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 이리저리 널린 보따리, 시골 어르신들의 주름살…
버스 안 이리저리 널린 보따리, 시골 어르신들의 주름살…
  • 승인 2010.12.24 14: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광훈 기자의 계룡산 나들이 1회> 갑사에서 삼불봉까지

오전 7시20분,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공주행 고속버스는 고속도로에 접어들자 전용차선을 이용, 신나게 달려간다. 전체 능선의 모양이 마치 닭볏 쓴 용의 형상을 닮았다 하여 불리 우는 계룡산. 그래 이번엔 그 기가 넘쳐난다는 계룡산이다. 공주의 갑사에서 용문폭포, 신흥암, 금잔디고개를 거쳐 삼불봉 정상을 오른 후 남매탑, 동학사로 내려가는 ‘갑사 1코스’를 택했다.



1시간 30여 분을 숨가쁘게 달려온 버스는 공주종합터미널에 도착하면서 임무를 다한다. 이곳은 시외버스와 고속버스가 함께 운행되는 종합터미널이다. 대합실로 들어서니 공주 현지에 사는 지인이 반갑게 맞이한다. 오늘 산행의 파트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두 사람, 인근 식당으로 발길 옮긴다. ‘진국설렁탕집((임재문 041-856-4457)’. 터미널 근처에서는 꽤 유명한 집이다. 고춧가루 듬뿍 밴 포기김치와 깍두기가 군침을 돌게 한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설렁탕이 나온다. 일순간, 해장 생각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객지 나와서 복잡할거 하나도 없다. 당기면 그냥 마시면 된다.
“선배, 선배가 즐기는 청하를 3병 넣어 왔는데 여기서 1병 땁시다. 배낭무게도 줄일 겸….”
“좋지, 해장 좋지. 난 청하 말만 들어도 몸에 소름이 돋아.”



청하를 엄청 즐겨 마시는 지인이다. 보리차 잔에 슬며시 나누어 따른다. 가볍게 잔 부딪치고 한 모금 마신다. 간장이 짜릿해온다. 원래 산행 초입, 술은 금기지만 오늘은 사정이 다르다. 날씨도 쌀쌀하고 갑사행 시내버스를 타려면 여기서 공주대교를 지나 약 30여 분을 더 걸어가야 한다. 갑사주차장에 도착하면 청하 반병 마신 양은 고목나무에 붙어있는 매미만큼이나 미미해질 것이다. 설렁탕 국물이 걸쭉한 게 청하와 조합이 그럴 듯하다.
“아주머니, 여기 청하 한 병 주세요.”
그래도 각 1병은 해야지…주당들의 체통이 있지. 


# 갑사인근 먹을거리 마을

공주는 서울과 달리 신도시가 금강의 강북에 몰려있다. 공주대학을 중심으로 강북에 신흥도시가 계속 불어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모텔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지나는 이의 눈을 피로하게 한다. 신도시 평가를 모텔 수로 하나. 잠은 집에서 자야지, 별 일이야.
공주대학 사거리를 지나 금강 상류를 계속 올라간다. 서울의 한강처럼 자전거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금강의 맑은 물도 이상 없이 흘러간다.



한참을 가니 공주대교가 나온다. 다리를 가로질러 버스정류장에서 갑사행 2번 버스를 탄다. 버스 안은 밤, 콩, 깻잎 등을 담은 자루와 보자기 뭉치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이마에 골이 깊게 패인 어르신들의 표정에서 정겨운 시골 내음이 물씬 풍겨난다. 버스가 정류장에 설 때마다 자루의 뭉치들이 하나 둘 사라진다.
30여분 달려온 버스는 갑사주차장에서 우리와 작별한다.
“기사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네, 즐거운 산행 되십시오.”



‘계룡산 갑사 먹을거리 장터’를 지나 입구에서 1인당 문화재관람 입장료 2000원짜리 티켓을 끊어 입장한다. ‘국립공원 계룡산 갑사주지’ 명의의 영수증이다. 부처님께서 영수증 꼭 발급해주라고 주지에게 일렀나보다. 


갑사 입구는 갈참나무, 팥배나무, 느티나무, 노간주나무 등이 주위를 에워싸고, 단풍나무들은 제철이 지남을 아쉬워하며 축 축 늘어져 있다. 오늘만 날인가. 힘들 내!
갑사에 들어서니 단체로 온 듯 관광객들이 무리지어 기념촬영에 여념이 없다. 경내에는 천년고찰의 웅장함을 체험할 수 있는 갑사동종, 갑사부도, 철당간지주 등 유구한 역사문화자원들이 즐비하다. 갑사는 갑사(岬寺), 갑사사(岬士寺), 계룡갑사(鷄龍甲寺) 등으로 불리었다고 한다. 18세기말부터 산 이름을 따서 으뜸 또는 첫째란 뜻의 계룡갑사(鷄龍甲寺)로 불리어지게 되었으며, 1911년 제정된 사찰령에 따라 마곡사의 수(首)말사가 되었다. 경내에는 15동의 불전과 승당, 부속 전각들이 있으며 주변 산골짝 여러 곳에 산내 암자를 두고 있다. 



