 때 이틀에 한 번 꼴로 돈을 인출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 사장이 부산지사장 재임 시절부터 김씨의 부산지사장 시절까지 합쳐 7년여 간 상납 비리가 계속돼 온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대한통운은 국내 최대의 육상 운송업체"라며 "이런 대기업에서 사장이 지사장 시절부터 비자금을 만들어 최고경영진에게 전달해 온 관행이 있다는 것은 화물운송업계에서 비자금 리베이트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대한통운 공금횡령 사건은 법정관리 시절 일어난 일로 우리와는 관계가 없다"며 "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처해 대우건설, 금호생명, 서울고속터미널 등을 매각하려는 시점에서 나와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강성철 기자 steel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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