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어떻게 마무리 되든 정부와 국민 다 같이 책임져야할 몫”
“사업 어떻게 마무리 되든 정부와 국민 다 같이 책임져야할 몫”
  • 승인 2010.08.1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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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진단 연속인터뷰> ‘천성산 지킴이’서 ‘낙동강 지킴이’로 지율스님-2

- 불국사 주지, 조계사 총무부장 등이 4대강 사업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 4대강 사업을 전부 반대해야 한다거나 전부 찬성해야 한다는 식의 논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들은 앞으로의 결과다. 어떤 개인이 4대강 사업을 찬성한다고 해서 일일이 문제를 제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비록 그분들이 조계종 원로 스님들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개인일 수도 있다. 거기에 너무 민감하게 접근할 필요까지는 없다. 저에 대한 시각 역시 마찬가지다. 제 의견도 개인의 얘기이고 4대강 사업에 대한 또 다른 하나의 관찰 결과일 뿐이다.

- 수경스님이 잠적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 저는 종단과 이런 문제를 논의해 본적이 없다. 그래서 지금 서울 쪽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다만 스님이 어떤 이유로 떠났든, 그 빈자리는 늘 우리 마음속에 있다. 원인보다는 남아있는 부채에 대해 우리는 나눠야 한다. 그래서 더 부담스럽다. 의지할 분이 사라졌으니 말이다.

- 지방선거 이후 지방자치단체에도 변화가 있었다. 이들이 4대강 사업 반대 여론에 어떻게 부응할 수 있을 것 같나. 중앙정부의 방침을 거부할 수 있을지 의문인데.

▲ 서울 쪽에서는 계속 정치적인 현안으로 가져간다.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저 같은 경우나 제 주위에서 움직이는 분들은 지역에서 성명서를 내고 강 주변을 돌아다니며 활동하고 있다. 얼마 전엔 구미의 종교단체들이 성명서를 내고 출범을 했다.

수레를 가게 하려면 말을 때려야지 수레를 때려봐야 소용이 없다. 안 가는 수레를 때릴 수 없지 않는가. 움직임이 있는 쪽에서 계속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 어마어마한 정치적인 것들보다 지역에서 그리고 강을 바라보면서 우리들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끄집어 모아내는 일들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구미 지역의 낙동강은 현재 가장 많은 것을 잃었다. 낙동강 구간에서 가장 늦게 4대강 사업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많이 잃고 나니 시민들도 그제서야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부산, 밀양, 마산, 대구, 상주, 구미 등을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만드는데 1년이 걸렸다. 직접 현장에 나와야 한다고 마음잡은 지 1년이 넘은 것이다. 지류들이 많이 모이면 강이 커지듯, 작은 단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일을 하다보면 흐름이 커지면서 큰 물이 되리라 생각한다.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다.



- 선거 이후 낙동강 주변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 사실 지역민들은 보상 문제를 많이 생각한다. 우리 밭에 어떤 흙이 들어오는지, 4대강 완공되면 앞으로 농사는 어떻게 지을 것인지 등에 대한 생각 말이다. 우리가 교육이 없는 나라가 아닌데도 자연에 대해 훈련이 안 돼 있는 것 같다. 자연에 대한 감수성보다는 계속 보상 문제로 접근하니까 한편으로 이 분들은 놓아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다. 이 사업과 이해관계가 없는 분들은 현장에 오면 누구라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자연의 상처가 사람의 상처로 옮겨가고 있어 어딜 가더라도 가슴이 답답하다. 이런 부분이 환경 운동 속에서 좀 더 동기화 되고, 사람들 마음 속에 잠재 해 있는 것들을 깨웠으면 한다. 문수스님 소신공양이 그런 것에 힘을 실어준 부분들이 있다. 결과적으로 지속적으로 해야 할 것들을 잡고 늘어져야 한다. 설사 완공된다 하더라도 계속되는 문제다. 새만금 문제도 그렇고 천성산 문제도 그렇다. 계속되는 안타까운 문제들이다.

- 전문가들은 지금 멈춰도 늦지 않았다고 하는데.

▲ 현재까지의 공사량으로 봤을 때, 100년만 지나면 원상복구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댐을 쌓고, 어떻게 보를 세워도 모두 다 원점으로 돌아간다. 서울처럼 큰 도시가 딱 들어서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으면 자연은 자신의 생명력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한 알의 모래가 낙동강 상류에서 부산까지 내려가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지는 모르지만, 1킬로 반경 안에서 준설된 것들은 10년만 가만히 놔둬도, 굳이 복원하려 애쓰지 않아도 원점으로 돌아간다. 이제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철저히 고민해 봐야 한다.