# 갑사앞 감나무

본격적으로 갑사계곡으로 들어선다. 예로부터 ‘춘(春)동학 추(秋)갑사’라 하여 갑사의 가을단풍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가을에 이 코스를 선택하면 형형색색 오색단풍을 경험할 수 있다. 인간에게 자연이 주는 또 하나의 큰 선물이다. 얼마 전, 부산 승학산을 다녀온 관계로 갑사계곡의 단풍을 놓치긴 했지만 그래도 계곡 곳곳엔 지난 가을의 고즈넉함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갑사 계곡의 단풍이 얼마나 아름다우면 계룡8경의 제6경이 되었겠나. 계룡산의 대표적인 관광명소가 계룡8경이다. 제1경은 천황봉의 일출, 제2경은 삼불봉의 설화(雪花), 제3경은 연천봉의 낙조(落照), 제4경은 관음봉의 한운(閑雲), 제5경은 동학사 계곡의 숲, 제6경이 갑사 계곡의 단풍, 제7경은 은선폭포, 제8경은 오누이탑의 명월(明月)이다.


# 갑사입구

오늘 산행은 제2경인 삼불봉과 제5경인 동학사 계곡의 숲, 제6경인 갑사 계곡, 제8경인 오누이탑 등을 거치는 코스다. 천왕봉의 일출은 새벽에나 볼 수 있고, 삼불봉 정상은 밟겠지만 설화를 보긴 힘들고, 연천봉과 관음봉은 오늘의 예정된 코스가 아니다. 오누이탑의 명월 역시 유감스럽게도 시간이 너무 이르다.


# 삼불봉 정상

계룡산은 주봉인 천황봉의 높이가 845m이며, 연천봉·삼불봉·관음봉·형제봉등 20여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신라 5악(五嶽) 가운데 하나로 백제 때 이미 계룡 또는 계람산, 옹산, 중악 등의 이름으로 바다 건너 당나라에까지 알려졌다. 풍수지리상으로도 한국의 4대 명산으로 꼽혀 조선시대에는 이 산 기슭에 새로이 도읍지를 건설하려 했을 정도이다. 특히 ‘정감록(鄭鑑錄)’에는 이곳을 십승지지(十勝之地), 즉 큰 변란을 피할 수 있는 장소라 했으며 이러한 도참사상으로 인해 한때 신흥종교 및 유사종교가 성행했으나 종교정화운동으로 1984년 이후 모두 정리되었다.


# 계룡갑사

또한 계룡산은, 차령산맥이 금강에 의해 침식되면서 형성된 잔구성 산지로서 산세가 웅장하고 경관이 뛰어나다. 노성천· 구곡천· 갑천· 용수천 등이 발원하여 금강으로 흘러든다.
각 봉우리 사이에는 7개의 계곡과 3개의 폭포가 있어 운치를 더해주며, 자연경관이 빼어나 1968년 12월 31일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 삼불봉고개

등산로가 잘 발달되어 있어 동학사에서 오누이탑-금잔디고개-신흥암-용문폭포를 거쳐 갑사로 가거나, 은선폭포-관음봉-연천봉을 거쳐 갑사로 가는 코스, 갑사에서 연천봉-고왕암을 거쳐 신원사로 가거나 동학사에서 은선폭포-관음봉-연천봉을 거쳐 신원사로 가는 등 여러 코스가 있으며 대개 3~4시간이 소요된다.





지인과 이런저런 얘기 나누면서 돌길을 올라간다. 얼마 후 계곡의 푸른 물이 힘차게 떨어진다. 용문폭포다. 폭포 앞 바위에 용문이란 글씨가 선명하게 새겨져있다. 폭포를 사진기에 담으면서 물 한 모금 마신다. 술기운은 온데 간 데 없다.
신흥암을 지나면서 급경사로와 원만한 경사로의 기로가 나온다. 지인의 입장을 고려하여 쉬운 길로 들어선다. 암벽등반이 아니란 것이지, 사실 쉬운 길은 절대 아니다. 1시간가량의 깔딱고개는 지인과 기자 사이를 멀리 떼어놓는다. 쉬엄쉬엄 가보지만 간격이 좁혀질 기미가 없다. 애라 모르겠다, 마음껏 내뺀다. 지인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다.


# 용문폭포

숨을 헐떡이며 깔딱고개 올라서니 금잔디고개 정상이다. 헬기장 옆의 나무 정자에는 등산객들이 모여 한 사발 씩을 곁들인 풍요로운 오찬을 즐기고 있다. 잠시 뒤 우리 지인, 고통스런 얼굴로 올라온다.
“고생했습니다.” “오랜만의 산행이라 힘이 드네.”
삼불봉 고개쪽으로 내려간다. 잠깐의 내리막길이라 별로 반갑지도 않다. 금잔디고개에서 삼불봉고개로 약간 내려서다가 다시 삼불봉 정상 방향으로 올라야 하는 것이다. 지인 다시 처진다.


# 정상

“선배, 나 먼저 올라갔다가 내려올게요.” “오우 케이, 천천히 뒤따라갈게.”
기자, 홀로 삼불봉으로 향한다. 거의 수직으로 뻗어있는 철 계단이 장난 아니다. 양손으로 철 기둥 붙잡으며 혼신의 힘 다 쏟는다. 정신마저 혼미해진다.
마침내 삼불봉(775m)이다. 40∼5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 몇 몇이 한가로이 점심을 먹고 있다. 얼굴 찡그리며 올라온 기자, 약간 부끄러워진다. ‘아니야, 이 사람들도 올라올 때 힘들었을 거야.’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선임기자 jkh4141@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 뉴텍미디어 그룹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 07108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 인터넷 : 서울, 아 52650 (등록일·발행일 : 2019-10-14)
  •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영필
  • 편집국장 : 선초롱
  • 발행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목로 72(신정동)
  •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전무이사 : 황석용
  • 고문변호사 : 윤서용(법무법인 이안 대표변호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 위클리서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weeklyseoul.net
저작권안심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