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데이비드 위즈너, 프리츠 라이버/ 옮긴이 엄혜숙/ 문학동네

 ‘이상한 화요일’ ‘구름 공항’ 등 ‘글 없는 그림책’이라는 그림책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독자들의 상상력을 돋우는 작품들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데이비드 위즈너. 그는 미술 학교 시절 프리츠 라이버의 단편소설 ‘주사위 던지기’를 접하고, 그 풍부한 이야기에 감명 받아 이를 토대로 글 없는 그림책 작업을 시도한다. 당시의 작업물을 다듬고, 그림책용으로 원고를 각색한 것이 바로 그림책 ‘주사위 던지기’이다. 데이비드 위즈너가 ‘칼데콧 메달을 세 번이나 받은 역사상 두 번째 작가’ 가 되기 전, 풋풋한 젊은 그림책 작가 지망생으로서 품었던 고민과 열정을 엿볼 수 있는 그림책이다. 데이비드 위즈너의 팬들은 물론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신선함을 안겨 주는 선물이 될 것이다.
주인공 ‘조’는 낡은 것으로 둘러싸인 가난한 가족과의 생활에 염증을 느껴 ‘본야드’로 노름을 하러 떠난다. 그 곳에서 한눈에도 엄청난 내공을 지닌 듯한 ‘큰 노름꾼’을 만나게 되고, 그와 게임을 시작 한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주사위를 던질 수 있다고 믿어 온 조이지만 그는 모든 돈을 건 그 자리에서 난생처음으로 실수를 저질러 게임에서 진다. 큰 노름꾼은 기다렸다는 듯 그에게, ‘자신이 딴 모든 것과, 이 세상과, 이 세상 안에 있는 모든 걸’ 거는 대신 ‘조의 생명과 영혼을 거는’ 승부를 제안하는데….
원작을 이미지로 형상화하면서 데이비드 위즈너는 내용을 과감히 압축하거나 결정적인 단서를 그림 속 곳곳에 심어 두는 등 여러 장치를 사용했다. 따라서 독자들은 책을 읽는 동안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위즈너가 숨겨 둔 조각들을 발견하며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유혹 앞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주사위 단 한 판으로 운명이 결정되는 순간들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어른들이 즐기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스릴과 인생에 대한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질문을 품고 있는 그림책이다.
36면/ 12000원  정다은 기자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