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 정상서 맛보는 돌미나리, 고사리, 냉이, 취나물 비빔밥 기막힌 맛
오봉 정상서 맛보는 돌미나리, 고사리, 냉이, 취나물 비빔밥 기막힌 맛
  • 승인 2010.06.1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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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기자의 서울 인근산 샅샅이 훑기> 여성봉-오봉

일요일 오전, 송추 가는 704번 시내버스 안은 발붙일 틈 없이 초만원이다. 덕분에 버스는 연신내와 구파발 정류장엔 정차하지 않은 채 그냥 통과한다. 버스를 기다리던 긴 행렬들이 버스가 그냥 지나치는 것을 보고 황당해 한다. 북한산성유원지 입구에서 많은 무리들이 내린다. 이제 겨우 자리가 난다. 차창 밖을 쳐다보는 여유가 생기니 한결 여행가는 기분이 든다.


#송추 탐방안내소 가는 길의 다리

송추유원지는 도봉산맥의 한줄기에서 기봉을 이룬 오봉산의 산록에 병풍처럼 협곡을 이룬 곳이다. 기암괴석을 돌아 계곡으로 흘러내리는 맑은 물과 수림이 더할 수 없이 아름답다.

또한 계곡 구비마다 수려한 운치가 넘친다. 고양시와 의정부시를 잇는 39번 국도변에 위치하고 있으며, 서울 구파발에서 출발하는 대중교통편이 좋다. 이렇듯 국도가 가깝고 교통이 편리하여, 송추유원지는 오래 전부터 수도권 주민들의 유원지 구실을 해왔다.



산세로 살피자면 도봉산 북서쪽, 사패산 서쪽에 자리한 유원지이다. 송추역 남쪽 3km정도 떨어진 곳에 약 4km의 계곡으로 이루어진 휴양지, 수영장, 낚시터 등을 갖추고 있으며 계곡에는 맑은 물이 흐른다. 근처 농원에서는 계절에 맞추어 딸기, 배, 복숭아, 포도 등이 입맛을 돋운다. 국립공원 송추지역은 오염되지 않은 계곡과 삼단폭포의 자연 경관이 수려한 곳이다.

송추유원지 입구에 들어서니 야유회장에서 들려오는 확성기 소리가 귀를 찢는다. 머리위로는 일산-의정부 간 민자고속도로가 동서로 길게 뻗어있고 자동차들이 쌩쌩 달린다. 조금 걸어 들어가니 길 옆 밤나무산장의 수족관에서 모래무지, 피라미, 마자, 빠가사리, 누치, 메기, 쏘가리 등 민물고기들이 쉼 없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얼큰한 민물매운탕에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 생각을 미리 떠올려본다. 입안에서 군침이 슬슬 돈다.


#오봉탐방지원센터

세 갈래 길의 푯말이 행선지를 가리키고 있다. 왼쪽으로 송추분소 1.5㎞, 사패능선 3.1㎞, 오른쪽으로 오봉탐방지원센터 0.2㎞, 여성봉 2㎞, 오봉 3.2㎞, 자운봉 4.9㎞. 오른쪽 방향으로 튼다. 송추 남능선이다. 오늘의 등반코스는 오봉탐방지원센터에서 여성봉, 오봉을 오른 후 자운봉을 1㎞남긴 지점에서 송추폭포 쪽으로 하산하여 송추분소로 내려오는 것이다. 오봉탐방지원센터의 예의 그 상냥한 여성분이 미소로 등산객들을 맞이한다. 서로들 정겹게 인사를 주고받는다. 참나무 종류들인 굴참나무 갈참나무 신갈나무 졸참나무 등이 길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한발 두발 올라서니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오늘 날씨가 꽤나 덥다. 그래 땀이나 실컷 흘려보자. 작정하고 빠른 걸음으로 내닫는다. 한참을 가니 저 멀리 우뚝 솟은 여성봉이 눈에 들어온다. 넓은 바위에 삼삼오오 앉아 휴식들을 취하고 있다. 땀 좀 식힐 겸 초콜릿 한 조각 입에 넣고 주변을 둘러본다. 사방 푸른 나무들이 꽉 들어 차 보기에 너무 좋다. 새삼 산의 소중함이 느껴진다.


