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서민 생활 밀접한 업종 가격 담합



서민 생활과 밀접한 업종의 가격 담합 행위, 이른바 짬짜미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와 제재가 잇따르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롯데칠성, 코카콜라 등 4개 음료업체에 대해 유통업체에 대해 재판매 가격유지행위 등을 통해 가격경쟁을 제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6개 액화석유가스(LPG) 업체는 지난 6년간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조만간 사상 최대인 1조원대의 과징금을 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공정위 압박속에 원자재 가격과 환율 하락 영향으로 기업의 원재료 비용부담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수입 원자재를 활용하는 식품업체들이 완제품 가격을 인하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음료업체, 대형마트 등 가격유지행위

공정위는 지난달 28일 롯데칠성, 코카콜라, 해태음료, 동아오츠카 등 4개 음료업체가 대형마트, 대리점 등에 대해 재판매 가격유지행위를 통해 직접적으로 음료가격 하락을 억제하고 유통업체간 가격경쟁을 제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9억4000만원을 부과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이들 업체는 대형마트, 대리점 등에 대해 협의 계약 지정 등을 통해 정해진 가격 이상으로 음료를 판매할 것을 강요했다. 이는 음료제품의 직접격하락을 억제하고 음료업체 간 또는 유통업체 간 가격담합을 조장했다. 또 유통업체들로부터 음료업체가 받는 마진압박을 줄였다. 그 결과 음료시장의 가격경쟁을 제한하고 소비자이익을 저해했다.
음료업체가 유통업체의 판매가격을 관리하는 것은 유통업체 간의 가격담합과 유사한 효과를 불러일으켜 폐해가 매우 크다.
롯데칠성의 경우 치밀한 재판매 가격유지 전략으로 유통경로 별 가격충돌 발생을 방지하면서 같은 경로 내 유통업체 간 가격경쟁까지 제한해 소비자 이익을 자신의 이익으로 전환했다.
국내 음료시장 유통경로는 음료업체가 직접 거래처에 납품하는 직납판매와 대리점을 통한 판매방식, 그리고 도매상을 통한 판매방식 등으로 구분된다.
음료업체가 직접 거래처에 납품하는 직납판매는 다시 거래처의 규모에 의해 대형마트·대형슈퍼와 중소형 소매점·업소로 나뉜다. 대리점은 주로 전속대리점 형태로 운영되며 소매점 업소에 제품판매를 한다. 도매상은 여러 회사제품을 취급하며 소매점·업소에 제품판매를 한다.
시장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경우 가격경쟁은 이들 유통경로에서도 일어나고, 같은 유통경로 내 유통업체 간에서도 발생하여 음료가격의 상승이 억제된다.
롯데칠성은 유통경로 간 경쟁이 발생하면 대리점·도매상에 대한 직납판매가 제약을 받게 되거나 대리점·도매상으로부터 납품가격 인하요구를 받게 되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없다. 결국 모든 유통경로와 경로 내 모든 유통업체에 대해 재판매 가격유지행위를 해야하는 필요성이 발생한다.
롯데칠성은 자신의 영업조직, 대리점과 대형마트 간 가격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대형마트의 소비자 판매가격이 소매점·업소에 대해 직납판매하거나 대리점에서 판매하는 가격보다 높게 유지했다. 또 자신의 영업조직과 대리점 간 가격경쟁 방지를 위해 소매점·업소에 대한 대리점의 판매가격이 롯데칠성 자신의 직납판매가격보다 같거나 높게 책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음료업체들의 재판매 가격유지행위에 대한 시정조치로 음료시장의 경쟁을 촉진하면서 서민들이 즐겨먹는 음료제품 가격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던 음료업체와 대형마트 등과의 주기적인 소비자가격 조정협의에 대해 이를 위법행위로 인정함으로써 앞으로 경쟁을 통한 가능성을 연 것이 이번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LPG 업체들 담합 부인 법정 공방 가능성도

공정위는 6개 LPG 업체에 대해서도 가격 답합 협의를 잡고 조만간 제재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6개 LPG 업체는 지난 6년간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조만간 사상 최대인 1조원대의 과징금을 물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다음 주 전원회의를 열어 LPG 업체들의 가격 담합 혐의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지난 4일 밝혔다.
공정위는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E1, SK가스가 담합해 2003년부터 LPG 공급가격을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 또는 유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01년부터 이뤄진 LPG 가격 자율화를 이용해 폭리를 거둔 혐의가 있다는 것. 공정위는 관련 매출 규모가 20조원 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정위의 규정상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10%까지 부과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해당 업체들은 가격 담합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LPG 업계 관계자는 "국내 LPG 가격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가 국제 LPG 가격을 통보하면 통상 매월 말에 수입가격과 환율, 각종 세금, 유통 비용 등을 반영해 다음달 공급가격을 결정하는 구조여서 담합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원자재 가격 인하에도 식품업체는 가격 인상

공정위의 불공정 행위 엄벌 방침에 서민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업종이 상반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제분, 제당 등 식품 소재가 되는 원자재는 환율 변동분을 반영해 이미 가격을 내렸다. 그러나 가공 식품업체들이 오히려 가격을 인상하고 나섬에 따라 정부와 관계 당국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밀가루, 설탕, 사료 등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여 제품 가격을 잇따라 인하됐다.
제분업계는 지난 9월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여 밀가루 가격을 내렸다. 농협도 사료값을 올 들어 5차례에 걸쳐 모두 28%가량 낮췄다. 여기에 지난 8월 두자릿수로 추진됐던 설탕 가격 인상도 한자리수에 그쳤다. 이는 환율 하락에 따른 인하요인을 가격에 반영하라는 정부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움직임에 그동안 환율,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식품소재 부담 증가로 제품 가격을 인상했던 식품 등 내수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대표적인 제품이 빵, 과자 등 밀가루 수요 제품이다. 밀 수입 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동월 대비 기준으로 2월 -35.9%, 4월 -32.4%, 6월 -21.8%, 8월 -26.0%, 9월 -31.0% 등이었다. 여기에 밀가루 가격은 같은 기간에 비해 7.9% 떨어졌으나 빵, 제과 등 밀가루 수요 제품은 1 9월 기준으로 오히려 가격이 올랐다.
제품별로 국수는 6.0%, 부침가루는 10.0%, 식빵은 15.6%, 빵은 6.9% 각각 올랐다. 비스킷은 22.0%, 스낵과자는 7.5% 각각 상승했다. 여기에 자장면 2.0%, 짬뽕 2.2%, 칼국수 3.4%, 라면 5.9%, 피자 5.6% 등의 비율로 각각 올랐다.
커피 수입가격도 1 9월에 9.5% 내렸으나 커피 소비자가격은 오히려 9.5% 올랐다.
정부 당국은 가격 인상을 주도하는 생필품의 투명한 가격 공개를 추진하는 한편 품목에 따라 담합 여부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
공정위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소주업체들이 담합해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였으며 조만간 제재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또 30여 개 지역에 있는 200여 개 주유소의 판매가격, 국내외 12개 항공사의 항공운임, 온라인 음악서비스 요금 등의 담합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와 당국은 라면, 빵 등 밀가루 수요 제품과 커피는 기업이 의도적으로 원자재 가격과 환율 하락을 외면하고 있다는 여론에 따라 현재 가격 조정 여부를 내부적으로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제적 약자인 서민에게 피해를 주는 업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히 감시하고 이를 적발하면 강력히 제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성철 기자 steel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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