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기자의 서울 인근산 샅샅이 훑기> 남산 올레길

남산에 올레길이 만들어졌다는 소식에 반가운 마음으로 달려갔다. 실로 수십 년 만에 찾은 남산이다. 지하철 3호선 ‘동국대 입구역’ 6번 출구를 나오니 장충파출소가 있다. 이곳부터가 장충단공원의 입구다. ‘안개 낀 장충단공원 누굴 찾아 왔던가∼.’ 왕년의 인기가수 故 배호의 히트곡 ‘안개 낀 장충단공원’으로 유명한 곳이다.




#리틀야구장과 장충단공원

공원은 전체가 나무숲으로 싸여 있어 더없이 포근하게 느껴진다. 팔각정 휴식 터에는 동네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한가로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공원을 거의 지나갈 즈음에 ㄷ형의 아담한 한옥이 눈에 들어온다. ‘다담에 뜰(02-226-9001)’이란 전통 찻집인데 식사도 함께 제공하는 레스토랑이다.


바로 앞에 서 있는 이준열사 동상과 한옥이 어우러지니 그 옛날 조선말기의 민족혼이 배어 나오는 듯하다. 이곳의 차(茶) 종류도 생소하다. 예를 들면 황차, 말차, 백화차, 찔레꽃차, 목련꽃차, 구절초차, 대입차, 박하차, 루이보스차 등이다. 식사도 예외가 아니다. 꽃비빔밥, 새싹비빔밥, 새싹녹차국수, 오미자화채 등.

리틀야구장을 지나면 외솔 최현배선생 동상이 있다. 여기서 남산산책로로 올라가는 계단의 출발점이다. 5분 여 땀 흘려서 계단을 올라서니 팔각정이 딸린 체력단련장이 나온다. 이곳에서 남측순환로로 접어들면 남산올레길의 시작이다. 입구 푯말에는 N서울타워(옛 남산타워) 2.8㎞, 석호정(궁도장) 120ⅿ, 국립중앙극장 900ⅿ를 나타내고 있다. 대한궁도협회 ‘석호정’ 도장은 말끔하게 차려 입은 노신사들이 사대에서 저 멀리 과녁을 향해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 석호정은 박정희 전 대통령도 자주 애용했던 유명한 궁도장이다.


#석호정

석호정을 나와 다시 걷는다. 산책로 양쪽에는 남산의 상징인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면서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다. 소나무 아래 작은 연못에는 풀벌레들이 뛰어 놀고 있다. 산책로 좌측에 아주 규모가 큰 체력단련장이 나타난다. 각종 기구들이 즐비하게 준비되어 있고 운동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쉼 없이 떨어진다. 표정들은 느긋하게 보인다. 이곳에서 우측으로 가면 숭의여대, 와룡묘가는 길이고, 가운데 계단을 오르면 서울타워 가는 직선길이다.


#소나무숲

계속하여 순환로를 따라가니 ‘국립중앙극장’이 눈에 들어온다. 국립중앙극장은 국립극장이라는 이름 그대로 정부의 보조를 받으며 순수한 무대예술이 사업대상이다. 자체공연, 대관사업, 연기자 양성, 국제문화 교류 등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다. 1949년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지금의 서울시의회 자리에서 처음 시작한 국립극장은 명동으로 옮겼다가 1973년 현재의 자리로 옮겼다.


내친 김에 남산의 볼거리들을 우리 애독자와 외국관광객들에게 잠깐 소개하고 넘어갈까.