- 남한강 주변에서는 석면 등 1급 발암 물질이 검출되기도 했다. 다른 강들도 무사하리라는 보장은 없는데.

▲ 어떤 문제든 이 정부가 인정을 하지 않는다. 문제가 안 되는 시스템 속에 우리가 사는 것이다. 거짓말을 하는 것들을 그냥 제도적으로 방어를 해버리니까 오히려 엄연하게 사실관계가 아닌 것들이 홍보되고 있다.

예전에 캐나다에서는 두꺼비 희귀종 하나가 나온 것 가지고 국책사업을 멈췄다. 그런데 이 정부는 석면보다 더 한 게 나온다 해도 꿈쩍 안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국민들 인식의 문제인 것 같다. 국민들도 석면보다 더 한 게 나와도 끄떡 안 한다. 현실이다. 사회전체가 용인하고 있다. 그런 것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하지만 지금은 어려워 보인다. 지난 대선 때 대통령 후보에게 어떤 혐의가 있어도 용인해 준 것처럼 말이다.

- 과거 천성산 사태와 4대강 사업을 비교해보자면.

▲ 똑같다. 정말 똑같다. 고속철도도 거의 23조가 들었다. 처음에 5조 든다고 했다가 결국 4배가 넘는 공사비가 들었다. 현상 유지조차 안 될 것이다. 사실 고속철도 문제를 잘 들여다보면, 그것에 대한 반성만 있으면 4대강 사업도 절대 할 수 없다.

제가 천성산 소송을 아직 놓지 못하는 것은 제 개인적 명예가 아니라, 고속철도와 이 4대강이 너무 똑같이 굴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이 움직이는 것에서나 언론이 왜곡하는 것에서나 법원의 판결 등에서나 전체 시스템이 똑같이 굴러간다.

- 최근 일각에서는 천성산 터널 반대활동으로 대구-부산 간 KTX 공사가 중단되면서 직간접 피해 규모가 수조원에 달했다고 지적한다. ‘생태계 파괴와 무관했다’는 반박도 나오는데.

▲ 저는 왜곡보도를 한 조선일보, 중앙일보를 법정에서 다 이겼다. 이번에도 보수 신문들이 그런 주장을 하고 있는데, 사실이라고 할 수 없다. 여러 매체들을 통해 이미 다 밝혀진 것이다. 공단이 법원에 제출한 공사비 내역을 보면 알 수 있다. 손해? 그 공사는 계약금에서 5000억이 깎여 끝난 유일한 구간이다. 더군다나 천성산 구간은 4개월 앞당겨져서 끝났다. 예산이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정말 간단하고 누구나 알 수 있는 것들을 여전히 이 사회가 폭력적으로 왜곡하고 있다.

저는 이 문제가 대한민국 발전의 걸림돌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소송했다. 이 문제는 국민법정에 세워야 한다. 도대체 우리사회가 얼마나 무개념이면 2조50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진보․보수 논객 할 것 없이 아무 근거 없이 주장을 펼치고 있는지 이해가 안된다. 사실 이 문제도 4대강 사업 문제만큼 중요한 사건이다. 어떻게든 매도될 수 있다는 얘기다.

- 4대강 사업도 천성산처럼 막을 수는 없을까.

▲ 현장이 너무 광범위하다.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는 게 한 가지 있다. 나중에 행동으로 옮기면 좀 도와 달라. 중요한 것을 잃게 되고 나니까 다들 조급해하고 있다. 안 해서 그렇지 방법은 많다.

- 4대강 사업이 강행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나쁜 선택을 계속 하고 있다. 정부나 국민들 모두 마찬가지다. 시행착오라는 교훈은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이 어떻게 마무리 되든 정부와 국민이 다 같이 책임을 져야할 몫으로 남을 것이다.

- 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 강에 가보라고 말하고 싶다. 경남도지사도 강에 가보라고 했지 않나. 강에 가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파괴되는 강을 보면, 강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사람과 좋아지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물론 후자의 입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하다. 정치적으로, 그런 입장을 표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만약 정치적이지 않은 발언이라면 어떻게 같은 시대에 같은 교육을 받았는데 그 감정들이 그렇게 다른지 의문이다. 정부 사람이든 지자체 사람들이든 제발 강에 가보라.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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