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여, 짱돌을 들고 바리게이트를 쳐라”

한국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특히 국가보안법 사범 증가, 노동 탄압 등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사회적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신공안정국’으로 일컬어지는 공안통치에서 파생된 숱한 문제들이 여전히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클리서울>은 2007년부터 국가보안법, 남북관계, 노동 인권, 생태 환경 등의 문제 개선을 위해 각계 인사들과 연속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그동안 송두율 교수, ‘야생초 편지’의 황대권 씨, 재야인사 김낙중 선생, 고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독립영화 ‘송환’의 김동원 감독, 김세균 서울대 교수, 강기갑 민노당 대표, 노회찬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 정세현․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우종 덕성여대 명예교수, 홍윤기 동국대 교수, ‘민족일보’ 고 조용수 사장의 친동생 조용준 선생, 박원순 변호사, 장석춘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박노자 오슬로대학 교수, 정지영 영화감독, 이상돈 중앙대 교수, 손호철 서강대 교수, 이해영 한신대 교수,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고유환 동국대 교수, 이성백 서울시립대 교수, 배우 문성근 씨, 고은 시인, 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 여사, 박창근 관동대 교수, 배우 권해효 씨,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배우 최종원 씨, 김용택 시인, 지율스님, 박인배 한국민족극운동협회 이사장, 강정구 교수 등 120여 명의 사회 각계 인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이번호에는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외래교수)와 시간을 가졌다.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교수는 20대들에게 “짱돌을 들고 바리게이트를 쳐라”고 말한다. 그가 이런 도발을 감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석훈 교수는 “현재 20대의 미래가 불투명한 까닭은 4,50대가 구축해 놓은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우리사회는 4,50대들이 10대를 인질로 잡고 20대를 착취하는 인질경제고 승자독식 게임”이라고 규정했다.

우 교수는 “이들 4,50대들은 기득권으로서 가진 걸 순순히 내놓지 않을뿐더러 아래 세대를 이해하는 노력이 턱 없이 부족하다”며 “결국 착취의 고리를 끊을, 짱돌을 들고 바리케이드를 쳐야 할 사람은 ‘88만원 세대’ 당사자들”이라고 설명했다.

우 교수에 따르면 한국사회에 가난한 20대의 등장은 역설적이게도 희망을 준다. 스위스나 덴마크가 사는 것처럼 선진국 유형에 맞는 사람들이 등장한 것이다. 우 교수는 “젊은 세대들이 앞으로 잘 살기 위해서는 복지나 사회 안정망 등의 문제를 계속 흔들어야한다”며 “껍데기 토건 경제가 끌고 왔던 게 저물게 되면 도서관 문화 등 진짜 선진국 문화가 중요한 문화로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우석훈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 이른바 생태경제학자로 불린다.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 경제학이 원래 생태가 없다는 가정 하에 경제 문제를 고민하는 것이었다. 기존의 경제학이 물리학 모델이라면, 20세기 후반 들어오면서는 생물학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저는 후자의 경우에 해당된다.

- 스스로 ‘C급 경제학자’라고 칭했는데.

▲ A급은 이론을 만드는 사람 즉 원천기술을 만드는 사람이다. 특허가 있어야 한다. B급은 기존의 이론을 한국 사회에 접목시키는 사람이다. 저는 접목까지는 안 되고 활용하니까 C급이다. 이론을 만들고 싶지만 아직 실력이 안 된다(웃음). 어떤 이론을 모델링(B급)한다기보다 다른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 한국 사회에서 A급 학자를 고르자면.

▲ 경제학만 두고 본다면, 조순 선생, 박현채 선생,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은 자기 틀을 만들었다는 의미에서 A급일 것이다. 그리고 장하준 교수와 같은 세계적인 석학들은 초A급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대에 그렇게 잘난 경제학자랑 사는 것도 영광이다.

A급 학자가 많아도 노벨상은 참 타기 힘들다. 한국에는 학파가 없기 때문이다. 노벨상은 각 학파에서 배출되는 경우가 많다. 학파가 몇 년간 유지되고 성공해야 거기서 수상자가 나올 수 있다.

- 저서 ‘88만원 세대’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20대여 짱돌을 들고 바리게이트를 쳐라’는 구절이 인상적이다. 간략히 책을 소개하자면.

▲ 스타라기보다 원하는 책을 낼 수 있는 정도다. 거기까지다. 책은 개인적으로 기획하고 있는 ‘경제 대장정 시리즈’ 12권 중 1권에 해당한다.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한 문제를 맨 앞에 빼서 출간한 것이다.

이른바 88만원 세대인 20대 문제가 시급하다고 봤다. 88만원은 비정규직 전체 평균임금인 119만원에 20대의 평균 소득 비율인 74%를 곱한 것으로, 지금의 20대 비정규직이 받게 될, 혹은 받고 있는 임금이다. 노력하고 노력해도 미래가 불투명한 20대들이 과연 자신들이 무능하고 게을러서 이런 상황에 놓였을까.