먼저 ‘한양공원 표석’이다. 작년 남산3호 터널에서 남산 정상으로 가는 케이블카 승강장 입구로 올라가는 남산오르미(경사형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었다. 이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소파길을 따라 백범광장 방향으로 조금 올라가면 오른 쪽에 ‘한양공원(漢陽公園)’이라는 조그만 표석이 설치되어 있다. 이곳은 일제가 예전 남산식물원부터 남대문에 이르는 남산 서북쪽 약 100만㎡를 1908년에 영구 무상 임대받아 공원을 조성하기 시작, 1910년 5월 정식으로 문을 열었는데 고종이 개장식을 축하하며 ‘한양공원’이라는 이름을 지어 보냈다고 한다. 표석에 쓰인 한문글씨가 고종의 친필이라는 설이 있다.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서울애니메이션센터(02-3455-8346)’는 예전 일제가 대한제국을 탈취하기 위해 1906년 남산 기슭에 세운 통감부(統監府) 터로서 1910년 8월 우리의 국권이 빼앗길 때까지 이토 히로부미 등이 통감으로 부임하여 침략공작을 폈다. 1910년 일제 강점 이후에는 통감부가 조선총독부로 바뀌어 1926년까지 이곳에 있었다. 이후 서울특별시가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을 종합적으로 지원 육성하기 위하여 1999년 5월 이곳에 서울애니메이션센터를 설립하였다. 이곳에서는 연간 애니메이션 산업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사업과 신진작가 발굴을 위한 창작 및 제작지원, 다채로운 행사와 전시회 개최, 애니메이션 영화제, 정보실 운영 등 문화콘텐츠 산업의 저변확대를 위하여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남산골 한옥마을(02-2264-4412)’이 들어서 있는 필동(筆洞) 지역은 조선시대에 흐르는 계곡과 천우각이 있어서 여름철 피서를 겸한 놀이터로 이름 있던 곳으로서, 청학이 노닐었다고 하여 청학동으로 불리기도 하였다. 청학동은 신선이 사는 곳으로 불리울 만큼 경관(景觀)이 아름다워 한양에서 가장 경치 좋은 삼청동(三淸洞), 인왕동(仁王洞), 쌍계동(雙溪洞), 백운동(白雲洞)과 더불어 한양 5동(漢陽五洞)으로 손꼽히던 곳이다.

‘남산 국악당(02-2261-0515)’은 남산골 한옥마을 내에 위치하고 있으며, 2005년 11월 공사를 착공하여 2007년 12월 완료하였다. 이곳은 도심 한복판에 있는 국악예술의 진흥과 전통문화 체험의 전당으로 현재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시의 위탁을 받아 국악의 다양한 장르를 바탕으로 요일별 래퍼토리를 구성하여 다양한 공연 및 계절별 전통예술 기반을 활성화 하기위한 다양한 테마를 가지고 운영하고 있다

‘서울 천년 타임캡슐’은 남산 한옥마을 전통정원 남쪽에 서울 정도(定都) 600년을 기념하는 타임캡슐을 1994년 11월 29일 지하 15m 지점에 매설하였다. 타임캡슐은 보신각종을 본뜬 모양으로 직경 1.4m, 높이 2.1m, 무게 2.5톤, FRP외장 스테인리스 특수강(STS 316L) 유리섬유, 실리카겔 등으로 구성된 5중 구조로 진공처리(1/1000mm Hg) 및 아르곤가스 주입 보전하였다. 타임캡슐 안에는 1994년 서울의 인간과 도시를 대표할 수 있는 문물 600점이 실물 축소 모형 마이크로필름 Video-CD 형태로 수장되어 있는데, 현 시대의 사회상이 400년 이후인 서울 정도 1000년(2394년 11월 29일)에 후손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참고로 오늘은 남산순환로 A코스 종주다. 동대입구역에서 장충공원, 국립극장, 남측순환로, 남측포토아일랜드, 팔각광장(N서울타워, 팔각정, 봉수대 등), 남측순환로, 체력단련장, 소월시(詩)비, 남산도서관, 중앙광장(지구촌민속박물관 및 안중근광장), 삼순이 계단, 소파길, 서울애니메이션센터를 거쳐 명동역에서 일정을 종료하는 3시간 가까운 코스다.

B코스는 명동역에서, 남산 오르미, 한양공원 표석, 삼순이 계단 및 중앙광장, 남산도서관, 소월시(詩)비, 남측순환로, 체력단련장, 팔각광장, 남측순환로, 감로천약수터 산책로, 북측순환로, 시청 남산별관, 남산골 한옥마을까지다.


