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장밋빛 꿈’ … 출범 1년만에 ‘헉!’
2020 ‘장밋빛 꿈’ … 출범 1년만에 ‘헉!’
  • 승인 2010.11.18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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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 ‘산은지주’

산은금융지주가 지주사 전환 1주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비판의 도마위에 오르내리며 좀처럼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민영화 사전 작업이 지지부진한데다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등 사기업의 처리도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금융업계에선 그동안 굵직한 M&A를 도맡아온 큰 손이고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곳이지만 이대로 가면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은금융지주의 현 주소를 들여다봤다.



‘2020년 세계 20위권의 글로벌 상업투자은행’.

산은금융지주의 민유성 회장이 내건 목표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 넘어 산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0월 55년간의 국책은행 역할을 끝내고 민간 금융그룹인 산은금융지주회사로 다시 태어났다. 당시 산업은행, 대우증권, 산은캐피탈, 산은자산운용, 한국인프라자산운용 등으로 정식 출범했다.

이후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민 회장이 언급한 성과에 얼마나 다가섰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적지 않다.

“1000억원 국고 소진”

배영식 한나라당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2000년부터 부실기업 114개 업체에 대출해준 금액은 모두 10조 5819억원이다. 이 가운데 산업은행이 출자전환한 금액은 4조1347억원에 달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그대로 있다.

산은은 지난해 14개사의 채무 1141억원을 출자전환했으며, 올해는 6개 업체의 1921억원을 출자전환했다. 이런 대규모 출자 전환은 민영화 지연으로 대출 기업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배 의원의 지적이다.

배 의원은 “2008년 6월 금융위원회는 2010년까지 산은지주 지분 49% 매각과 2012년 잔여지분 51% 매각 등 현 정부 임기 내에 완전 민영화 계획을 밝혔지만 지분 매각은커녕 정책금융공사를 새로 설립했다”며 “지난해 321억원, 올해 771억원 등 모두 1000억원이 넘는 국고를 소진하는 등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질타했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정권이 바뀌거나 시장상황 변동을 우려했고, 또 국회가 민영화를 지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시기를 못 박았다. 산은지주 출범 후 1~2년 내 지분매각과 거래소 상장을 실현하고 민영화로 마련된 자금은 중소기업 지원에 사용한다는 복안이었다.

“DJ 정부 헐값 매각 재현 우려”

그러나 민영화계획 정책이 착수된 지 2년이 훌쩍 넘긴 현재 지분매각은 지지부진해 마치 한전의 분할처럼 경영의 이원화로 국고손실이 증가했다는 게 배 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산은의 효율성은 이미 고갈됐다”며 “국민․정부 혜택을 등에 업고 금융경쟁 시장 왜곡만 초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은은 과거 개발 시대에 자금의 파이프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효용가치를 상당 부분 잃어버렸다. 산은과 유사한 기능을 가졌던 독일과 프랑스, 일본, 싱가포르 등의 개발은행은 모두 민영화를 완료한 상태라는 지적이다.

배 의원은 “매각 대금으로 중고기업 자금 지원에 나서겠다고 했는데 왜 속도를 내지 않는가. 중소기업이 송두리째 부도난 뒤 자금을 풀 것이냐”며 “상황이 이런데도 산은은 민간은행과 불필요한 과다경쟁을 일삼다 전문성도 없이 엉뚱한 곳에 투자해 대규모 손실을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은은 2008년 기준으로 M&A 주선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80%를 차지할 만큼 ‘큰 손’으로 통한다. 대우조선해양, 현대건설, 하이닉스, 금호그룹 등 굴지의 기업들이 여기에 속해 있다.

배 의원은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정부 때 외환은행과 제일은행 등을 헐값에 매각한 실수를 재현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민영화 일정이 늦춰지면서 심각한 경영누수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시장이 좋을 때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연봉 1위, ‘방만경영’ 여전

이처럼 민영화가 늦어지고 있는 산은이지만 과거 ‘신의 직장’이라는 오명은 아직까지 벗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산은지주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1600만원으로 금융 공기업 가운데서도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방만경영 또한 여전히 도마 위에 오르기 일쑤다. 신건 민주당 의원은 “민 회장의 하루 평균 출장비는 277만원이며 산은 행장 취임 이후 출장비만 7734만원을 지출했다”면서 “숙소도 ‘특1등급’만 고집하는 등 금융위기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업무추진비의 낭비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조영택 민주당 의원은 “감사원이 2008년 산은 기관운영감사에서 ‘특별성과 보상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조치요구했으나 여전히 편법집행을 계속했다”고 질타했다. 이에 따르면 산은은 2006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10억원을 특별성과급으로 편성했다.

일단 산은지주가 ‘민영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현실적인 성과의 내외부 조건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내부적으론 ▲자금 조달구조 개선방안의 부재와 취약한 자산, 수익 구조 ▲총 자금조달액 중 낮은 예수금 비중, 과다한 예대율, 절대부족한 점포수 ▲‘예금모집인 제도’ 도입 실패 ▲인터넷 은행 제도 무산 등이 꼽힌다.

금감위와도 ‘엇박자’

그렇다고 외부적 환경이 좋은 것도 아니다. 2008년 8월 리먼사태 이후 금융시장 여건이 여전히 불안정하고, 은행세 도입 등 금융 규제와 감독 강화 압력의 증가로 메가뱅크 출현 가능성도 위축됐다. 조만간 시작될 우리은행 민영화와 외환은행 매각 등도 핵심 변수다.

이런 이유 등으로 당면 계획을 놓고서도 산은지주와 금융위의 입장차는 극명하다. 민 행장은 지난 6월 “내년 중 산은 지주를 국내 증시에 상장키로 하고 정부와 일정 등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위 관계자는 ‘5년 내에 최고 지분을 매각한다’는 원칙 외에 현재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산은지주는 지난달 말 글로벌 금융그룹을 꿈꾸며 출범한 지 꼭 1주년을 맞았다. 내우외환으 상황 속에서 민영화 계획을 차질없이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승현 기자 okkdo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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