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마음으로 읽는 그림, 그림으로 읽는 마음’





자폐증을 가진 아들이 바다에서 놀다가 갑자기 거센 파도에

휩쓸렸습니다. 아버지가 황급히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지만

위급상황을 인지할 능력이 없는 아들은 더 재미있는

물놀이로만 생각했다네요.

아버지는 아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아무 일 없다는 듯 말 잇기

놀이를 하며 조난상황을 견뎌냈습니다.

아버지의 사투 덕분에 아들은 극한상황이라는 인식조차 없이

놀이공원에서 물놀이하듯 조난을 즐기다가 구조되었습니다.

문득 돌아보면 우리의 삶 속에는

그런 순간들이 무수히 많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미처 알지 못했지만 누군가의 사투(死鬪) 덕분으로

현재의 내가 존재하는 것이겠구나, 하는 섬광 같은 느낌….

아들보다 아버지의 역할이 훨씬 많은 살이(生)처럼 느껴져

고달픈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세상에 한쪽 면만 있는 일이란

단언컨대, 없습니다.

구조 후 아버지는 자폐아 아들을 ‘나의 영웅’이라고 지칭했습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모르는 아들이 표류하면서도 모험을 떠난 듯

계속 웃고 있어서 덕분에 자신도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는 겁니다.

망망대해 같은 세상에서 그동안 알게 모르게 나를 엄호하고 눈 맞춰준

모든 이들에게 신년 웃음공양을 올립니다*^^* 두 손 모아.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님은 마인드프리즘㈜의 대표 MA(Mind Analyst)로서 사람의 내면을 분석하여 마음을 치유하는 일을 하고 있다. 치유적 콘텐츠를 생산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유통하여 우리 사회에 치유적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으며 정혜신의 그림에세이도 이러한 치유 콘텐츠의 하나이다. 그녀가 운영하는 마인드프리즘㈜에서는 심층심리분석, 기업 심리경영 컨설팅, 문화심리치유 등의 종합적인 정신건강 증진 솔루션을 개발, 제공한다. <마인드프리즘 홈페이지 www.mindpri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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