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함규진/ 21세기북스

 ‘왕의 밥상’은 조선시대에 수라상이 차려지기까지 과정을 고찰하고, 역대 왕들의 식성을 분석해 당시의 통치 윤리와 연관시킨 작품이다. 조선시대 왕들의 식사는 사적인 섭식(涉食)을 넘어선 공적인 의례였고, 왕은 전국에서 진상한 식재료들로 이루어진 수라상을 통해 각 지역의 현황과 백성들의 고뇌를 살폈다.
왕의 밥상에는 ‘정치’가 있었다. 왕은 밥상머리에서도 사적일 수 없었다. 밥상에 올라오는 음식은 거의 대부분 지방에서 진상한 식재료로 만들어진 것이므로 식재료 상태를 보고 지방 상황을 두루 짐작할 수 있는 중요한 언론 미디어요, 일종의 정치적 메시지였다.
나라가 가뭄과 홍수 같은 재난에 처해 있다면 왕은 반찬 가짓수를 줄이거나 아예 밥상을 물리는 감선, 고기반찬을 줄이는 철선을 시행했다. 이는 어찌 보면 불행해 보인다. 먹는 즐거움조차 온전히 개인적으로 즐길 수 없다는 이야기다. 동시에 배려하는 밥상, 생각하는 밥상이 되었다. 왕 혼자 배부르고 맛나게 먹지 않고 만백성과 더불어 먹기를 지향했다는 뜻이다.
왕의 밥상에 오를 식재료를 생산하고, 옮기고, 관리하며, 조리해서, 진어할 때까지 들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왕은 한 숟갈, 한 젓갈마다 느끼고, 감사한다. 그리고 신하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백성들과 굶주림을 나눈다. 그것은 단지 음식에 관계된 사람들의 이익만을 따져 불공평함이 없게 배려함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자부심과 노력을 그리고 정(情)을 느끼고 응답하며 보상하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 정치적으로 조화를 달성한 밥상이기에 자연과도 조화를 이루었다.
320면/ 14000원  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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