아니다. 이게 다 기성세대가 구축해놓은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 우리나라 경제가 지금 어떻게 돌아가나. 4․50대들이 10대를 인질로 잡고 20대를 착취하는 인질경제이고 승자독식 게임이다.

자기들은 그렇게 안 살아놓고 지금 20대들에게 노력하라고 생난리가 난 것이다. 특히 386세대들이 문제다. 대학 때 운동하고, 술 마시고 놀다가 대기업에 입사한 이 사람들은 첫아이 낳을 때 원정 출산한 장본인이다. 그리고 애들 혀 수술 시킨 사람들이다.

집단성을 고려해봤을 때, 그 당시 대학생들이 사회의 어른이 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더니 이것이 아니더라. 자기들 세상 되니까 만들어놓은 세상이 말 그대로 ‘개판’이다. 골프 제일 많이 치는 사람들이고 룸살롱 가장 많이 가는 세대들이다. 말이 문화지 영화나 책도 제일 안보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밑 세대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끌고 나가겠는가. 이처럼 현재 우리사회는 10대, 20대 보다는 4․50대가 아래세대를 이해하는 노력이 부족하다.

기득권은 가진 걸 순순히 내놓지 않는다. 결국 착취의 고리를 끊을, 짱돌을 들고 바리케이드를 쳐야 할 사람은 ‘88만원 세대’ 당사자들이다.

- 어중간한 30대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 30대는 설명하기 어렵다. 현재 20대들보다는 풍요로운 조건에서 커왔는데, 결과적으로는 중간에 끼여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황이다. 30대 중․후반을 분석해 봤는데, 여자들은 좀 낫다. 그런데 남자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하고 사는지 모르겠다.

- 청년실업 문제에 있어 해결 방안이 있다면.

▲ 잡셰어링(일자리 나누기)이 답이다. 잡셰어링 하자고 크게 합의하지 않는다면 답이 안 나온다. 각자 월급이 좀 줄어드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대신 회사는 종신고용 내지 장기계약 형태로 사람을 뽑아야 한다. 특히 대기업들이 인력을 바라보는 시각과 노동체계를 바꿔야한다. 사업장에 사람을 더 투입시키고 기계를 줄여야 한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을 때 그 기술로의 전환이 빠르기 때문이다.

포스코에서도 공정 자체에서 인력을 더 많이 쓴다. 이보다 진도가 좀 더 나가야 한다. 이제 사람을 줄이면서 임금을 높이는 체제를 바꿔야 한다. 노동의 유연화가 아니라 노동과정의 유연화가 필요하다. 궁극에는 일주일에 2~3번 일하고 쉬어야 한다. 총노동율이 같고, 총임금도 같으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논의다. 노동 시간을 줄이면 노동 강도는 약해지지만 창의성이 높아진다. 이게 복지국가다.

열심히 일해서 잘 살자는 말은 21세기에 먹히지 않는다. 지금 한국 봐라. 죽어라고 출퇴근하면서 죽어라고 일하는 사람이 오히려 돈을 못 번다. 스위스 직장 몇 개를 분석해 보면, 임금이 한국의 3분의 1이지만 이 사람들의 만족도는 한국보다 높다. 허영이 없다. 검소하고 소박한 게 잘사는 것인데, 우리는 그렇게 살면 못사는 것일 줄 착각한다. 무조건 비싼 물건을 구입하고 비싼 차를 사야 잘 사는 것이라고 착각한다.

- 우리사회에서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 이게 되려면 우선 사교육비와 부동산이 줄어들어야 한다. 다 연관돼 있다. 적어도 회사 근처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에 원하는 집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10년 전 서울에 있는 집을 팔면 파리에 집 한 채 살 수 있었다. 지금은 동경이나 파리에서 집 두 채를 살 수 있는 가격이 됐다. 집 한 채 얻기가 힘들다는 얘기다.

평균소득 6만 불 넘어가는 나라들은 점심을 집에 가서 먹는다. 스위스, 스웨덴, 노르웨이 등이 그렇다. 사람들이 회사 근처에 산다. 우리도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면 사람들은 10분 거리의 회사를 걸어 다닐 수 있게 된다. 차가 아니라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 자연히 생태 문제도 풀린다.

기본적으로 걸어 다니거나 지하철로 20분 정도 거리에서 회사를 다니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하지만 서울은 거꾸로다. 동탄이나 파주가 서울 출퇴근 거리의 끝일 줄 알았는데 출퇴근 거리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투기 역시 늘어만 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서울에 직장을 둔 분당 시민에게 ‘우리 사회는 좋은 사회니까 집에 가서 밥 먹고 오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위의 기사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