#멀리 보이는 한강다리

국립극장을 지나 조금 더 가면 순환로 왼쪽에 조망대가 나온다. 이곳 조망대에서 아래를 보니 강 건너 강남의 고층빌딩들이 눈이 부시도록 우뚝하게 서 있고 다리 밑을 유유히 흐르는 한강의 맑은 물이 남산을 에워싸며 미소를 짓는다. 순환로를 오가는 마라톤 동호인들의 뜨거운 숨결에서 서울의 활력이 묻어난다. 여기서 600여 미터를 가면 남산야외식물원이 자리하고 있다. 순환로 우측 길은 02번, 03번, 05번 등 남산순환로를 오가는 버스가 다니는 관계로 사람들은 무조건 좌측 길을 걸어야 한다. 산책로는 바닥이 재생우레탄으로 되어있어 발바닥에 와 닫는 감촉이 아주 부드러워 피로감이 덜하다.

남산소나무군락지탐방로 입구 안을 보니 빽빽이 들어 찬 소나무 사이로 비포장 흙길이 인상적이다.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흙길을 보니 새롭기만 하다. 초대받지 않은 잣나무와 벚나무도 버젓이 한 자리씩을 차지하고 있다. 아카시나무에서 뿜어내는 향기가 님의 향기 인양 달콤하기 그지없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한없이 상쾌함을 안겨주는, 그야말로 자연이 내린 종합선물세트다. 이 기분에 나라 일꾼마저 잘 뽑아주면 금상첨화련만. 교육감, 광역시장, 도지사, 구청장, 군수 등 어느 한 분야 소홀할 수 없는 자리다. 그나저나 꽹과리 쳐대며 신명내던 선거판도, 오늘 던질 주인의 한 표에 운명을 맡기고 다음을 기약하겠지.

동대입구역을 떠나온 지 1시간 가까운 오전 11시가 다 되어 남산포토아일랜드 남측지점에 도달했다. 서울의 한강 남쪽은 거의 다 시야에 잡힌다. 왼쪽부터 청계산, 반포대교, 관악산, 동작대교, 국립중앙박물관, 여의도, 월드컵경기장이 보이고 바로 우측 산등성에는 N서울타워가 웅장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신록의 계절 그 중심에서 바라보이는 모습들이 가히 장관이다.



다시 얼마를 가니 남산생태경관 보존지역이 나온다. 여기서 서울타워까지는 1.4㎞가 남았고, 우측으로 내려가면 1.2㎞ 후방에 남산골한옥마을이 있다.

잠시 후 남산순환버스의 종점인 남산타워 앞 정류장에 다다랐다. 정류장 옆 단층목조건물에는 남산반점, 편의점, 기념품점이 함께 기거하면서 손님받기에 여념이 없다. 조금 더 올라가면 우측으로 서울타워, 남산 팔각정 가는 길이고, 왼쪽으론 남산도서관, 중앙광장, 서울역 가는 길이다. 일단 우측 팔각정으로 갔다가 다시 내려와 남산도서관 방향으로 가야한다.

서울타워 가는 언덕배기에 따뜻한 햇살을 받은 단풍나무가 화사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다.





타워 앞 광장에는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들이 텐트 속에서 열심히 붓을 놀리고, 그 유명한 남산팔각정에는 옹기종기 사람들이 모여 앉아 얘기꽃을 피우고 있다. 옛날 옛적 지방에서 서울로 신혼여행을 오면 이곳 남산팔각정과 원남동에 있는 창경원, 그리고 북악스카이웨이에서 기념 촬영하는 것이 필수코스였다.


#남산팔각정




#팔각정 입구의 단풍나무


#소월시비

그때를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나라가 정말 가난했던 시절이었다. 남산팔각정 우측 아래에 있는 목멱산봉수대에서 시원한 물을 마시면서 잠깐 쉬어본다. 남측순환로를 다시 내려와 남산도서관 앞, 소월시비에서 유료주차장 안으로 들어오면 중앙광장이 나온다. 광장 가운데 분수대에서 허연 물줄기가 힘차게 하늘로 솟구친다. 이곳은 안중근의사의 동상이 있고 옛 남산어린이회관 터엔 지구촌민속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건물 우측 계단이 ‘삼순이 계단’이다. 텔레비전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촬영했던 연유로 붙여진 이름이다. 삼순이 계단을 내려와 북측순환로 입구를 뒤로하고 내려오면 리라초등학교다.


#삼순이 계단

바로 옆에 있는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오늘의 산책은 끝이다. 대한적십자사 아래, 4호선 명동역에서 전철을 타고 동대문 방향으로 달려간다. 편집장과 막걸리 한 사발하기 위함이다. jkh414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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