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마음으로 읽는 그림, 그림으로 읽는 마음’




아내에게 삐친 남편이 시위하기 위해 말도 없이 가출해

혼자 이렇게 저렇게 속 끓이다가 새벽녘에 슬며시 들어왔습니다.

거실에서 이제나 저제나 아내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안방 문을 열고 나온 아내의 첫마디에 허걱! 했답니다.

“당신 또 TV 보다가 거기서 그냥 잔거야?”

애초에 자신이 집을 나갔다 온 사실조차 몰랐던 겁니다.

살다 보면 이런 경우들이 있습니다.

지금 내가 무얼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느낌,

어느 누구도 내 존재에 주목하지 않는다는 느낌은 사람을 착잡하게

만듭니다. 상처받고 방전된 듯한 순간엔 특히 그렇습니다.

의외로 많은 이들이 그런 경험을 토로하곤 합니다.

그럴 때 상처받고 방전된 마음들을 다독이고 충전해 주기 위해

주위에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툰드라 사람들은 그런 것을 아예 법칙으로 정해놨더군요^^.

극한의 땅 툰드라에서 살아남기 위한 법칙의 첫 번째는

조난당한 사람은 누구든지, 설령 그것이 평소 원수처럼 지내는

상대라 할지라도 무조건 도와야 하는 것이랍니다.

나도 언제든 그런 위험에 처할 수 있고 그럴 경우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요.

툰드라에서 조난자를 돕는다는 것은 결국 나를 보호하는

가장 확실한 생존의 법칙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심리적으로 툰드라 상태에 있는 내 주위의 누군가를

다독이고 충전해 주는 일은 나를 보호하는 일과 하나도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이 모여 사는 것은 본래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님은 마인드프리즘㈜의 대표 MA(Mind Analyst)로서 사람의 내면을 분석하여 마음을 치유하는 일을 하고 있다. 치유적 콘텐츠를 생산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유통하여 우리 사회에 치유적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으며 정혜신의 그림에세이도 이러한 치유 콘텐츠의 하나이다. 그녀가 운영하는 마인드프리즘㈜에서는 심층심리분석, 기업 심리경영 컨설팅, 문화심리치유 등의 종합적인 정신건강 증진 솔루션을 개발, 제공한다. <마인드프리즘 홈페이지 www.mindprism.co.kr>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