#멀리 보이는 능선

여성봉을 500미터 앞두고 가파른 나무계단과 쇠사슬 험봉을 지나 정상에 다다른다.

여성봉에는 많은 등산객들이 모여 왁자지껄 시끄럽다. 사통팔달 확 트인 공간을 보노라니 절로 감탄이 나온다. 눈앞에 펼쳐져있는 오봉의 오묘함, 저 멀리 백운대와 인수봉의 웅장함과 신비로움, 앞쪽으론 만장봉 신선대 자운봉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가히 장관이다. 긴 휴식을 끝내고 오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11시 조금 지난 시간 난데없이 핸드폰 벨이 울린다. 자막에 보니 어젯밤 술잔을 함께 나눈 선배의 전화였다.


#여성봉



“형님, 어제 잘 들어가셨죠.”

“아니, 왜 안 오는 거요.”

“어딜요, 난 지금 송추에서 오봉 타고 있는데….”

“11시 불광역 2번 출구에서 보기로 했잖소.”

“일단, 아침에 나에게 전화주시기로 했는데 연락이 없기에 이쪽으로 왔죠.”

“할 수 없지, 나 혼자서 가야겠네.”

술자리에서 나눈 대화를 녹음해 놓을 수도 없고…. 각자 하산 후 나중에 만나기로 했다.



30여 분 후 오봉이 나타난다. 오늘 점심은 오봉 근처에서 해결해야겠다. 홀로 산행을 하면 식사하기가 영 거북하다. 약간 외진 곳을 찾아 자리 잡는다. 막걸리 한 사발 잔에 부어 쭉 들이킨다. 오늘 안주는 산채나물 비빔밥이다. 돌미나리 고사리 냉이 취나물 등을 고추장에 비벼서 용기에 담아왔다. 간편하기도 하고 맛이 일품이다. 향긋한 봄나물이 입안에서 씹히는 느낌이 너무 좋다. 여기다 알타리무김치를 곁들이니 천하의 진미다. 다시 한잔 부어라 마셔라. 혼자서도 잘 논다. 기분 너무 상쾌하다. 산행에서의 클라이막스다.



#오봉

하산 코스는 오봉을 지나 자운봉을 1㎞ 남긴 지점에서 송추폭포 방면으로 잡았다. 올라오는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가 옆을 스친다. 무척이나 힘든가 보다. 약 50여 분을 내려가니 사패능선가는 양 갈래 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사패능선 1.1㎞, 송추폭포를 0.4㎞ 남긴 지점이다.


#오봉




#멀리 백운대와 인수봉이 보인다



출입통제선 안에 있는 송추폭포에서 힘차게 물이 떨어진다. 가족과 함께 온 아이들이 신기한 듯 물줄기를 바라보고 있다. 송추2교를 지나 송추분소를 나서니 식당들이 즐비하게 늘어 서 있다. 불교 태고종 ‘도성암’ 주변에 전주산장 인천집 일월산장 한성가든 등이 족구장을 겸비하고 단체손님 끌기에 여념이 없다. 예전에 직원들과 함께 왔던 ‘송추두메골’도 눈에 들어온다. 후배인 사진기자 김 아무개는, 자신이 드리블 하다 상대에게 공을 뺏기면 파울이라고 우긴다. 그 당시를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엊그제 같았는데 그나저나 세월이 참으로 빨리 흘렀다. 송추유원지 버스정류장 건너편에 있는 중화요리집 ‘진흥관(031-826-4077)’앞에는 점심시간이 약간 지났음에도 손님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주변에서 알아주는 중식당이다. 고 육영수여사가 서거하신 1974년에 개업을 하였으니 올해로 36년째다. 자장면 면발이 쫄깃쫄깃하고 자장이 고소하고 담백하여 찾는 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송추폭포

360번 시외버스를 타고 연신내에 하차, 롯데마트 앞에서 아까 통화했던 선배와 만났다. 불광중학교 인근에 있는 불광사 아래의 ‘산이 좋아’에서 녹두전에 막걸리를 주문해 하산주를 대신한다. 선배와 산행은 제각기 하고 뒷풀이만 같이하게 되었지만, 막걸리 잔 앞에 놓고 가까운 이와 함께 하니 이 또한 인생의 크나큰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선임기자jkh414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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