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선임기자의 서울인근산 샅샅이 훑기> 남한산성

지난 주말 산행은 남한산성. 지하철 5호선 마천역에서 후배와 만난 시간이 오전 11시. 1번 출구를 나와 공수특전단의 사자, 비호아파트를 지나 10여 분을 가면 들머리 입구 양쪽에 먹자골목이 즐비하게 늘어 서 있다. 이곳에서 막걸리와 순대를 사서 배낭에 넣고 발걸음 옮긴다. 화창한 봄 날씨 탓인지 길에는 등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마천역

청운사와 쌍둥이 약수터 방향으로 코스를 잡고 서문을 향해 오른다. 모처럼 찾은 남한산성인지라 감회가 새롭다. 1년 전 등반 때는 지하철 3호선 도곡역에서 분당 선으로 갈아탄 후 복정역에서 다시 8호선 남한산성입구역에 내려 남한산성유원지를 거쳐 약사사 영도사 덕운사를 지나 남문에서 남한산성을 일주 했었다. 그날 하산 길에 장대비를 맞으면서 내려와 근처에 사는 지인을 불러서, 성남 은행동 은행시장 안 ‘웰빙포차’에서 장시간 회포를 푼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등산로 입구

얼마를 가니 청운사와 쌍둥이 약수터가 나타난다. 약수터에서 시원하게 한 잔 들이키고 한숨 돌린다. 산할아버지 동상을 지나는데 동상에는, 은행나무와 벚꽃나무 관상수를 직접 심고 근처에 다리계단도 만든 산할아버지를 기리기 위해서도 등산객들은 산불 조심해 달라는 취지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산할아버지 동상

잠시 후 깔딱고개가 나타나는데 이곳에서 서문까지의 길이 장난이 아니다. 잔설이 곳곳에 남아있는 오르막길은 각도가 45도를 웃돌아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눈이 녹은 흙탕길은 등산화를 잡아채듯해 속도가 나지 않고 힘겹기만 하다.


#서문 가는 길. 아직 잔설이 남아 있다.

40여 분을 악전고투하여 서문가는 산성 능선에 닿았다. 왼쪽에서 올라온 등산객들과 어우러져 능선 길은 때 아닌 재래시장을 방불케 한다. 길은 여전히 흙탕길이다.

가까스로 제1전망대에 도착하여 눈 아래 시가지를 내려다본다. 발아래 공수부대와 남성대 골프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가족과 함께 온 초등학교 애들이 전망대에 설치돼 있는 망원경에 매달려 신나게 재잘거린다. 잠시 후 나타나는 남한산성 서문.


#제1전망대


#서문이다.

행정구역상은 경기도 광주시 중부면 산성리에 있는 남한산성의 서문(西門)이다. 남한산성을 처음 쌓았을 때부터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정조 3년(1799)에 개축하여 우익문(右翼門)이라 부른다. 1637년 1월 30일 인조가 세자와 함께 청나라 진영으로 들어가 항복할 때 이 문을 통과했다고 한다. 우리 일행이 올라 온 서쪽 경사면이 가파르기 때문에 물자를 이송하기는 힘들지만 서울 광나루와 송파나루 방면에서 산성으로 진입하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성문은 반원형 홍예문이며 높이 2.5m·폭 2.1m로 작고 좁다. 문 안쪽에는 2짝의 목재 판문이 있다. 정면 3칸·측면 1칸의 문루는 겹처마의 팔작지붕 양식이다.

참고로 남문은 남한산성 서남쪽 해발 370m 지점에 있으며, 선조 때 남문·동문 등을 수축(修築)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아 그 이전부터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남한산성의 사대문중 가장 크고 웅장하며 병자호란으로 인조가 산성으로 피신할 때 이 문을 통과하였다. 정조 3년(1779년) 성곽을 개축하면서부터 지화문이라 불렀다. 성문은 홍예문으로, 높이 4.75m·폭 3.35m·길이 8.6m이며 홍예기석 위에 17개의 홍예석을 쌓아 만들었다.

남한산성에서 제일 높은 청량산이다. 정상에는 청량당 옆에 수어장대가 있다.

경기도 유형문화재 1호인 수어장대는 산성 지휘본부였다. 이 일대에서 보면 인근 성남지역은 물론 서울 김포지역까지 훤히 내다보인다. 이 건물은 남한산성의 지휘 및 관측을 위한 군사적 목적에서 지어진 누각이다. 성내에 현존하는 건물 중 가장 화려하고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며, 2층 누각과 건물의 왼쪽에 2동의 사당인 청량당으로 이루어졌다. 이 건물은 선조 28년 남한산성 축성 당시 동남북의 3개 장대와 함께 만들어졌으며 유일하게 현존한다.

청량당은 산성 축성 시 공사 책임을 맡았던 고급관리들의 공로를 기리기 위한 사당이다.

서문 주변에는 각 단체들의 산신제 행사와 식사중인 등산객들로 활력이 용솟음친다.

후배와 근처에 자리 잡고 막걸리 한 사발 나눈다. 얼굴에 흐르는 땀이 술잔에 빠져 안주되어 돌아온다. 옆에는 고욤나무 층층나무 서어나무 등이 우리에게 미소를 보낸다.


#능선에서 바라본 남성골프장

하산은, 우리가 올라올 때 왼쪽 방향이었던 능선 길을 따라 내려가기로 했다. 제1전망대를 지나면서 계속 내려가는 코스다. 이곳도 황토 길이 바지까지 파고든다.


#장수두부집

하산 후 등산로 입구 먹자골목에 자리한 ‘장수두부’에서 회포를 푼다. 후배가 강력하게 추천한 집이다. 생두부(한접시 4000원)와 두부전골(5000원)이 이 집의 특미다. 두부가 연해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막걸리 서 너 통이 삽시간에 없어진다. ‘어련 하시겠나, 안주 시원찮아도 너 댓 통 마시는 평소 실력을….’

지하철에 몸 맡기고 단잠에 빠진다. 참으로 기분 좋은 하루였다. jkh4141@hanmail.net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