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심각한 리베이트 관행 사실이었네~
의료계 심각한 리베이트 관행 사실이었네~
  • 승인 2010.02.0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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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의사들에 관행적 제공, 피해는 환자가 고스란히

뿌리뽑히지 않는 의료계 리베이트 관행의 실체가 드러났다.

의사들은 형식적 강연, 자문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전형적인 리베이트는 물론 속칭 카드깡 등 다양한 수법으로 뒷돈을 받았다. 약효나 성능보다는 리베이트 제공 여부에 따라 의약품을 처방하게 해 그 피해를 고스란히 환자에게 떠넘겼다.

하지만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들에 대해서는 처벌을 하지 않아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회식비 선결제 후 식당주인 통해 ‘카드깡’

광주지검 특수부는 지난달 29일 처방 증대 등을 빌미로 제약회사로부터 상습적으로 속칭 ‘제약 리베이트’를 받아 챙긴 의사 10명을 기소했다.

이들의 소속 병원은 광주 기독병원 4명(구속 2명), 전남대병원 3명, 전북대병원 2명, 조선대병원 1명 등 4개 병원이다. 이들 의사 가운데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관련 분야 권위자도 포함됐으며 30대 젊은 의사도 있었다.

이들의 권위는 제약업체 위에 군림하며 뒷돈을 상납받는 횡포로 이어졌다.

이들에게는 대가성이 분명한 랜딩비(납품사례비)는 물론, PMS(시판 후 임상조사)비, 자문료, 강연료, 논문 번역료, 세미나․학회․해외학회 참가 경비 지원금 등 다양한 명목의 돈이 흘러들어 갔다.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된 수법은 PMS. 통상 PMS는 제약회사에서 제공한 환자 1인당 1장짜리 체크리스트 형식의 양식지에 진료 차트에 따라 환자의 인적사항과 약물처방 내역 등을 적고, 하단에 약물의 효능 여부와 부작용에 대한 기록을 적는 방식이다.

그러나 리베이트에 빠진 ‘뒷돈 의사’들은 PMS를 직접 작성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심지어 약물처방 내역도 제대로 기재하지 않고 필요한 검사도 생략한 것으로 드러났다.

PMS를 하려면 의약품 처방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제약회사 입장에선 처방을 늘려서 좋다. 또 의사들 입장에선 뒷돈을 챙기기가 쉬워 ‘누이 좋고, 매부 좋고식 비리’가 이뤄질 수 있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강연료’나 ‘자문료’ 역시 제약사에서 제공한 회식자리에서 5~10분간 전공의들에게 해당 의약품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지급된 돈은 1회당 최고 330만원에 달했다. 결국 강연료나 자문료도 이름 뿐, 결국엔 눈먼 돈이었다.

전형적인 리베이트인 ‘번역료’ 역시 제약사 입장에선 아무런 필요가 없는 해외 논문 5~6장을 가져와 번역을 요청하는 것에 불과했다. 또 국내외 학회 참석을 빌미로 한 여행과 체류비도 모조리 제약사 몫이었다.

심지어 구속된 기독병원 모 의사의 경우 1회당 160여 만원에서 최고 370여 만원에 이르는 회식비를 제약회사 직원에게 선결제하도록 한 뒤 실제 회식은 하지 않고 식당업주를 통해 속칭 ‘카드깡’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책임자급 의사인 이 의사가 카드깡으로 되돌려 받은 돈만 2500만원에 이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적발된 ‘뒷돈 의사’들이 챙긴 돈은 적게는 2400만원, 많게는 1억2000만원대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뒷돈은 일부 현금을 받기도 했지만 의사들이 범법 의식이 크지 않다 보니 대부분은 은행계좌를 통해 건네졌다.

