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의 서울 인근산 샅샅이 훑기> 호암산

오랜만에 산행 기사를 다시 쓴다. 혹, 기다려온 온 독자님들이 계시다면 죄송할 따름이다. 새로이 소개해 드릴만한 산을 가지 못한 탓이다.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시길….

날이 풀리고 있다. 눈 대신 비가 내린다. 그래서 다시 나섰다. 지난 주 산행은 한파가 잠시 물러 간 탓일까? 비교적 넉넉한 마음으로 서울시 금천구의 호암산을 찾아 나섰다.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석수역에 내린 시간이 오전 10시. 개찰구를 빠져나와 왼쪽으로 돌면 호암산 입구를 연결하는 웅장한 육교가 이어진다. 왼쪽은 서울 금천구, 오른쪽은 경기도 안양시 석수동이다.


#남서울약수터

관악산(629ⅿ)에서 이어진 삼성산(481ⅿ)의 지맥 금주산(衿州山. 390ⅿ)은 금천구의 진산으로 산세가 북쪽을 바라보는 호랑이 형상을 닮았다 하여 호암산(虎巖山)이라고도 한다.


호암산에는 호암산성과 한우물, 석구상, 호압사, 불영사등 많은 사적과 유서 깊은 전통사찰이 위치하고 있으며 가파르지 않은 등산로와 도심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어 금천 구민 들 뿐만 아니라 광명시, 안양시민들이 산행으로 많이 찾는 곳이다.

또, 등산로가 삼성산, 관악산으로 이어지며 호암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서울시내 풍광과 서울의 서남쪽의 전경은 그지없이 아름다워 가는 발길을 멈추게 한다.

전언했듯 호랑이 산이란 의미의 호암산이고, 꼬리 부분은 지금의 호압사에 해당한다. 무학대사가 태조의 명을 받들어 호암산 자락에 지은 절이다.

일행은 육교를 내려와 덕수아파트를 끼고 우측의 호암산 들머리로 접어들었다. 어느 산이든 출발점은 가파르다. 얼마 안가서 선배들 뒤처지면서 가쁜 숨을 몰아쉰다. 쯧쯧쯧…저러게 누가 술 많이 드시라고 했나(허걱^^ 사돈 남 말 했나).



힘들기는 기자도 마찬가지다. 오솔길 양 옆으로 도토리나무와 잣나무가 나란히 도열해 있다. 마치 우리들을 환영해 주는 듯하다.

약 30여 분을 가니 남서울 약수터가 나타난다. 그 옆 배드민턴 연습장에선 지역 동호인들의 라켓 소리에 셔틀콕이 정신이 없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했지. 일행들 약수 시원하게 들이켜고 배낭에서 커피 꺼내 한 잔씩 돌린다. 어느 선배 나지막하게 속삭인다. “커피보단 막걸리가 낫지 않나? 정말 요즈음은 막걸리가 대세라는데….” 그 소릴 들은 다른 선배 “(정)대세는 북한 축구선수 이름이야….”


#한우물터

일행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무렴 어때, 이 나이에 산에 오른다는 그 정신 상태와 건강이 어딘데.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주변의 능선길이 북한산의 탕춘대 능선을 연상시킨다. 보드라운 흙길이 발바닥 감촉을 포근하게 에워싼다.

시야에 조계종 불영사와 한우물 터가 들어온다. 한우물은 사적 제343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으며, 호암산 정상 인근에 있는 길이 22m, 폭 12m의 작은 연못 크기의 우물이다. 네 주변을 화강암으로 쌓았으며, 산 정상에 있으면서도 늘 물의 양이 변함없고, 항상 맑은 상태로 고여 있어 신비로움을 더해 주고 있다.

한우물은 용보(龍洑)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으며, 가뭄 때에는 기우제를 지내고 전시(戰時)에는 군용으로 쓰였다 한다. 이 연못 모양의 우물이 만들어진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보수를 위한 발굴 당시 확인된 바로는 삼국시대에 만들어진 연못이 현재의 연못 밑에 묻혀 있었으며, 그 위에 어긋나게 축석한 연못이 다시 조선 초기에 만들어졌음이 밝혀졌다.

한우물의 조선시대 석축지는 동서 22m, 남북 12m, 깊이 1.2m의 장방형이고, 그 아래에서 동서 17.8m, 남북 13.6m, 깊이 2.5m의 통일신라시대의 석축지가 확인되었다. 우물은 지표 밑 30cm까지는 백자편을 비롯한 조선시대 유물이 출토되고, 그 아래에는 유물이 거의 없는 굵은 모래층이 있고, 이 모래층 아래에서 교란되지 않은 뻘층이 계속되고, 여기에서 통일신라시대의 유물들이 출토되었다.

또한 한우물에서 남쪽으로 약 300m로 떨어진 곳에서도 남북 18.5m, 동서 10m, 깊이 2m로 석축된 제2우물지가 확인되었다.


#불영사


#불영사 부처상


불영사는 한우물 옆에 작은 암자가 있다. 조계종 산하 호압사의 말사다. 작은 암자답게 석산 기슭에 고즈넉하게 자리해 등산객의 발길을 잠시 쉬어가게 만드는 곳이다. 불영사 주변에는 한우물과 석구상, 호암산성이 있어 두루 들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장군바위


일행들 다시 발걸음 옮긴다. 약 30여 분을 더 가니 우측에 웅장한 바위섬이 나온다. 이름 하여 장군바위. 서 있는 기상이 여간 예사롭지가 않다. 주변의 넓은 공터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자리를 편다. 이것저것 가져온 보따리들을 풀어놓는다. 목도 마르고 해서 막걸리부터 걸쭉하게 한잔씩 쫘∼악 들이킨다. 빈속을 파고드는 짜릿한 이 느낌. 몸이 알아서 부르르∼춤을 춘다.



식사 도중에도 예의 입담 좋기로 소문난 선배, 계속 분위기 띄운다. 모두를 즐겁게 해주는 보약 같은 양반이다. 어떻게 저렇게 말을 잘할까? 경이롭기까지 하다.


#삼막사


#잣나무공원


#잣나무공원 약수터



식사가 거의 끝나갈 즈음 하늘에서 함박눈이 내린다. 나뭇가지에 살포시 내려앉는 눈이 참 아름답다. 일행들 하산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원래 삼성산의 삼막사를 거쳐 관악산 연주대를 돌아 서울대 방면으로 내려갈 예정이었으나 안전을 고려해 시흥동쪽으로 하산코스를 잡았다. 중간에 나타나는 잣나무공원의 약수터에서 시원하게 물 한잔 들이킨다. 주변의 정경을 둘러보니 관할 지자체에서 정성스레 휴양림을 꾸몄다는 느낌이 든다. 공원의 벤치에 아베크족 한 쌍이 나란히 앉아 데이트를 즐긴다. 바라보는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하산 후 구로동으로 자리를 옮겨 부대찌개 전문집에서 막걸리로 회포를 풀며 이날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전광훈 기자 jkh414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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