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압박에 대우자판 워크아웃 돌입

유동성 압박에 시달리던 대우자동차판매가 결국 기업회생 절차(워크아웃)에 돌입하게 됐다.

대우자판은 자동차 판매 부문 매출과 동시에 건설사업을 추진하다가 경기 침체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특히 지난달 GM대우가 차량 판매에 대해 일방적으로 결별을 선언하면서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여기에 송도 개발사업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난항을 겪으면서 올 초부터 워크아웃 관련 소문이 나돌았다.

대우자판은 이런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 긴급자금이 절실한 쌍용자동차와 양해각서(MOU) 체결로 회생의 길을 모색했으나 실무협의가 마무리되지 못한 채 결국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대우자판은 비핵심 계열사 매각, 인력․사업구조조정 등을 통해 정상화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쌍용차와 제휴 ‘윈-윈’ 전략도 중단

지난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자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1차 채권단협의회에서 전체 채권단 중 92% 동의로 대우차판매 워크아웃 안건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앞서 채권단이 대우차판매가 이달 만기도래하는 700억원 규모 채권 중 상당부분을 결제하지 못해 부도 위기에 직면하자, 워크아웃을 추진키로 한 바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대우자판의 워크아웃을 추진해 경영을 정상화하는 것이 회사나 채권단 모두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우자판은 1993년 대우자동차(주)에서 판매부문이 분리돼 국내 최초의 자동차 판매 전문회사 및 종업원 지주회사로 출범했다. 대우자판은 외환위기로 1999년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워크아웃 절차를 밟아 3년만인 2002년 11월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그러나 매출 비중 80%를 차지하는 자동차판매 부문 외에 20%에 이르는 건설 사업을 추진하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다시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또한 최근 GM대우 판매사업을 중단하면서 승용차 사업에서 35% 가량 매출 손실을 입게 됐다.

이에 대한 타결책으로 대우자판은 지난달 23일 쌍용차와 전략적 판매 제휴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쌍용차의 체어맨W, 체어맨H와 로디우스 등 세 차종에 대한 비독점적인 국내 판매권을 대우자판이 갖는 것. 이와 함께 본 계약 체결일 3일 이내 대우자판이 쌍용차 생산 지원을 위해 200억원의 운영자금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같은 제휴는 판매 증대를 위한 판매망의 보강과 확대가 필요하고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쌍용차와 영업 네트워크 유지 등 지속적인 사업 유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대우자판 사이에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전략적 업무 제휴였다. 하지만 본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대우자판은 결국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대우자판 관계자는 “워크아웃은 기업 체질강화를 위해 체결한 것이기 때문에 채권단이 결정할 사항이다 보니 쌍용차 판매에 대해서는 아직 윤곽이 나오지 않았다”며 “하지만 대우자판이 차를 판매하는 전문회사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자판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3500억원, 우리은행 1800억원, 동양종금 1500억원 등 모두 1조2000억원 규모의 금융권 채무를 비롯해 약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채무는 향후 3개월간 동결된다.

이로써 금융권에 이달에만 250억원, 연말까지 총 4000억원을 갚아야 하는 대우자판은 당장 워크아웃 개시로 숨통을 트일 전망이다, 하지만 건설부문 지급보증 및 GM대우와의 판권계약 해지로 현금 유동성이 고갈된 상태였다.

이에 채권단은 조만간 자금관리단을 파견해 앞으로 3개월 간 대우자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과 자동차 판매 사업장 등을 대상으로 정밀 실사를 진행,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우리캐피탈 연계 중고차 사업 등 강화

대우자판측은 “워크아웃 플랜은 현 이동호 대우자판 사장의 경영체제 하에 이뤄질 것이며 주력사업인 자동차판매와 건설사업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워크아웃이 시작된 이상 대우자판의 채무상환은 동결되기 때문에 재무 건전성을 통한 안정적 기반을 확보할 수 있어 발전을 위한 경영활동에 주력할 수 있다는 것이 대우자판의 입장이다.

대우차판매는 인력 구조조정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부분은 채권단과 이동호 사장의 충분한 협의 하에 이뤄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대우자판이 임직원 수를 최소 10~20% 감축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자판 임원은 40여 명, 직원은 1100여 명에 달한다. 종업원 지주회사 성격이어서 모든 임원이 1만주 안팎의 자사주를 갖고 있다. 우리사주 조합은 총 주식의 10.79%인 482만여 주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대우자판 관계자는 “인력이나 조직재편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고용안정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결정될 것”이라며 “우선 계열사간 전보 후 워크아웃 플랜에 의한 신규 사업부문 전환배치, 희망퇴직, 무급휴직 그리고 정리해고 수순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우자판의 중고차 사업 강화가 예상되고 있다. 계열사인 우리캐피탈과 연계해 중고차 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방안이 유력시 된다. 이에 따라 당초 매각될 것으로 예상됐던 우리캐피탈은 매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캐피탈 매각과 관련 대우자판 관계자는 “산업은행 민유성 회장이 우리 사장을 만나 시너지효과를 위해 우리캐피탈은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며 매각설을 일축했다.

대우자판의 계열사 서울자동차경매장은 중고차 판매로 연간 12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대우자판은 자체 영업망과 연결해 중고차 판매를 늘리는 한편 중국시장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또 수입차 판매사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지분 85%를 보유한 계열사 MMSK가 이미 미쓰비시차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결국 GM대우 독점 판매가 사라진 만큼 한 영업점에서 중고차, 쌍용차, 수입차, 상용차를 모두 판매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자동차판매 총괄과 건설부문으로 나눠진 투톱 CEO 체제도 일원화하고 승용차, 버스, 트럭, 건설 등 4개로 구성된 사업부문의 통폐합도 추진 중이다.

대우자판 관계자는 “기존 원투원 방식의 사업모델을 복합상품 취급 방식의 사업 구도로 전환하여 쌍용차, 중고차, 렌터카, 전기차 등과 함께 할부금융을 연계하는 등 온.오프라인을 이용한 새로운 차 유통문화를 선도하는 방향으로 사업 확대방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송도 개발사업 계속 추진할 것”

인천 송도 도시개발 사업부지 매각에 대한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채권단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송도 개발사업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당장 유동성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우자판측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우자판 이동호 사장은 지난 14일 워크아웃 협의회에서 “송도 신도시 사업부지와 관련,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겠다”며 “사업부지 매각도 최대한 막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대우자판은 건설부문은 주택사업 중심에서 공공사업과 해외사업으로 변화를 줘 이익을 증대시킬 수 있는 균형적인 포르폴리오를 구성할 계획이다.

송도 개발사업은 대우자판이 보유한 인천 연수구 동춘동 옥련동 일대의 53만8600㎡(약 16만평)의 부지에 3800가구 규모의 주상복합과 쇼핑몰, 학교 등을 건설하는 도시개발사업이다.

지난 2월 인천시로부터 사업 승인을 받은 송도 개발사업에 대우건설, 롯데건설이 지난달 건설투자자(CI)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예정된 일정대로라면 송도 개발사업은 9월 첫 삽을 뜨게 돼 2012년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에 참여하는 한 건설사 관계자는 “대우자판이 워크아웃에 돌입한다 해도 송도 개발사업에 특별한 걸림돌이 없는 한 예정대로 참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자판 관계자는 “송도 개발사업은 채무 해소와 경영 정상화의 근간이 되기 때문에 당분간 집중할 계획”이라며 송도 개발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는 입장을 보였다. 강성철 기자 steel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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