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기자의 서울 인근산 샅샅이 훑기>북악산과 서울성곽 편-1회

2011년 한 해가 밝았다.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2010년. 이리 가든 저리 가든 세월은 흐른다는 사실이 서글프기까지 한 요즘이다. 지난 연말, 제대로 산행을 이어가지 못했다. 다 그 눔의 모임들 때문이다. 매일 하루같이 이어지는 음주가무의 자리들. 덕분에 새해를 맞고 나니 지칠대로 지쳐버린 정신과 육신. 이대로는 안되겠다…그래서 떠났다. 이번엔 서울의 심장부를 감싸고 있는 북한산둘레길 ‘옛성길 구간’을 거쳐 북악산 행이다. 서울 도심을 바라보며 새로운 새해 계획도 세워보고(뜻대로 될는지 모르겠지만^^), 의기도 다지는 의미에서…. 자 파이팅!!


# 돌고래 쉼터서 본 비봉능선

북악산 서울성곽 탐방은 세 곳의 안내소를 거쳐서 이루어진다. ‘말바위 안내소’를 이용할 경우는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로 나와서 지선(초록)버스 종로02번을 타고 성균관대 후문에서 내려 걸어서 10분 거리의 와룡공원으로 오면 된다. 와룡공원에서 서울성곽 따라 20분 정도 걸으면 안내소에 도달한다.
지하철 4호선은 혜화역 1번 출구에서 지선(초록)버스 종로08번을 타고 종점(명륜동)에서 하차 후 걸어서 10분이면 와룡공원에 도착한다.
‘숙정문 안내소’는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지선버스 1111번, 2112번을 타고 종점(명수학교)에 내려서 도보로 10분이면 된다.
‘창의문 안내소’는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지선버스 0212번, 1020번, 7022번을 타고 자하문고개에서 내리면 입구가 보인다.


# 족두리봉

개방구간은 제1코스는 말바위안내소-숙정문-촛대바위-곡장-청운대-백악마루-창의문안내소(2.2㎞)이며, 제2코스는 숙정문안내소-숙정문-촛대바위-곡장-청운대-백악마루-창의문안내소(2.2㎞). 제3코스는 창의문안내소-백악마루-청운대-곡장-촛대바위-숙정문-말바위안내소(2.2㎞)다. 입장시간은, 하절기(4월∼10월)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이며, 동절기(11월∼3월)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다. 퇴장시간은 공히 오후 5시다.
신청방법은, 현지에서 신분증 지참 후 출입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면 일련번호가 찍힌 출입증을 교부받아 패용하면 된다. 또한 30명 이상 사전 단체신청일 경우는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작성 후 접수를 시키면 된다. 출입증 패용구간은 창의문안내소와 숙정문안내소, 말바위안내소 각 구간의 사이다. 사진촬영은 지정된 장소 즉, 숙정문, 촛대바위, 청운대, 백악마루, 백악쉼터, 돌고래쉼터 등에서만 허용된다. 


# 향로봉


기자는, 제3코스인 창의문 안내소를 이용하기로 하고 거리가 짧은 관계로 불광역에서부터 출발한다. 구기터널을 향해 걷다가 북한산둘레길 구간인 ‘옛성길구간’의 장미공원으로 접어드니 잔설(殘雪)들이 등산로 곳곳에 쌓여있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스틱을 꺼내 조심스레 자연을 맞을 채비를 한다. 그리곤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올해도 아무 탈 없이 산행 잘 하게 해달라고.’ 비는 동시에, 뇌리에 클로즈업되는 한 인물이 미소를 띠며 다가온다. 편집장이다.(양평에서 워크숍 할 때 소개해 올린 발행인이 동일인물이다.) 


# 눈 쌓인 비봉

올해는 또 어떤 방식으로 기자를 괴롭힐지 사뭇 귀추가 주목된다. 내뱉는 말은 항상 그럴 듯하다.
“형님, 마음 편하게 쉬엄쉬엄 안전하게 다녀오세요.”
몸이라도 아파서 한 주 산행기사 땡땡이라도 칠라치면 여지없이 얼굴 찡그려진다.
“갑자기 기사 메우려면 어떡하지. 이거 참∼.” 
말이 ‘쉬엄쉬엄 편하게’이지, 뜻은 ‘아니라’는 얘기다. 가슴에 쌓인 말은 많지만, 때가 새해벽두인지라 이 정도로 접어둬야지.
행여 초장부터 막걸리 못 얻어먹을까 하는 걱정에서 말문을 닫는 건 결단코 아니다. 막걸리는, 이처럼 긁어도 입막음용으로 먹을 수 있고, 비위를 맞춰줘도 기분 좋아서 한 잔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바 장기판의 ‘양수겸장’이다.(너무 적나라하게 비법을 밝혔남?) 


# 사모바위

탕춘대 능선을 올라가는 첫 관문인 팔각정까지는 언제나 숨이 가쁘다. 입안에서 연신 뜨거운 입김이 뿜어져 나온다. 구제역 걸린 소처럼…. 그래도 주변의 나무들이 찾아온 함박눈으로 하얗게 치장을 하고 있는 게 그나마 위안이다.
팔각정에는 먼저 온 무리들이 쉬고 있다.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으니 계속 고(Go)다. 여기부터는 길이 순조롭다. 장미공원 능선을 여유 있게 걸어간다. 저 건너 비봉능선의 각 봉우리들도 눈사람이 되어 손짓한다. 족두리, 향로, 비봉, 사모바위, 승가, 나한, 나월, 문수, 보현봉 등 모두가 눈 속에 묻혀있다.


# 북악산길

‘탕춘대암문’을 들어서면서 우측으로 방향을 튼다. 상명대학교 가는 길이다. 소나무에 내려앉은 눈이 바람에 흩날리며 눈보라를 일으킨다. 능선이라 마땅히 바람 피할 곳도 없다. 체감온도 영하 20℃는 무난할 것 같다.
상명대학의 가파른 언덕길을 내려서서 자하문을 향해 발걸음 재촉한다. 장안의 유명한 중화요리전문점인 ‘하림각’이 보인다. 하림각의 남상해 회장은 입지전적인 인물로 유명하다. 자장면 배달부를 시작으로 갖은 고생 끝에 장사와 학업을 병행하여 급기야는 사회적 리더로  우뚝 선 이 시대의 히어로다.(정계에 발을 디뎌놓으면서 조금 퇴색된 감은 없잖아 있지만….)


# 보현봉과능선

동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젊은이들이 학벌이나 가난에 주눅 들지 말고, 자신이 목표로 하는  미래의 꿈을 향해 꾸준히 정진한다면 언젠가는 사회의 지도층으로 올라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노을은 구름이 있어 아름답고, 사람은 이루어야 할 꿈이 있어 아름답다’는 말이 있듯.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늘  세가지의 물음을 가슴에 담고 살았다고 한다.
첫째는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둘째는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셋째는 가장 소중한 시간은 언제인가?



그 답은,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 지금 이 순간’이라고. 다시 말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바로 내 앞의 행복한 미래를 만들기에 소중한 현재가 되니, 직장 없는 젊은이들도 용기를 잃지 말고 꿈을 가져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 선임기자 jkh414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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