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진단 연속인터뷰> 배우에서 국회의원으로, 최종원의 쓴 소리-2

- 최 씨는 노무현 정부의 탄생에 일정부분 기여하신 바가 있다. 그러나 한․미 FTA, 스크린쿼터제 폐지 등의 문제에서는 실망이 컸을 것 같다.

▲ 스크린쿼터, 이 문제는 가슴이 아픈 일이다. 당시 무슨 내막들이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스크린쿼터를 영화인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반대한다는 건 시장경제체제에 맞지 않다고는 보고 있다. 영화인들이 무조건 반대했는데, 이런 부분은 스스로 반성할 부분이 있다.

일정 부분을 협상을 해서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막을 건 막고 해야 했다. 정부 정책에 있어 한국영화 활성화를 위해 제작비 지원 문제 등을 잘 풀어나갔어야 했다. 공존의 의미가 있어야 했다.

- 현 정부 들어 민주주의가 후퇴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문화예술계까지 탄압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연극인들에게 있어서는 국립극장 법인화가 논란이 됐었는데.

▲ 유인촌이라는 사람이 장관되기 이전, 우리나라 연극계에 어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적이 없었다. 그냥 자기 극단 운영하다가 문 닫은 거 빼고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이 사람이 국립극단 문제를 어떻게 이런 식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같은 문화예술인으로서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국립극단은 60년 역사의 산 증거다. 30여 명의 관리자들이 60년을 버텨왔다. 30여 명이 버텨오게 그동안 내버려둔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다. 그런데 그동안 고생한 이 사람들을 모조리 잘라버리나? 그게 말이 되는가. 터키를 예로 들면, 국립극단이 30여 개가 있고 단원이 3000명이 넘는다. 그렇다면 늘리는 게 논리적으로도 맞다. 인원 늘려서 한 파트는 외국이나 지역에 가고, 다른 한 파트는 서울에서 공연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이 사람이 국립극단에 애착이 있었다고 자기 마음대로 정책을 만드나.

법인화에 반대하는 쪽 얘기를 귀담아 듣겠다더니, 결국 공청회든 뭐든 자기들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 유인촌 장관의 전반적인 정책과 관련해 상당수 원로 배우들이 발끈했다던데.

▲ 80세가 넘은 선배들한테, 고작 한다는 소리가 국립극단 법인화 되어도 당신들 생활은 보장해준다는 이딴 소리나 하니 노할 수밖에….

- 일각에서는 예술가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예술가들의 사회·정치 참여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인가.

▲ 예술가는 가만히 앉아서 예술만 해야 한다? 가장 바보 같은 소리다. 예술가들은 불의를 보고 침묵해야 하나? 예술이 아주 고귀한 것이라 여겨 참여라는 부분이 찝찝하게 여겨지는 사람들은 현실 참여와 예술 하기를 분리해서 보면 그만이다. 왜 그것을 연계시켜서 예술가는 정치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규정짓는가? 예술가든 누구든 어떤 누구에게나 현실이 있다. 정치 참여라는 것은 다시 말해 현실 참여다. 배부르게 잘 먹고 잘 살고 완벽한 사람이라면 참여할 필요 없이 그 방식대로 살아가면 된다.

- 이명박 정부 들어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집회나 행사 때마다 발언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는 일이 많았다.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한데, 현 정부를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나.

▲ 4대강 사업, 세종시 문제를 접어두고서라도 문제가 많다. 지금 유엔에서 발표하는 언론 지수만 하더라도 그냥 하락한 게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당연히 언론이 보장돼야 하고 국민들에게 민주주의라는 의미를 확고히 새겨줘야 한다.

4대강, 세종시 다 덮어두자. 결론적으로 천안함의 그 슬픈 사연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외국전문가들과 같이 조사를 해서 결과를 발표한 것조차도 국민들이 믿지 않는다. 국민들은 이 문제에 확신이 없다. 이건 국가 전체의 불행이다. 어떻게 이 지경까지 왔나.

대통령 담화라는 것을 청와대도 아닌 전쟁기념관에서 하는 태도만 보더라도 그렇다. 이게 정말, 이 정부가 국민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집단인지 의아하다. 저 같은 사람들은 정말 대통령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의구심이 든다. 이해가 안 간다. 연기자로서, 일상인으로서 현실을 바라봐도 이해가 안 간다. 그러니까 지금 국무총리실 사찰, ‘영포회’ 등 이따위 얘기나 들리고 있다. 언론 입 막고, 권력의 횡포만 날로 늘어간다. 소시민 억압하는 행태만 나오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 최근에는 김제동, 김미화 씨 등이 진보 성향의 인사로 분류돼 활동에 영향을 받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 예전에 이덕화 씨가 김대중 대통령을 겨냥해 한 발언으로 한참 고생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후보 시절, 다리 저는 것을 두고 정치적 발언을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와 문제가 됐던 것이다. 저는 당시 덕화한테 가서 너 진짜 그런 말 했느냐고 물었다. 덕화도 ‘형님, 제가 왜 그런 말을 합니까’ 하고 억울해 하더라.

