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민주당 전대 점입가경

6월의 박수 소리와 환호성은 불과 100여일도 가지 못했다. 민심을 읽지 못하고 만만히 봤던 7월 재보선의 패배는 민주당호를 또 다시 ‘암초’에 부딪히게 만들었고 선장인 정세균 대표는 사퇴를 선언했다.

9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지만 어두운 그림자는 좀처럼 가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각 계파들이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며 갈등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당의 운명도, 올 가을 정기국회의 주도권도 모두 밝지 않다는 게 당 관계자의 말이다. 점입가경으로 빠져들고 있는 민주당 내 당권경쟁 양상을 살펴봤다.



“지난 2년 1개월간 2번의 재보선과 지방선거는 승리했지만 7․28 재보선은 패배했다. 대표로서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사퇴를 선언한 정세균 전 대표는 자신의 성적표가 ‘3승 1패’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다음 달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출마에 연임에 도전한 뜻도 감추지 않았다. 정 전 대표는 이와 관련 “민주당과 국민을 위해 어떤 비전과 자세로 일해야 할지 모색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정 전 대표는 대표 재임기간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1~2%에 머물며 자신을 부각시키는데엔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그 사이 민주당 지지율은 10%대에서 25~30%대로 뛰어 올랐다. 지방선거에서 ‘반 MB 연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 것도 수확으로 평가받는다.

정 전 대표를 비판했던 비주류측은 미디어법과 4대강 사업 등에 대해 ‘야성’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퍼붓는다. 정 전 대표측도 “당이 좀 더 왼쪽으로 가야한다는 게 정 전 대표의 생각”이라며 자유로워진 활동 반경을 토대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임을 시사했다.

당 노선 ‘전면 수정’

9월 대회전에서 정 전 대표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는 정동영 의원과 손학규 전 대표가 거론된다. 모두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명예 퇴임’을 놓친 정 전 대표를 압박하며 민주당호를 넘겨 받기 위해 암중모색하고 있다.

정 의원은 이와 관련 “큰 정치를 하라는 여망에 부응하겠다”며 당의 노선 변경과 집단지도체제 도입 필요성을 들고 나왔다. 아직 전대룰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전대 출마 의사를 사실상 밝힌 셈이다.

정 의원은 “민주당이 수권정당이 되려면 현재의 당 노선과 이념을 선명하게 정돈할 필요가 있다”며 “어떻게 하면 정권을 되찾아 올 수 있을지 고민과 진로모색을 거기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생각하는 차기 대선 구조는 한나라당과의 1대 1 대결구도다. 그러기 위해선 당이 치열한 논쟁을 통해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 의원은 정 전 대표를 향해서도 “이길 수 있는 선거에서 참패했고, 만일 승리했다면 4대강 사업도 완전히 막을 수 있었는데 아쉽게 됐다”며 비판했다.

정 전 대표가 친노․486 그룹과 지난 2년간 대표 재임 중에 임명한 인사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데 반해 정 의원은 과거 대선에서 자신을 도왔던 비주류의 지원사격을 받고 있다.

“이대로 가면 공멸”

그 동안 칩거했던 손 전 대표도 ‘잠수’를 끝내고 본격적인 움직임을 꾀하고 있다. 최근 대의원을 상대로 한 차기 당 대표 선호도 여론 조사에서 손 전 대표가 1위로 꼽힌 것도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요인이다.

손학규계로 꼽히는 전혜숙 의원도 “지금의 전대 준비위원회는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재구성을 주장했다. 지금의 전대 준비위가 정 전 대표를 재추대하기 위한 것이나 목소리가 큰 계파 간 지분 나누기 형식으로 비친다면 민주당은 결코 국민의 지지와 사랑을 받을 수 없다는 게 전 의원의 질타였다.

정 의원의 비주류에 맞서 원혜영 전 원내대표 등 33명의 전․현직 의원이 결성한 ‘진보개혁모임’(가칭)의 움직임도 눈여겨볼 만하다. 김근태 상임고문을 좌장으로 하는 민주평화국민연대 소속의 이목희 우원식 유기홍 전 의원과 최재성 백원우 우상호 의원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당 지도부가 서민과 중산층의 고통을 보여줄 수 있는 대안 모색을 찾기 위해 제대로 노력하지 않았다”며 “정강과 정책에서 ‘좌클릭’이 2012년 집권을 위한 민주당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 의원과 천정배 추미애 김영진 강창일 문학진 의원 등 비주류 의원들의 모임인 ‘민주희망쇄신연대’에 대해서도 “막무가내식 당권투쟁으로 비춰지면서 국민들의 실망감을 크게 키웠다”며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대립은 바람직한 전당대회의 전망을 흐리게 하고 있다. 우리 모두 함께 추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정-손-정’ 빅3 외에도 천정배, 박주선, 김효석 의원 등이 일찌감치 구슬땀을 흘리며 전대 준비에 들어가 당권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김승현 기자 okkdo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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