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진단 연속인터뷰> 정년퇴직한 동국대 강정구 교수-2

- 그렇다면 북한 인권 문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고 보나.

▲ 이 3가지 기준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따져보자. 북한 주민들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게 김정일인가 남한인가 중국인가 일본인가 미국인가. 지금까지 계속 주도해온 게 누군가. 미국이다. 인권 보고서를 내는 미국이다.

북한은 현재 경제적으로 최악의 상황이다. 이런 걸 악화시키는 게 1945년부터 미국이 취하고 있는 경제봉쇄 정책이다. 월드뱅크에서 지원하는 것을 일체 통제한다. 심심하면 금융거래를 중단시킨다. 남한에서 전력 지원하는 것도 막는다.

북한 주민의 문화권을 침해하는 것도 미국이다. 이런 주된 요소와 북한의 개혁‧개방도 미국이 선봉에 서서 막고 있다. 지금 이명박 정부도 마찬가지다. 북한 인권 침해를 미국과 함께 자행하고 있다.

미국이야말로 북한 인권의 최대 침해국이다. 이런 것을 국내에서 인권 얘기하는 사람들이 알고 얘기해야 한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잘 모르고, 이제 북한 인권에 대해서도 얘기할 때가 됐다고 말하는 진보 진영도 마찬가지다. 미국이라는 근본을 건드리지 않으면 대안이 서지 않는다.

자유권, 시민권, 정치권에 대해서는 북한 정부의 잘못이 크다. 북한 주민 입장에서 보면 끊임없이 전쟁 위협에 처해 있기에 자유, 시민, 정치권이 뭐가 그리 중요하겠나 싶기도 할 것이다. 어느 정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여길 수도 있다. 이라크 사람들에게 무슨 놈의 인권이 있냐며 위안할지도 모른다.

- 북 인권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어떤 대안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 평화협정이야말로 인권 문제에 있어 최선책이다. 나머지 것은 다 풀리게 돼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6자회담을 열어 매듭지으면 인권 문제는 해결되게 돼 있다. 북한 스스로도 자유, 시민, 정치권을 제약할 빌미가 없어진다. 이런 방식으로 근본적인 부분을 건드려야지, 북한 인권 이야기 하면서 북한에 삐라를 뿌리는 게 말이나 되나.

- 얼마전 강 교수 스스로 자신의 이론을 수정했다고 알려졌다. 미국, 중국을 둘러싼 ‘신냉전’이라는 논의인데, 지금까지 어떤 입장이었나.

▲ 80년대 중반이 되면 소련이 약화되고 미국의 위협 존재가 일본일 될 것이라 봤다. 미국에서도 팽배했던 논의이다. 그런데 90년대 되면서 중국 위험론이 대두됐다. 이제 21세기에 미국을 위협할 국가는 중국뿐이다.

미국의 전략보고서를 보면 중국을 봉쇄‧포위하겠다고 한다. 전쟁까지도 염두에 둔다. 반대로 중국의 경우, 미국에 대한 봉쇄‧전쟁불사 전략을 가지고 있더라도 힘이 약하니까 당장 맞대응하기 힘들다. 비록 지금은 약하지만 2025년 정도가 되면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을 능가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세계은행이 전망을 하고 있다.

그때가 되면 중국이 더 이상 미국의 패권 앞에 동북아 수준에서 굴복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개인적인 전망이었다. 세계적인 패권을 미국이 갖고 있더라도 동북아에서 만큼은 중국이 지역 맹주라는 것을 미국이 인정해야 한다고 봤다. 이런 적대관계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지역 맹주를 차지하기 위한 적대관계가 다른 분야로까지 확대되면서 세계적 수준의 냉전은 아니지만 동북아 수준의 신냉전이 형성된다고 봤다. 과거 미‧소 냉전 때 우리가 아무리 통일하려고 해도 불가능했던 것처럼, 또 동북아에서 신냉전이 고착화 되면서 이 규정력 때문에 통일은 물 건너가게 된다는 우려를 했다.

이 때문에 2025년 이전에 남북이 형식적으로라도 부분 통일을 해서, 통일의 상징성을 지녀야 한다고 봤다. 한반도 통일을 지구촌에 기정사실화시켜야 한다는 게 제 주장이었다. 연합‧연방제 합의 통일 방안인 6.15공동선언이 통일의 초석이 돼야 하는 것이다.



- 최근 수정한 내용은.

▲ 이전 논의가 통일이 생각보다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었다면, 지금 생각은 20년 동안 평화통일의 호조건이라는 것이다.

2008년을 계기로 미국은 빚더미를 지게 됐다. 이미 중국은 G2 계열에 올라왔다. 그러니까 미국이 중국의 도움 받지 않고는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런 상황들이 장기적으로 이뤄질 수박에 없는 구도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서로 신냉전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명분이 없어진 것이다.

