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노경실/ 홍익출판사

 누구나 성장하면서 ‘열네 살’을 지난다. 인생의 한 시점일 뿐인 열네 살, 그런데도 우리는 왜 이 나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열네 살이 자기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기 시작하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어른으로 자기 삶에 무한 책임을 지면서 자신만의 영토를 만들어가기 시작하는 나이, 그렇기에 열네 살의 아이들은 어른들로부터 남보다 더 강하고 뛰어난 인간이 될 것을 강요받는 고통스런 일상으로 내몰리게 된다.
하지만 이 세상 모든 어른들이 열네 살 시절에 그랬듯이 오늘을 사는 아이들에게도 뜻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희망보다 절망이, 기쁨보다는 슬픔이 더 많은 열네 살. 간절히 열망하는 수없이 많은 꿈이 무참히 꺾여나가는 가운데 남모를 아픔을 겪는 아이들, 어른들은 그런 모습을 ‘성장통’이라 부르며 그냥 웃어넘긴다.
그러나 단순히 ‘성장통’이라 하기엔 아이들의 통증은 너무 크고, 깊다. 언제 어디서든 쾅쾅 울려오는 유혹의 소음들로부터 자유로운 아이들은 없다. 부모보다 친구가 더 좋고, 공부보다 춤과 노래가 더 좋은 아이들, 그럼에도 어른들은 눈과 귀를 막고 무턱대고 몰아세우기만 한다. 공부하라고, 순종하라고, 더 강해지라고….
우리 시대 최고의 아동문학가 노경실의 ‘열네 살이 어때’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열네 살 소녀의 성장통을 통해 오늘을 사는 청소년들이 이 시대의 독특한 방식에 따라 꿈꾸고, 깨지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사랑하고, 이별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성장소설이다.
아이돌 가수가 되겠다며 연예인에 열광하는 열네 살 소녀 연주. 공부에 지치고, 친구들과의 경쟁에 치이고, 어른들이 강요하는 숱한 의무에 시달리는 등 좌절의 연속이면서도 가슴속 열망에 매달리는 연주의 방황은 오늘을 사는 모든 10대 아이들의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다.
이 소설에서 작가가 보여주는 최대의 미덕은, 요즘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집요하게 확대하여 추적하면서도 한순간도 아이들에 대한 도타운 애정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점이 바로 ‘열네 살이 어때서’가 우리나라 문단에 성장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극찬을 받는 이유이다.
253면/ 12000원  정다은 기자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