어쨌든 저는 당시 박지원 비서실장 만나서 당신들이 이러면 안 된다고 따졌다. 이덕화가 누굴 지지했든, 이덕화 활동을 이런 식으로 중단시키면 당신들도 이전 정권과 차이가 없는 집단이라고 따졌다.

이덕화가 김대중 대통령과 성향을 달리했다 하더라도 이덕화가 가지고 있는 인기가 있고 대한민국에 일정부분 팬들이 있고 사랑하는 분들이 있다. 이덕화는 연기자로서 나타나 팬들에게 사랑 받을 권리가 있다.

방송에서 왜 배제하느냐고 했더니 민주당 쪽에서는 배제한적 없다고 하더라. 민주당 당신들이 이덕화를 구제해줘라고 건의했다. 짤막하게라도 KBS에서 구명운동해라고 건의했다. 그런 사건이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도 있었던 것이다. 분명 잘못된 일이었다.

그런데 이 정권은 어느 정도인가. 무슨 빨갱이 사냥하듯 난리다. 권해효, 명계남, 정관용, 김제동, 손석희, 엄기영, 김미화, 윤도현 등은 어떻게 됐나.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더군다나 문화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먼저 앞서서 난리다. 제가 장관이라면 이따위 세력들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정말 공정하고 투명하게 구제해 줘야 한다. 이게 무슨 민주주의 국가인가. 민주주의 표방하면서도 이 짓거리 한다면 그야말로 가장 더러운 나라다. 최소한 문화부, 교육부, 통일부는 권력과 상관없이 국가 백년대계 위해 자기 소신껏 행동해야 하지 않겠나.

- 정치판은 진흙탕이라고 하는데, 연예인이나 예술가들을 이미지마케팅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생각이 드나.

▲ 그렇게 많이 이용들 해 왔다. 저도 지금 생각해보면 2004년 민주당 비례대표 선거 관련해서 농간에 놀아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절 데리고 장난친 것 같다는 얘기다. 문화예술계 대표해서 최종원이가 4번 정도는 받을 수 있다고 하다가 또 어느 때는 5번 받을 수 있다, 7번 받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언론 플레이에 당하기도 했다. 중앙당의 누구를 만난 적도 없는데 그런 얘기가 흘러 나왔다. 그래서 이번에는 후보로 공천 확정 받고 선거판에 뛰어들었다.

문화예술인 중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했을 때 정치인다운 정치인으로 거듭난 분들은 몇 분 안 된다. 같은 연기자로서 부끄러웠다. 한 두 분은 제대로 정치했지만 인정 못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런 분들 볼 때면 안타깝다.

- 당선 이후 공약을 지키지 않는 후보들도 많은데.

▲ 환갑이 지난 지금까지 많은 역할을 해왔다. 독재자도 해보고 영의정도 해봤다. 거지도 해봤고 소시민도 해봤다. 도둑, 강도도 해봤다. 권력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알고, 또한 소시민의 가장으로서 가슴 아픈 게 어떤 것인지 안다. 실제 저도 30년간 전세방 생활을 한 소시민이기에, 그렇게 살아왔기에 서민들의 삶이 어떤지 안다.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안다.

정치하려고 누구한테 아부 떨 일도 없었고 아부 떤 적도 없다. 제가 지금까지 큰 죄 없이 거짓말 안 하고 인생을 살아온 만큼 제가 약속한 부분만큼은 지킬 자신이 있다. 많은 공약은 필요없다. 향후 선거운동을 하면서 공약은 지킬 수 있는 만큼만 약소하게 발표할 것이다. 강원 지역 선후배, 어르신들을 위해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는 평생 고민해왔다. 배우이기 이전에 그 부분을 많이 고민해 왔다. 선거 결과가 좋으면 최소한 지역 사회에 한줄기 희망을 선사하고 싶다.

- 그동안 수많은 연극, 영화 등 수많은 작품들을 통해 국민들과 소통해 왔다. 앞으로 국민들에게 어떤 배우로 남고 싶나.

▲ 정치를 하고자 나선 이유는 거듭 말씀드리지만, 현재 사회·정치적으로 너무 엉망이어서 두고 볼 수만 없어서다. 제가 당선이 되든 안 되든, 이번 기회에 많은 사람들이 왜 배우 하던 최종원이가 저렇게 나섰을까, 하는 의심을 해보셨으면 한다.

선거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든 나쁜 결과가 나오든, 분명 다시 배우로 돌아갈 것이다. 제 직업은 정치인이 아니라 배우이다. 정치권에 오래 있을 성격도 못 된다. 저를 아껴주시는 팬들이나 국민들은 최종원이도 혹 정치에 물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붙들어 매셔도 좋다. 좋은 배우의 모습으로 다시 찾아뵙겠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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