정부가 대표적인 의약품 유통질서 문란행위로 지적한 랜딩비, PMS, 자문료 또는 강연료 지원, 국내에서 열리는 세미나 심포지엄 학회 등의 지원, 해외학회 지원, 매칭비, 할증 및 할인 등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유통질서 문란 행위, 대부분 사실로

검찰은 일부 대학병원의 보험상한가 대비 낙찰률이 97%에 이르는 등 리베이트 수수관행이 심각하다고 판단, 그동안 7차례에 걸쳐 압수수색과 금융계좌 추적영장을 발부받고 리베이트 수수 의혹이 짙은 의사 31명을 소환조사해 그 중 10명을 이번에 사법처리했다.

이른바 ‘윗선’으로의 상납이나 묵인 여부에 대해 검찰은 “밝혀진 바 없다”며 “경력있는 과장급 의사의 경우 독립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짙고 리베이트 대부분은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국립대 교수로 공무원 신분이기도 한 전남대, 전북대 관련자들에 대해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국립대병원 의사의 경우 공무원과 의사신분을 동시에 지니는데 의료행위와 관련해선 의사 신분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들에게 리베이트를 건넨 제약회사 직원들의 경우 “영업 활동의 연장선이었다”며 업계 관행을 폭넓게 인정해 전원 불입건 처분했다. 단, 검찰은 재발 방지 차원에서 불입건 또는 불기소된 21명의 명단을 해당 기관이나 업체에 통보해 징계토록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의사와 제약사간 불법 리베이트 관행을 입증, 기소함으로써 의약업계의 고질적 비리에 경종을 울렸다는 데 이번 수사의 의의가 있다”며 “사법처리를 계기로 리베이트 관행이 사라져 약제비 부담이 줄고, 국민복리 증진에도 기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근 성명을 통해 “리베이트 수수 금액 및 위반횟수에 따라 건강보험 진료행위를 못하도록 해당 의약사의 면허 취소, 의료기관 허가 취소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리베이트 적발시 보험약가는 당연히 리베이트만큼 인하하고, 이와 별도의 무거운 과징금을 부과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영업 활동 연장선” 주장에 제약사 처벌 못해

하지만 이번 광주지검 수사에서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난 제약사들에 대해 검찰이 “영업 활동의 연장선이었다”며 입건조차 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병의원에 금품을 제공한 제약사를 제재하는 법령이 시행된 이래 여러 차례 제약사의 리베이트 제공 정황이 포착됐지만 실제 처벌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

보건복지가족부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광주지검 수사에서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난 제약사들의 처벌 여부를 놓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광주지검은 지난달 29일 국내 제약사 6~7곳과 유명 다국적제약사 16~18곳, 도매상 등 20~30곳이 지역 의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제약사는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복지부도 이들 제약사에 대해 ‘국민건강보험요양급여기준에 관한 규칙’상 유통문란행위로 적발된 약품의 약값을 인하토록 한 제재 규정을 적용치 못하고 있다. 수사과정에서 각 기업이 금품을 전달했다고 시인한 것을 ‘리베이트 적발’로 볼지 애매하다는 게 이유다.

당국이 제보 내용을 직접 조사하고도 처벌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제약협회에 ‘8개 제약사가 대구․경북지역 11개 병원에 처방을 대가로 금품을 제공했다’는 익명의 제보가 전달됐다. 이중 1개 제약사만이 리베이트 전달 사실을 실토했으나 7개 제약사는 부인했다.

복지부는 이에 따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 자료와 처방내역 등을 조사해 7개 제약사가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7개 제약사가 병의원에 금품을 전달한 시기와 내역을 확인할 수단이 없게 되자 조사도 잠정 중단되면서 이들에 대한 처벌이 어렵게 됐다. 혐의를 인정한 제약사 한 곳만이 제약협회에 위약금을 냈을 뿐이다.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를 강력 제재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달리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제약업계에서는 한동안 잠잠했던 리베이트가 다시 고개를 들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복지부 조사 결과 병의원에 금품 제공 가능성이 드러났는데도 아무런 후속 조치가 없다면 향후 형평성 논란 등이 제기될 수 있다”며 “약값인하 제재에 대해 복지부가 분명한 방침을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강성철 기자 steel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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