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인터뷰> 최문순 민주당 의원(전 MBC 사장)

미디어법 파행이 극한을 치닫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미디어법안 처리 과정을 위법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법안 자체는 유효라고 판결한 이후 각계에서는 미디어법 재논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미디어법 재논의`를 요구하며 투쟁에 앞장서고 있다. 최 의원은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상태. 최 의원은 "한나라당이 원천무효된 법안을 밀어붙일 경우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최 의원은 헌재 판결, 그리고 이에 대한 보수 언론들의 보도 태도와 관련 "이 세상에 헌재 판결과 같은 논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만약 제가 언론사 사장이고, 후배 기자가 헌재 판결을 비호하는 기사를 써오면 바로 해임시킬 것이다. 그런 기사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최 의원은 "법률 지식인들, 보수 언론들도 이제 막장까지 간 게 아닌가 싶다"며 "헌재의 판결 과정은 그야말로 `막장 반전 드라마`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우리 언론들이 너무 한쪽으로 기사를 써내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계속 거꾸로 가고 있는데, 이게 결국 향후 국민들 삶에 구체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의원은 "우리나라에 방송이 생긴 이래 노무현 정권 때 `완전하게` 독립됐었다"며 "87 민주항쟁 이후 꾸준한 노력으로 지난 10여 년 동안 만들어진 체제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다시 돌아갔다"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MBC `100분 토론` 손석희 교수 하차 건과 정연주 KBS 전 사장 해임 사태 등을 언급하며 "이제 87년 이전과 마찬가지로 경영권, 인사권, 편집·편성권이 이미 장악 당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디어법이 강행될 시에는 지금보다 더한 언론장악은 물론 한나라당 체제가 계속 이어질 수도 있다"며 "장기집권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는 역사를 통해 이미 드러나지 않았는가"라고 성토했다. 다음은 최문순 민주당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

- 미디어법 파행으로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상태다. 정치인들을 불신하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최 의원의 행동이 일종의 쇼로 비춰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 이명박 정부 출범 2년이 다돼간다. 그동안 국회에서 언론 자유를 외쳤지만, 결국 미디어법안 통과를 막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KBS 사장 파면, YTN 기자 해직, 미네르바 구속, `PD수첩` 수사 등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발생했다. 언론계에서는 굉장히 충격적인 사건들이었다. 국회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이런 사실들을 알리고 항의하기 위해 사퇴했다.
쇼로 비춰질 수 있다고 했는데, `쇼`적인 요소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제 본 뜻은 아니지만 그렇다. 그러나 진정성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알아서 판단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실제 보좌관들도 나갔고 저 역시 월급을 반납하고 있는 상황이다. 

-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언론을 장악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어떤 근거에 의한 것인가. 
▲ 이에 대해 국민들이 헷갈릴 수 있다. KBS 사장을 결국 민주당 사람으로 하자는 얘기냐, 는 식으로 말이다. 저나 민주당의 입장은 권력이 언론에 간섭하지 말라는 것이다. 민주당도 한나라당도, 그 어떤 정당도 언론을 간섭하면 안된다는 얘기다. 

- 헌재 판결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최 의원 등 몇몇 의원을 제외하고서는 최근 활동이 미비한 것도 사실인데….
▲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당내 이견이 없었다. 지난해 12월 의사당 점거부터 해서 계속 저항해왔다. 그러다 7월에 날치기 당했다.
헌재 판결을 당하고 나서 약간의 패배감과 무력감에 젖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마치 헌재 판결이 우리나라에서는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부분을 지양해서 다시 재정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투쟁도 다시 벌일 계획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뜻이 같다. 민주당을 묶어주는 끈 중의 하나다.

- 이명박 정부의 언론 정책을 두고, 20년 전으로 회귀한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실제 국민들은 그렇게까지 느끼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 지금의 방송체제는 87년 이전의 체제다. 지난 10년 동안 MBC와 KBS는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됐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이 언론독립을 주장하면서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방송에 대해 전혀 간섭하지 않았다. 항의를 한 적은 있지만, 내부적으로 간섭한 적은 없다. 방송이 우리나라에서 생긴 이래 노무현 정권 때 `완전하게` 독립됐었다.
그러나 87 민주항쟁 이후 꾸준한 노력으로 10여 년 동안 만들어진 체제가 다시 원상회복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는 `한겨레`나 `경향`은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있어서 생존이 위태위태하다.

- 방송에 정치권력이 개입되고 있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그러한가. 
▲ 경영권, 인사권, 편집·편성권이 이미 장악 당했다. MBC의 경우 손석희 교수가 `100분 토론`에서 나가버리지 않았나. KBS는 인사권이 완전 장악 당했다. KBS 사장은 대통령이 `임면`하지 못한다는 98년 `방송개혁위원회`의 입장을 무시해버렸다. 정연주 사장 해임이 대표적 케이스다.
편집·편성권에 있어서도 그렇다. KBS의 `미디어포커스` 등 시사프로그램 등은 시청률이 낮은 시간대로 이동됐다. 

