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 서울 도심에 쏟아져 내린 눈


#커다란 교보빌딩 옆 소나무 숲

눈이 내렸습니다. 간만입니다. 서울에 이렇듯 하얀 눈이 내린 건, 서울에 이렇듯 많은 눈이 내린 건…. 광화문에 나가 보았습니다. 교보생명 빌딩 옆 소나무들이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습니다. 갑자기 내린 눈이 부담스러운가 봅니다. 광화문 네거리 이순신 장군이 머리에 흰 모자를 쓰고 있습니다. 두꺼운 갑옷 위에도 흰 옷이 한꺼풀 더 얹혀져 있습니다.

종각역 쪽으로 걸음을 옮겨봅니다. 흰 나무들에 둘러싸인 보신각이 시야를 가득 메웁니다. 한폭의 풍경화 같습니다. 평소엔 빌딩 숲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던 그 모습이 오늘은 유난히 불거져 들어옵니다. 할아버지들이 많이 찾는 종로 2-3가 경계에 위치한 파고다 공원은 왠일인지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눈싸움을 하기도 하고, 눈사람을 만들기도 합니다. 오랜만에 서울 도심 속에서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보는 이들의 기분이 좋아집니다. 독립운동가 손병희 선생도 머리에 흰 모자를 쓰고 있습니다. 옛날 성현들이 약속이라도 한 모양입니다.

종로 4가 종묘공원에도 들러보았습니다. 이곳의 주인이신 할아버지들은 모두 팔각정 아래 모여서 담배를 피우거나 담소를 나누고 있습니다. 공원은 흰눈 천지입니다. 소설가 횡보 염상섭 선생이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따뜻한 날, 염 선생 의자 옆자리는 할아버지들의 잠자리입니다.
 
할아버지들은 염 선생의 다리에 머리를 누이고 눈을 감은 채 나른한 오후를 즐기십니다. 그러나 오늘은 아닙니다. 그 자리를 흰눈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바로 옆 의자엔 그 눈에 자리를 내준 듯 할아버지 한 분이 의자에 신문을 깔고 앉아 상념에 빠져 계십니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것일까요.

종로 5가 6가를 거쳐 동대문에 이르는 길. 저마다 가게 앞 길에 쌓인 눈을 치우느라 분주합니다. 이렇게 한 해가 가고 있습니다. 이 눈이 음울했던 한 해를 조용히 덮어주고 내년 한 해를 환히 밝혀주는 서설(瑞雪)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서룡 기자 sljung99@yahoo.co.kr




#광화문 네거리 고종 즉위 40년 기념비


#새끼줄 나무 위에도 흰 눈이.


#이순신 장군의 머리와 어깨위에도...


#광화문 우체국 앞 눈사람. 누가 만들었을까요. 담배까지 물고 있어요.


#도심 빌딩 숲속에 가려 있던 보신각도 이날 만큼은 유독 빛이 났답니다.


#파고다 공원의 손병희 선생 동상.


#할아버지들이 많이 찾는 파고다 공원에 이날은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눈 때문이지요.


#종로 4가 종묘공원. 할아버지들은 쏟아지는 눈을 피해 팔각정 안에 모여 담화를 나누고 계십니다.


#소설가 횡보 염상섭 선생이 흐뭇한 미소로 서설을 맞습니다. 

 
#눈에게 잠자리를 빼앗긴 할아버지.


#오로지 눈만이 가득한 종묘공원.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