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고양이 호텔
<신간> 고양이 호텔
  • 승인 2010.11.19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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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김희진/ 민음사
 ‘고양이 호텔’의 여주인공 고요다는 거대한 성을 닮은, 열한 개의 방이 있는 3층짜리 대저택에서 188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 불모를 상징하는 모래로 덮인 사막 같은 마당은, 그 위에 서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화려한 고택을 더욱 그로테스크하게 만든다. 게다가 고요다는 라푼첼의 운명을 타고난 인물이다. 긴 머리카락 대신 그녀가 사용한 무기는 ‘뒤꿈치’, 그리고 “방을 빌려 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쓰인 팻말이다. 그녀의 소설 ‘뒤꿈치’(이 작품 속에서 3억 원 현상 공모에 당선된 고요다의 소설 제목)는 그녀를 베일에 싸인 작가로 만들어 많은 이들로 하여금 그녀에 대한 궁금증에 사로잡히게 하고, 급기야 강인한 기자를 라푼첼의 성으로 찾아오게 한다. 그전에는 “방을 빌려 드립니다”라는 팻말이 많은 이들을 그녀의 성으로 찾아들게 했고, 결국 그녀를 사랑하게 된 사람들의 운명을 비극으로 몰아넣고 말았다. 그러므로 그녀의 방을 빌려서는 안 된다. 그녀의 뒤꿈치를 궁금해 해서도 안 되고, 그녀를 사랑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그것들은 라푼첼의 머리카락이고, 일단 걸려들면 변신하게 되는 치명적인 미끼이기 때문이다.
‘앨리스의 생활 방식’의 저자이자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로 2009년 문학동네 작가상을 수상한 장은진의 쌍둥이 동생이기도 한 김희진은,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흡인력과 기발한 상상력을 한껏 과시하며 자신의 재능을 여지없이 발휘하고 있다. 섬세한 꽃미남 인터뷰어 ‘강인한’과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소유자 인터뷰이 ‘고요다’의 가슴 설레도록 아찔하고 짜릿한 밀고 당기기가 시작되면, ‘고양이 호텔’에 사로잡힌 독자들은 마지막 장까지 이 매혹적이고도 감각적인 작품에서 도통 눈을 뗄 수가 없다.
‘은둔형’ 작가라는 성향에서부터 숨어 있지 못해 안달인 등장인물까지, 일견 비슷해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전혀 다른 김희진과 장은진, 그들 쌍둥이 작가의 작품을 비교하며 읽는 재미 역시 꽤 쏠쏠하다. 앞으로 한국 문단은 그들 자매의 특이하고 빼어난 작품 세계를 위해 새로운 페이지를 써 나가야만 할 것이다.
284면/ 11000원  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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