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탈 벤-샤하르/ 옮긴이 노혜숙/ 위즈덤하우스

 알래스데어 클레이어의 삶은 완벽해 보였다. 그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촉망받는 학생이었고 유명한 학자가 되어 영국 여왕으로부터 나이트 작위와 상패와 연구비를 받았다. 그는 소설과 시집을 출간했으며 작곡가로서 두 장의 앨범을 녹음하기도 했다. ‘용의 심장’을 집필해 에미상을 받은 그는, 그러나 상을 받는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 상을 타기 얼마 전 달리는 기차에 뛰어들어 48세의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클레이어가 자신이 에미상을 받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그의 미망인은 말했다. “…아마도 그가 상을 받았다면 자긍심을 느꼈겠죠. 하지만 이미 그는 에미상보다 더 영광스러운 성공의 상징들을 많이 받았어요. 그 무엇도 그를 만족하게 할 수 없었어요. 뭔가를 해낼 때마다 그에게는 새로운 것이 필요했죠.” 궁극적으로 클레이어는 자신이 해낸 어떤 일도 충분히 훌륭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운동 시합에 나가면 무조건 우승을 해야 하고, 학교에서는 상위권에 들지 않으면 안 되고, 기준치에 미달하면 루저로 낙인찍히는 한국 사회에서는 유독 완벽주의자들이 눈에 띈다. 학생은 토씨 하나 빼지 않고 암기에 매달리고, 연인은 완벽한 사랑을 꿈꾸며, 부모가 되면 어린 자녀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를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려 애쓴다. 이 모습이 우리 사회의 풍속도다.
우리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움츠러들고, 현재의 성과를 만끽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간절히 바랐던 성공을 이뤘음에도 더 높은 목표를 추구하며 오늘의 성공에 기뻐하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가? 언젠가 찾아올 행복의 대가로 오늘의 충만함을 지나친다면 행복은 결코 우리의 것이 될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완벽에 대한 강박에 휩싸여 있는 한국 독자들이 행복으로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에 더없이 안성맞춤인 책이다.
316면/ 13000원  정다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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