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옮김 송병선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폭넓은 정치적, 역사적 주제의식과 그것을 드러내는 유머러스한 방식, 다양한 문학적 시도로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라틴아메리카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1985년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레지옹도뇌르 훈장을, 1994년 스페인어권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세르반테스 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는 스페인어권 문단의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대가로, 젊은 작가 못지않은 창작열과 활동으로 유명하다.

최근 리고베르토와 재혼한 루크레시아는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리고베르토는 루크레시아의 육체적 매력에 흠뻑 빠져 있으며, 밤마다 그녀를 즐겁게 해준다. 이 발단 부분에서 작가는 느닷없이 그림 하나를 제시한다. 아내의 ‘궁둥이’를 자랑스러워해 신하 기게스에게 은밀히 아내의 알몸을 보여주는 신화 속 칸다울레스 왕의 일화를 그린 야코프 요르단스의 그림 <심복 기게스에게 아내를 보여주는 리디아의 왕 칸다울레스>가 그것이다. 이 그림은 밤마다 서로를 왕과 왕비라 부르며 쾌락에 취하는 리고베르토 부부와 연결되며 이들의 육체적 사랑을 역사의 영역으로 깊숙이 끌어들이고, 독자에게 이 작품이 그림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진행될 것임을 알린다. 이어 등장한 티치아노 베첼리오의 <아모르와 오르간 연주자와 함께 있는 베누스>는 앞으로 루크레시아가 직면할 피할 수 없는 욕망의 전주곡인 듯, 그림 속 베누스(루크레시아)가 오르간 연주자의 달콤한 음악과 아기천사 아모르의 손길에 서서히 욕망으로 달아오르는 장면을 포착하고 있다. 한편 루크레시아는 마흔 번째 생일날 어린 의붓아들 알폰소가 보낸 편지를 받는다. “새엄마는 이 세상에서 최고예요. 가장 예쁜 사람이고요. 나는 매일 밤 새엄마 꿈을 꿔요.” 이 편지에 루크레시아는 기쁨에 몸을 떤다. 리고베르토와 재혼하기 전 의붓아들 때문에 결혼생활이 힘들어질까 걱정했는데, 그것이 기우라는 게 확실해졌기 때문이다. 알폰소는 순수하고 착한 소년이었으며 더군다나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루크레시아는 의붓아들 알폰소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단순히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애정을 갈구하는 것 이상이라는 느낌을 받기 시작한다. 아이가 자신에게 거리낌 없이 매달려 키스해달라고 조르고 껴안을 때마다 묘한 유혹의 느낌을 감지하게 된 것이다.

새엄마와 의붓아들 간의 사랑이라는 흥미로운 소재, 아슬아슬한 기분으로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힘 있는 스토리텔링, 욕망에 대한 인간심리를 꿰뚫어보는 절묘한 묘사, 그리고 그림을 음미하는 기쁨까지, ‘새엄마 찬양’에서는 소설이 가지는 미덕을 빠트리지 않고 내보이는 바르가스 요사의 거장다운 면모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그는 문학작품이 인간의 욕망과 성애를 직접적으로 묘사하면서도 단순한 포르노그래피가 아닌 아름다운 예술로,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고찰로 승화될 수 있음을 이 작품을 통해 확실하게 보여준다. 246쪽/ 1만1000원 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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