- 정작 손석희 교수 본인은 별 말이 없다. 최 의원이 MBC 사장이었던 경험에 비춰봤을 때, 손 교수가 `100분 토론`에서 하차한 다른 이유는 없다고 보나.
▲ 손석희 교수를 교체할 이유가 전혀 없다. 보통 시청률이 현저히 떨어진다든지 비리를 저질렀다든지 한다면 하차시킬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손 교수는 나갈 이유가 전혀 없다. 사장을 해본 저로서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외부의 압력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

- 정권이 바뀌면, 언론사 사장도 바뀌어 왔다. 정연주 KBS 전 사장의 경우도 KBS에 처음 발을 들여놓을 때 낙하산 사장이라는 등 내부적으로 말이 많았는데. 
▲ 선임과정보다는 어떤 사장인지가 중요하다. KBS 사장이 되기 전부터 권력을 경계해왔다. 평생 권력을 경계해오면서 살아온 사람이다. 정연주 사장은 어떻게 해서라도 권력으로부터 언론을 떼어놓으려고 노력했다. 정연주 사장이 연임할 시기, 노무현 대통령이 싫어했다. 공개적으로 반대하다시피 했는데 그럼에도 연임됐다. 그 이유는 정연주 사장이 권력을 늘 경계했고 그 때문에 KBS 내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반대했던 KBS 구성원들도 정연주 사장을 신임하게 되었다. 그간 권력에 늘 굴종적이었는데 처음으로 신뢰도도 높아졌다. 국민들도 KBS를 좋아했고 시청률도 최고를 달렸다. 정연주 사장 임기 시절 국민들이 가장 신뢰하는 매체로 KBS를 꼽기도 했다. `불멸의 이순신` 등 좋은 작품도 만들었다. 지금은 그런 프로그램도 없다. 자부심이 많이 손상된 듯 하다.
 
- 언론사도 마찬가지이지만 현 정부 들어 다소 지역 편중적인 인사가 이곳저곳에서 행해지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는데….   
▲ 노무현 정권 때 특정 지역에 편중한 인사발령이 많이 사라졌다. 저는 강원도 춘천이 고향이고, 정연주 사장은 경주 출신이다. 영호남이라든지 진보, 보수 등을 가리지 않고 고용해서 말썽이 없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문화계, 언론계 등의 인사체계를 흔들어 놓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자리잡은 사람들을 빼내는 작업을 많이 하고 있다. 황지우 시인을 한예종에서 퇴출시킨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황지우 시인이 호남출신이니까 그러했던 게 아니겠나.
임기가 보장돼야 하는 자리들은 임기를 보장한 이유가 다 있다. 권력으로부터 휘둘리지 않도록 임기를 보장해 놓은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는 정무직 임기조차 무시하고 있다.

- 미디어법이 강행되면 향후 어떤 폐해가 예상되나.
▲ 언론장악이 얼마나 끔찍한 사태를 낳을 것인지는 다들 예상하고 있다. 이를테면, 한나라당 체제가 계속 이어질 수도 있다. 장기집권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는 역사를 통해 이미 드러나지 않았나.
 
- 일본의 경우 자민당의 장기 집권에도 불구하고 문화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선진국 반열에 오르지 않았나.
▲ 자민당 54년 체제로 가면서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것은 미스터리일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이라는 나라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노동조합, 시민단체, 지방자치, 지역언론 등이 굉장히 세밀하게 발전해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과는 엄연히 차이가 있다. 

- 국회에서 미디어법안에 대한 재논의가 가능할 것 같은가.
▲ 지금까지 노동법, 사학법 등 재개정을 한 선례가 있다. 야당의 요구에 의해 재개정을 한 선례가 있기 때문에 미디어법 역시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 법안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자기모순이 많았다. MBC나 KBS와 같은 방송사를 새로 허가해주자는 것인데, 이것을 몇 개나 허가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 하나를 허가해 주겠다고 던져주면 방송사 허가를 노리고 있는 집단들끼리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조·중·동`이 서로 싸우는 격이다. 
청와대에서는 원하는 이들에게 다 주라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시장이 죽는다. 많이 주든 적게 주든,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어려운 선택일 수밖. 내분의 징후가 이미 드러나고 있다.

- 선진국들의 경우, 이런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고 있나.
▲ 선진국에서는 언론 문제를 국회에서 논의하는 경우가 없다. 반드시 위원회를 만든다, 언론단체, 시민단체 등에서 위원회를 꾸려나간다. 선진국에서는 거의 확립된 전통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국회에서 여당 마음대로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는가. 98년부터 방송개혁위원회가 시작돼 왔는데 이제 그 논의의 틀 자체가 깨져 버린 상태다.

-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미디어법 파행과 관련해 단식 농성을 하다가 연행되기도 했다.
▲ 1988년 언론노조가 생긴 이래 위원장이 언론 문제로 경찰에 연행되기는 처음이다. 군사독재 시절조차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는 언론인을 이같이 다루지는 않았다. 그만큼 이명박 정부에서 조·중·동, 재벌 방송을 만드는 것이 절박한 지상과제라는 얘기다. 위원장 연행은 미디어법은 물론, 4대강 사업과 세종시 문제 등을 강력히 비판해온 언론노조를 위축시키고자 하는 노림수다. 

- 헌재 판결에 대해 이의를 달지 않는 일부 언론사들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 만약 제가 언론사 사장이고, 후배 기자가 그런 기사를 써오면 바로 해임시킬 것이다. 그것은 기사가 아니다. 그런 기사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 초등학교 1학년도 그런 논리로 기사를 쓰지는 않을 것이다. 이 세상에는 그런 판결도, 그런 논리의 기사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게 참… 법률 지식인들, 보수 언론들도 이제 막장까지 간 게 아닌가 싶다. 헌재의 판결 과정은 그야말로 `막장 반전 드라마`였다. 
지금도 언론들이 너무 한쪽으로 기사를 써대고 있다. 우리나라 구조도 그렇게 돼 있다. 우리사회가 계속 거꾸로 가고 있다. 이게 결국 향후 국민들 삶에 구체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돼 있는 것이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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