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매물 ‘승자의 저주’ 우려 시장 반응은 ‘시큰둥’
대형 매물 ‘승자의 저주’ 우려 시장 반응은 ‘시큰둥’
  • 승인 2010.06.1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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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인터내셔널 이후 M&A 매물 관심 집중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다음 차례 대형 인수합병(M&A) 매물 대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대형 M&A가 단기간 내 성사되기는 주변 여건이 좋지만은 않다.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하이닉스, 현대건설, 쌍용건설 등 대형 매물은 잇따라 대기하고 있음에도 인수 능력을 갖춘 대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로 몇 안 되기 때문이다. 또 금융위기 이후 해당 매물의 주가가 떨어져 있어 파는 쪽에서도 고민스러운 측면이 적지 않다.

특히 대우건설을 인수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보듯 ‘승자의 저주’에 기업들이 M&A에 적극 나서지 않는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포소코,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사실상 마무리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지난 14일 매각소위와 본회의를 잇따라 열고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포스코를 선정했다. 포스코는 경쟁자인 롯데그룹 보다 2000억원 가량 많은 3조4000억원 대를 입찰가격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계약은 7월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지난 16일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 경정공원에서 열린 ‘철강사랑 마라톤 대회’에 앞서 “아직 인수한 것도 아닌데”라고 운을 띄우고서는 환한 표정으로 “한 번 열심히 잘 해보겠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 우선협상자 선정 직후 대우인터내셔널을 오는 2018년까지 매출 20조원 글로벌 네트워크 100개 이상을 갖춘 최고 수준의 글로벌 네트워크 컴퍼니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다음번 대형 M&A 매물로 이동하고 있다.

M&A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인터내셔널과 같은 대규모 매각이 진행될 때 동시에 다른 건을 진행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며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이 사실상 마무리된 만큼 M&A 시장의 부담이 줄어든 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하지만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이 시장이 호재로 작용할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향후 나올 가장 대표적인 매물은 하이닉스다. 하이닉스가 2001년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 이후 지난해엔 두 차례나 매각이 무산된 바 있다.

최근 채권단이 보유 지분 가운데 6.67%를 블록세일로 처분, 채권단 보유지분을 21.4%로 줄이면서 인수 희망자의 부담을 덜어줬다. 하지만 여전이 높은 인수가격이 문제다. 약 20%의 지분을 인수한다고 해도 최소 3조원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하반기 중에도 추가로 지분을 팔아 연말까지 보유지분율을 최대 16%까지 낮출 계획이지만 그 전에 인수희망자가 나타나면 언제든 매각을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인수희망자가 빠른 시일내 출현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 M&A 연내 힘들 듯

초대형 매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매각 논의는 하반기중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선 및 관련업계는 민유성 산업은행장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올 하반기 매각을 표명했지만 연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유력한 인수자로 손꼽히는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에 3조원 이상의 큰 지출을 하게 된데다 먼저 매각을 기다리는 매물들이 적잖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가능성에 대해 정 회장도 지난 16일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신중론을 밝혔다. 우선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에 모든 전략을 집중할 계획이지만, 6월 말에 우크라이나 자포리스탈 본입찰 및 태국 타이녹스 인수 여부 결정 등 굵직한 일정이 예정돼 있기 때문.

아울러 최근 해외 투자자들이 포스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시너지 효과에 대해 일부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는 점과 포스코의 대형 매물 집중 인수에 대한 일각의 우려도 고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특히 최근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포스코의 야심찬 생산 확장 및 기업 인수를 우려한다”며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포스코가 공격적인 인수전에 나서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 한화에 패배한 바 있다. 지난해 정 회장 취임 후 대우조선해양이 재매각 절차에 들어갈 경우 포스코가 참여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으나 대우인터내셔널이 먼저 매각 절차를 밟게 되면서 포스코는 대우조선해양에 앞서 대우인터내셔널을 먼저 인수했다.

다른 인수후보로 손꼽혔던 현대중공업은 최근 현대상사 인수를 마무리했다. 또 현대오일뱅크 인수도 확정될 경우 주당 1만5000원씩 총 2조5733억원을 쏟아 부어야 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 수주가뭄으로 인해 모두 현금이 없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 역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자금이 충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인수전에서 적극성을 보였던 한화그룹 역시 김승연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고 나섰다.

쌍용차 매각 절차 본격 돌입

반면 다른 대형 매물들은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에 이어 본격적으로 시장에 쏟아질 조짐이다

시장매각에 실패했던 대우건설은 사실상 산업은행이 조성하는 사모펀드(PEF)가 단독 인수하는 방식으로 7월 중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이번 PEF에 SI(전략적 투자자)를 참여시키지 않고 대우건설 지분 50%+1주를 주당 1만8000원에 사들일 방침이다. 총 인수금액은 2조9000억원에 이른다. 산은은 이렇게 사들인 대우건설을 임시로 경영 하다가 추후에 재매각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대건설은 지난달부터 주주협의회가 움직임을 시작했다. 그동안 현대건설 매각 시기를 놓고 외환은행과 갈등을 빚어온 산은 대신 새 주주인 정책금융공사도 매각재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매각작업은 내년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주주협의회는 대우건설과 대우인터내셔널 등의 매각 결과를 보고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건설경기 악화 등으로 빠른 시일내 본격적인 매각작업에 착수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쌍용건설도 건설업계 불황으로 본격적인 매각 작업은 내년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쌍용차는 지난 10일 매각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오는 8월깨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계획이다. 이후 정밀실사를 수행한 뒤 투자계약(본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매각방법은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 등 외부자본 유치 방법이며, 입찰은 공개경쟁입찰로 진행된다.

매각가격은 회생절차상 유상증자 비율이 50% 이상 돼야 하기 때문에 현 시가총액인 4600억원 수준의 절반인 23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과 입찰경쟁을 고려하면 최소 3000억원에서 5000억원까지 육박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M&A가 앞으로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하게 인수 의사를 밝히거나 유력한 기업을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당분간 이런 분위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유럽발 재정위기가 확산될 경우 변동성이 커지며서 빅딜이 성사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내외 변수도 향후 M&A시장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성철 기자 steel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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