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쑤퉁/ 옮긴이 문현선/ 문학동네

 우리에게 익숙한 대표적인 중국 작가이자 세계적인 소설가 쑤퉁의 단편소설집 ‘다리 위 미친 여자’가 출간되었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쑤퉁의 단편집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는 쑤퉁의 장편과 중편소설이 주로 소개되었다. 그러나 중국 현지에서 쑤퉁은 단편소설이 특히 ‘백미’라는 평가를 받는 작가이다. 또한 작가 자신도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단편소설에 대한 관심을 부탁하며 애착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다리 위 미친 여자’의 국내 출간이 더욱 뜻깊다. 장편과 중편에서 보지 못했던 쑤퉁 작품의 새로운 면모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다리 위 미친 여자’는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넘나들며 농촌과 도시, 지방의 속물적 군상과 도시의 지식인, 전근대적세계와 근대화된 사회의 모습을 통해 대조적이고 다양한 삶을 묘사한다. 쑤퉁은 열네 편의 단편에서 급격하게 이루어지는 중국의 도시화 속에서 상처받고 밀려난 인간의 일그러진 욕망과 패배의식으로 상실된 인간성을 세밀히 그려 보인다.
쑤퉁은 금지된 욕망, 고향 상실, 일그러진 인간관계 등을 통해 중국 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지금 중국 사회가 맞닥뜨린 현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는 비단 중국만의 모습은 아니며, 서로 다른 곳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쑤퉁은 현실에서 낙오된 이들의 때로 열정적이고 때론 패배의식에 젖은 삶의 모습을 연민 어린 시선으로, 그러나 날카롭고 냉철하게 그려보인다.
384면/ 13000원  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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