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세상> 고은

다들 있어야 할 자리가 있다.

엄마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할 때 행복하고
노동자는 공장에서 제 손에 맞는 연장을 쥐고 두들겨야 신명나고

농사꾼은 논과 들판에서 씨를 뿌리고 곡식을 거둘 때 뿌듯하고
교사는 학생들 앞에 바르게 서야 살맛이 난다.

백사장에 나와 앉은 이 파이프.

잠깐 바깥바람을 쐬러 나왔다 그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리고
있어야 할 곳이 아닌
이 백사장에 자리잡고 말았다.

공사장에 있었으면 요긴하게 사용되었을 터인데
어쩌다 이리 굴러 들어와 천덕꾸러기가 되었는지….

설움이 눈물 되어 백사장에 누우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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