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시장 구애 대우인터 ‘후끈’-하이닉스 ‘썰렁’

올 들어 본격화 된 대우인터내셔널과 하이닉스반도체의 인수·합병(M&A) 작업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이미 포스코가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업계에는 알려지고 있다. 반면 하이닉스는 기업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투자설명회까지 열었지만 현재까지 관심을 드러낸 곳이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먼저 매각을 추진해온 하이닉스보다 대우인터내셔널의 매각 작업이 먼저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M&A 시장을 달굴 전망이다.

대우인터, 우선협상대상자 상반기 선정

지난 26일 금융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자산관리공사(캠코)와 채권단이 보유 중인 대우인터내셔널 지분 68%를 전량 매각키로 했다.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최소 ‘50%+1주’ 이상이 매각 대상이다. 이럴 경우 나머지 보유 지분은 시장 등에서 처분한다는 계획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의 시가총액이 3조6000여 억원이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지분 50%를 인수하는 데 필요한 금액은 2조~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우인터내셔널의 지분은 캠코가 35.5%를 보유하고 있으며 수출입은행(11.2%), 산은자산운용(7%), 산업은행(5.2%) 등도 5% 이상 보유하고 있다. 이외 현대카드와 우리은행, 서울보증보험, 신한은행, 정리금융공사 등의 기관들도 1∼2%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또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도 별도로 떼어내지 않고 함께 팔기로 해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는 기업은 교보생명 2대 주주 지위까지 확보하게 된다. 캠코와 수출입은행 등이 별도로 갖고 있는 교보생명 지분 16%는 시장 상황을 봐서 추후 매각하기로 했다.

금융권에서는 캠코 등이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기 위해 추후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자와 협의해 양측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40% 가량을 묶어 프리미엄을 받고 시장에 매각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대우인터내셔널에 대해 이달 초 매각 공고를 내고 예비입찰을 실시하기로 했다.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는 4월 본입찰을 거쳐 상반기 내에 선정된다.

현재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에 관심이 있는 상태다. 앞으로 자원개발이나 외국마케팅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포스코 정준양 회장은 지난해부터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가능성을 언급해왔다.

특히 정 회장은 지난달 14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최한 CEO포럼에서 올해 인수합병 방향과 관련해 “자원개발 등에서 시너지효과를 높일 수 있는 대우인터내셔널을 가장 우선순위에 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우조선해양은 시장에 나오면 검토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공자위는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을 끝낸다는 방침이지만 포스코 이외에 적극적인 인수주체가 나서지 않고 있어 자칫 유찰에 따른 지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 자산의 매각 등을 위해서는 2인 이상의 유효한 경쟁입찰을 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독 응찰에 의한 수의계약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두 번의 유찰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인수에 포스코만 나설 경우 매각이 늦어질 수도 있다.

자금지원 ‘당근’ 불구 인수기업 전무

반면 29일 인수 의향서 제출 마감을 앞두고 있는 하이닉스에는 현재까지도 인수 의향서를 낸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은 지난달 13일 이례적으로 기업설명회를 열고 하이닉스 채권단이 보유지분(28.07%) 가운데 최저 15% 매각도 가능하며 일부 지분만 인수해도 경영권을 보장하고 인수자금까지 지원하겠다는 ‘당근’까지 제시했었다.

지난해 하반기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전에 단독 참여할 때에도 마지막 날 인수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닉스는 지난달 21일 지난해 4분기 매출이 2조799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32% 급증하며 분기 단위(원화기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하면서 하이닉스 매각 작업은 어느 정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이같이 업황이 당시보다 회복됐지만 현재 상황은 더욱 녹록치 않아 보인다.



기업들은 당장 인수 부담이 줄어들더라도 하이닉스 인수 이후 해마다 2조원 가량 시설투자 비용이 들어가는 점 등에 대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가 경기에 매우 민감한 업종인 만큼 앞으로 1-2년 뒤에도 좋은 실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인수하기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현재 LG, 한화 등 대기업 2~3곳에 지속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해당 기업들은 묵묵부답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이번에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으면 하이닉스 채권단 지분을 15% 안팎만 보유하고 나머지는 시장에 블록세일(지분 일괄매각)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포스코처럼 국민주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바꾸는 방안도 언급됐으나 실현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략적 지배주주가 없으면 막대한 시설 투자 등이 필요할 때 이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시점 주요 변수

대우조선해양 매각도 하이닉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매각공고 시점을 놓고 고민 중이다.

이미 매각주간사가 선정되는 등 매각절차가 시작된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매각가가 2조~3조원 가량으로 추정되는 대형딜로 매각 공고 시점이 언제냐에 따라 시장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대우인터내셔널 등 현재 매각 과정이 진행중인 여타 딜의 성사 여부에도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시점이 주요 변수다.

올 초 산업은행이 속도조절 입장을 밝혀 일단 대우조선해양 매각공고가 당분간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이다.

민유성 산은금융그룹 회장이 대우인터내셔널, 하이닉스 등 먼저 시장에 나온 대형매물을 의식해, 무리하게 매각과정을 끌고 가지는 않겠다고 언급한 바 있기 때문.

그러나 산은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위한 실사 등 만반의 준비작업은 계속 진행할 예정이므로 매각공고는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

특히 인수후보가 겹치는 대우인터내셔널의 매각과정이 더디게 진행되면 산은의 인내심은 바닥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우건설과 쌍용자동차, 쌍용건설 등도 M&A 시장에서 눈여겨봐야 할 매물이다.

하지만 이같은 M&A 매물들이 시장에서 잘 소화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경기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규모 인수자금을 투자할 기업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대우건설은 국내 시공평가 1위 건설업체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입찰 당시 국내 기업들이 철저히 외면했다.

이들 기업과 함께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른 공기업 M&A도 올해부터 본격화한다.

정부는 인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대한주택보증, 한국건설관리공사, 경북관광개발공사, 한전KPS, 인천종합에너지, 한국기업데이터, 등 8개 공기업 지분 매각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강성철 기자 steel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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