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권의 책> ‘스무 살, 도쿄’를 읽고



‘스무 살, 도쿄’는 청년 다무라 히사오의 이십대를 그린 작품이다. 재수를 핑계로 의기양양하게 도쿄로 상경한 열여덟 봄부터 서른을 앞둔 스물아홉의 겨울까지, 청춘의 단편들을 담아냈다.
들뜬 봄의 캠퍼스, 까칠한 클라이언트, 건방진 디자이너 그리고 서툰 사랑…. 이상과는 조금 어긋나 있는 현실, 어수선한 도쿄, 버블 시대를 배경으로 주인공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충실한 하루하루가, 분주한 젊음이, 유쾌하고도 풋풋하게 펼쳐진다.
음악이라면 삼시 세끼 밥보다 더 좋은 열여덟살 다무라 히사오는 재수생 신분으로 보물 같은 레코드 100여 장을 싸들고 상경한다. 무엇보다 따분한 동네를 떠나고 싶었고 그리고 그보다 더 강렬하게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재수 학원에서 여자친구가 생기지 않았던 이유로 공부 외에는 달리 할 것도 없던 주인공은 어느 덧 도쿄의 대학생이 되고, 세밀한 여심에 둔감했던 새내기 시절의 풋풋한 첫사랑과 사회생활도 하며 서른을 코앞에 둔 완숙한 청춘으로 성장해간다.
누구나 경험하는 젊은 시절의 상징과도 같은 환희와 초조, 고민, 열정 등이 히사오가 놓인 상황에 더해 유머러스하게 펼쳐지는 가운데 불안해하면서도 희망을 품는 청춘을 따뜻하게 묘사된다.
아마 사람들마다 각각 좋아하는 작가가 한 명씩은 있을 것이다. 기자도 마찬가지다. 유머러스한 소설을 좋아하는 기자는 중학교 때 읽은 ‘공중그네’를 계기로 이 작가에게 꽂혔다. 바로 오쿠다 히데오. 무거운 현실 문제를 가벼운 웃음 속에 능숙하게 녹아내는 작가다. 또한 책장이 순식간에 넘어갈 정도로 쉽고 간결한 문체! 책을 읽으면 자연스레 상황들이 머릿속에 떠오르게 해준다.
특별할 것 없는 지극히 평범한 청춘을 그리는 ‘스무 살, 도쿄’는 누구에게나 자신이 주인공인 젊음을 상기시키며 설사 그것이 드라마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또 그 시절이 실패와 불안에 빠져 있더라도 모든 젊음은 특권이며,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스무 살, 도쿄’는 이러한 오쿠다 히데오의 작가로서의 바탕을 가늠케 하는 작품이다. 카피라이터와 기획자 등 대중의 관심과 취향을 정확하게 예측해야 하는 직업을 거친 그의 이력이 생생하게 전해지는 이 소설을 읽다보면, 인기작가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노력과 실패를 상상해볼 수 있는 것이다.
어딘가 99%쯤 오쿠다 히데오를 연상케 하는 주인공 다무라 히사오. 이렇게 그를 작가로 떠올리며 읽는 것은 독자의 행복한 특권이자,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다.
기자는 책 중에 이 말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젊다는 건 특권이야. 자네들은 얼마든지 실패해도 괜찮다는 특권을 가졌어.”
“실패가 없는 일에는 성공도 없어. 성공과 실패가 있다는 건 참으로 멋진 일이야. 그거야말로 살아 있다는 실감이란 말씀이야!”
공부에 지쳐있는 학생들, 취업에 실패해 좌절하는 젊은이들에게 오쿠다 히데오는 ‘스무 살, 도쿄’라는 책을 통해 교훈을 준다. ‘얼마든지 실패를 해도 된다’는 말은 ‘아직 젊으니까 겁먹지 말고 마음껏 도전하라’는 말과 상통한다. 청춘은 실패를 해도 되는 특권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청춘들이 이 책을 읽고 실패에 굴복하지 않고 다시 일어섰으면 좋겠다. 정다은 기자 panda1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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