어쨌든 한반도의 냉전분단 적대체제를 끊임없이 만들고 강제한 제 1주범인 미국의 힘이 약해졌다. 하지만 새로 부상하는 중국의 힘은 한계가 있고, 또한 중국은 전통적으로 평화공존 원칙을 중시하기 때문에 미국처럼 패권 지향도가 높지 않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남북이 평화통일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아갈 때 미국처럼 가로막거나 못하도록 방해하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2020년까지가 평화통일의 가장 호조건이다. 이런 세계질서, 동북아 질서에 맞춰서 나아가야 한다. 지난 1/4분기 경제 지표만 봐도 호조건임을 알 수 있다. 한국 수출량의 26%를 차지하는 게 중국이다. 말레이시아, 대만, 홍콩 등은 다 중국권이기 때문에 30%라 봐도 무방하다. 일본도 20% 정도 중국권에 수출한다. 특히 일본은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동아시아 중시 정책으로 나오고 있다.

미국과의 유대관계만으로는 이제 살아갈 수 없다. 그러니까 일본도 중국 중시 정책으로 바꾼 것이다. 천안함 사태가 벌어져서 한‧미‧일 수구 세력들이 이런 분위기를 뒤집으려 했으나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했다. 역사의 흐름상, 한반도 평화통일의 호조건이 만들어 지면서 동북아 질서가 미국의 절대적 영향 하에서 벗어나고 있다.

- 통일은 어떤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 핵심은 연방제다. 만약 형식적인 통일이 되면, 20년 동안 남쪽은 지금 식의 자본주의, 북쪽은 지금식의 사회주의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 북쪽은 미국이 개입하지 못하니까 경제체제가 개방돼 시장경제가 활성화 될 것이다. 개성공단이나 신의주 공단 등 민족경제공동체가 엄청나게 확대된 이후 시장경제가 확대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북한의 변화를 읽어나가야 한다.

남쪽은 연방제 기간 동안 예속성을 버리고 북한의 자주성을 본받아야 한다. 북쪽은 반대로 남쪽의 권력집중이 아닌 엄청난 민주성을 본받아야 한다. 남쪽의 역동성 또한 본받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 기간 동안 서로 교류협력하면서도 경제벽을 완전히 허물어서는 안된다.

통일정부의 최고책임자는 돌아가면서 하면 된다. 장관은 남북 양쪽에서 중앙통일정부를 지휘하고 남과 북을 아우르는 민족 경제부 등은 장관을 더 많이 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월드컵 권한은 중앙정부에 많이 이관해야 한다. 그렇지만 인민군, 국방부는 중앙정부에 5% 정도만 둬야 할 것이다. 향후 돈독해지고 20년 정도 지나면 통일의 분위기는 60% 이상 자연스럽게 갖춰진다고 봐야한다.



- 일각에선 통일을 꼭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 자존심이 있다면 당연히 통일을 추구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원해서 사이가 벌어진 게 아니다. 합의 이혼이 아니라, 외세에 의해 강제로 이혼한 것이다. 이것을 회복하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통일은 외세에 짓밟힌 주권과 자주권을 회복하는 것이다.

자존심이 있다면 이런 문제를 끝장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오스트리아와 독일처럼 오랜 역사 동안 갈라져 있었다면 같은 민족이라 해도 통일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국토가 갈라진지 60년 밖에 되지 않았다. 통일은 충분히 고민해 볼 문제다.

- 끝으로, 통일 논의를 정리하자면.

▲ 다시 말하자면 통일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중시하는 인권 문제다. 앞서 평화 생명권을 얘기했지 않나. 전쟁을 막고 평화를 보장받고 목숨을 보존 받을 권리다. 한반도에선 한국전쟁 이후 무려 11번의 전쟁 위험이 있었다. 생명권을 보장받기 위해 반드시 통일돼야 한다.

한반도 전쟁 실상을 제대로 알면, 통일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회, 경제, 문화권도 마찬가지다. 2008년 OECD 자료에 의하면 군사비를 가장 많이 지출하는 국가가 미국, 영국, 한국 순이다. 선진 국가 29개국 중에서 가장 높다. 통일 되면 이렇게 많이 쓰겟는가.

군사비를 이렇게 안 쓰면 그 군사비가 다 어디로 가나. 군사비가 예산의 16%에 달한다. 반면 복지비는 29개국 중 28등이다. 군사비에서 2~3%만 떼어 내도, 실업 보험, 기초생활보장, 대학등록금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사회, 경제, 문화권이 얼마나 높아지겠는가.

통일되면 국가보안법도 사라질 것이다. 통일은 그야말로 인권에 대한 문제다.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인권은 한반도 사정상 평화통일 없이는 제대로 이룩해 내기 힘들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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