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 하얀 구름, 고운 수련꽃…완벽한 여름이다
파란 하늘, 하얀 구름, 고운 수련꽃…완벽한 여름이다
  • 승인 2010.08.0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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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상의 삶의 향기 폴폴>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여름 찬가

또 하나의 우주다. 완벽하다. 무엇 하나 구족되지 않은 것이 없다. 파란 하늘도 있고, 하얀 구름도 있다. 거기에다 수련도 있고 곱게 꽃도 피워냈다. 당연 물도 있고 생명도 있다. 완벽하게 구족되어 있는 세상이다. 지수화풍의 오묘한 조화를 통해 하나의 우주로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인연으로 연결되어 시시각각 변화함으로서 상황에 맞게 적응하고 있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눈비가 오면 오는 대로 대응하고 있다. 무엇 하나 부족하지 않고 무엇 하나 넘치지 않는다. 더할 필요도 없고 뺄 필요도 없으니 완전하다.

완벽함을 유지하고 있는 세상은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작은 연못이다. 전라북도 완주군 경천면에 위치하고 있는 연못이다. 얼마나 작은지 연못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다. 잔디를 심어놓은 밭 한구석에 위치하고 있다. 밭주인이 잔디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물을 공급받기 위해 만든 인공 연못이다. 가뭄에 대비하여 파놓은 저수조이다. 사람의 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하나의 생태계로 확장 발전되었다. 알 수는 없는 일이지만 연못을 판 사람의 의도와는 다르게 변했을 것이다.



연못은 저수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밭주인의 입장에서는 그 것만으로 만족이다. 가뭄이 들었을 때 잔디에 물을 공급해줄 수 있으면 된다. 연못이 하나의 우주가 되는 것은 순전히 제 스스로의 일이었다. 햇살을 받고 바람을 맞이하면서 시나브로 만들어갔다. 비가 내리면 물을 받고 가뭄이 들면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그러면서 찾아온 생명들이 삶의 안식처로 삼고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연못의 주인은 잠자리다. 빨간 색을 자랑하는 고추잠자리도 있고, 회색의 밀잠자리도 보인다. 그런데 잠자리의 모습이 이상하다. 꼬리가 아주 짧다. 고추잠자리라면 하늘 높이 떠서 무리지어 비행해야 맞다. 그런데 꼬리가 잘록한 잠자리는 하늘 높이 나는 것이 아니라 수면 위를 낮게 비행하고 있다. 이상하다. 자세히 관찰해보지만 한계가 있다. 야속한 잠자리는 관찰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는다. 단지 추정할 뿐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꼬마 잠자리가 아닐까? 확인할 길이 없으니, 미루어 생각할 뿐이다.

한가롭게 비행하는 잠자리가 마음에 평화를 준다. 잠자리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잠자리에게 욕심이 있을 리 없고 설사 있다 하더라도 사람만큼 많을 리도 없다. 잠자리의 비행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다. 구족된 세상에서 마음껏 누리는 삶이란 바로 저런 것이 아닐까? 욕심 부리지 않고 순간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면 그 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내 생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내 방식 내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 내 생각으로 바라보면 세상의 모습을 바르게 볼 수 없다. 내 생각에는 욕심이 담뿍 들어있고 무엇인가를 취하고 싶은 이기심도 가득하다. 그러니 세상의 바른 모습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나 자신의 욕심을 채울 수 있는 쪽으로만 보게 된다. 자연 세상의 모습이 왜곡되고 굴절되어 보인다.

욕심으로 가득 차 있는 내 마음으로 바라보는 여름은 짜증이 넘쳐난다. 무엇 하나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 없다.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오관을 통해서 감지하는 모든 자극들이 불쾌하다. 그러니 당연 여름이 싫고 고통의 연속인 계절이 돼버린다. 빨리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앞선다. 무더위 앞에서 어쩌지 못하고 있는 나를 잠자리가 보았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문득 잠자리가 나를 보고 얼마나 한심하다고 웃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연못의 여름은 잠자리에게 최고 아름다운 세상이다. 더 바랄 것도 없고 뺄 것도 없을 정도로 완벽한 세상이다. 여름이야 말로 사계절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절 아닌가? 등에서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감지하면서 잠자리의 눈으로 여름을 보려 노력한다. 욕심을 내려놓고 여름을 보니, 모든 게 아름답게 보인다. 짜증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찬란하게 빛나는 여름이 다가온다. 실컷 누려야겠다.





한옥마을과 어머니

문화관광부에서 전주 한옥마을을 한국의 별로 선정하였다는 소식이다. 명성이란 묘하다. 예전에 보았던 한옥마을이 달라 보인다. 새로운 느낌이다. 보이는 것마다 정감이 간다. 골목마다 아기자기한 정이 배어난다. 전에 느껴보지 못한 생소함에 마음이 설렌다. 한옥마을의 변신을 통해 내 삶을 돌아본다. 한옥마을의 가치는 눈에 보이는 겉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살아오면서 추구하는 모든 것도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곁에 있을 것이란 생각에 이른다.



겉모습만을 보는데 그친다면 한옥마을이 한국의 별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한옥을 보고 있노라면 어머니가 그리워진다. 고향 집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3칸의 작은 집이었지만 우리 가족의 꿈을 키워가던 보금자리였다. 그렇게 많은 식구들이 어떻게 그리 좁은 집에서 살아갈 수 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그래도 작은 불편도 없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그 모든 기적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지극한 헌신과 사랑 덕분이었다. 가난한 살림 속에서도 웃음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근검절약 덕분이었다.






어머니가 못하시는 것은 없었다. 무슨 일이든 손수 다 하셨다. 바구니도 직접 만드셨고 바느질도 손수 하셨다. 어머니 손으로 못하시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것도 어머니의 손만 닿으면 뚝딱 만들어졌다. 비록 조금은 엉성하고 볼품이 없기는 하였지만 사용하는 데에는 아무런 불편이 없었다. 보기에 좋지 않다고 불만을 터뜨리면 어머니는 그저 지그시 바라보셨다. 그리고 환하게 웃으셨다. 그런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더는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의 만물상자 안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은 골무다. 볼품없는 물건이었지만 어머니에게는 아주 소중한 생활 도구였다. 세탁소나 수선집이 없었던 그 시절에 골무 없이는 살 수가 없을 정도였다. 골무는 바늘과 함께 무엇이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마법상자였다. 낡은 것을 깁는 것에서부터 새 옷을 만드는 일까지 할 수 없는 일이 없었다. 가족의 마음과 마음을 연결시켜주는 사랑의 메신저였다. 한옥을 바라보면서 왜 골무와 바늘을 떠올렸는지 모르겠다.



살다보면 예상하지 못한 일을 겪기 마련이다. 보고 싶다고 하여 모두 다 볼 수는 없다. 받아들이고 싶다 하여 다 받아들일 수 없는 것처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한옥을 보면서 사는 것 자체가 모두 다 도라는 생각이 든다. 의도하지 않은 일이 앞을 가로막는 것이 인생이다. 서 있는 이곳에서 순간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빛나는 인생이리라.



한옥마을이 정겹게 다가온다. 골목 구석구석이 더욱 애정이 간다. 한옥마을의 아름다움은 겉에 드러나지 않다. 왜냐하면 한옥마을은 순간에 구축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사람들의 사랑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우뚝할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의 별이 되었다. 앞으로도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한국의 별에서 지구촌의 별로 우뚝 서기를 기원해본다. 한결 같은 눈길로 사랑을 독차지 하는 그런 곳이 되었으면 한다. <춘성 정기상 님은 전북 완주 가천초등학교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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