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두고 못 다 한∼말∼ 가슴∼에 새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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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1.26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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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기자의 서울 인근산 샅샅이 훑기>북악산과 서울성곽 편-2회

2011년 한 해가 밝았다.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2010년. 이리 가든 저리 가든 세월은 흐른다는 사실이 서글프기까지 한 요즘이다. 지난 연말, 제대로 산행을 이어가지 못했다. 다 그 눔의 모임들 때문이다. 매일 하루같이 이어지는 음주가무의 자리들. 덕분에 새해를 맞고 나니 지칠대로 지쳐버린 정신과 육신. 이대로는 안되겠다…그래서 떠났다. 이번엔 서울의 심장부를 감싸고 있는 북악산이다. 서울 도심을 바라보며 새로운 새해 계획도 세워보고(뜻대로 될는지 모르겠지만^^), 의기도 다지는 의미에서…. 자 파이팅!!



# 백악마루서본남산


종로구 부암동 주민자치회관의 언덕을 올라 ‘윤동주 문학관’ 앞에서 길을 건넌다. 고(故) 최규식 경무관 동상 옆으로 북악산 길 가는 계단이 있다.
자하문 부근은 유명한 카페들이 즐비한데, 저마다 특유의 개성을 뽐내면서 ‘팜므파탈’ 이미지의 수준급들이다. 장안의 명소로 자리 잡은 지 꽤 오래다. 참고로 반대편인 삼청공원 쪽은 먹을거리가 풍부하고 이곳의 부암동 부근은 카페촌이 주를 이룬다. 


# 보현봉과능선

창의문안내소에 들어서서 ‘북악산 서울성곽 탐방 출입 신청서’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를 기입하고 주민등록증을 함께 제출하니 ‘북악산 서울성곽 문화유산탐방 447번’이라는 신분증이 주어진다. 목에 걸고 안내소를 나서니 성곽 따라 나무계단이 위로 길게 이어진다. 성곽 밖으로는 북악스카이웨이의 진입로가 눈에 들어온다. 근처의 카페에선 감미로운 선율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빨갛게 달아오른 스토브에 시린 손을 녹이며 연인과 차 한 잔 마시면서 노래를 감상한다.
 “♩♪♬두고∼두고 못 다 한∼말∼ 가슴∼에 새기면서…♬”
패티 김의 ‘떠날 때는 말없이’.
‘초를 쳐라, 초를 쳐. 무드 깨냐? 붙여도 뭐 할 텐데, 하필이면 떠날 때는 말없이 라고라.’


# 윤동주문학관

서울성곽에는 동서남북에 4대문(四大門), 그 사이에 4소문(四小門)을 두었는데, 창의문(彰義門)은 서대문과 북대문 사이의 북소문(北小門)으로 ‘올바른 것을 드러나게 하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러나 창의문은 북소문으로 불린 적은 없었고 이곳 계곡의 이름을 빌려 자하문(紫霞門)이라는 별칭으로 불려왔다.
땀으로 옷이 젖을 즈음 ‘돌고래쉼터’가 나온다. 나중에 보니 각 쉼터 옆은 물론, 중간 군데군데마다 초소가 설치되어 허가된 곳 외의 장소에서는 사진촬영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 최규식동상

하늘 높이 솟아있는 나무계단을 오르면서 생각해 본다. 이건 순전히 하체단련운동이다. 등산요령도 필요 없고 그냥 두 다리 뻗치면서 치고 오를 따름이다. 축구선수들 오리걸음으로 계단 오르는 것과 흡사하다.


# 창의문

점퍼 벗어 배낭에 넣는다. 다시 나타나는 ‘백악쉼터’. 보현봉에서 이어지는 북한산성 능선이 하얀 눈길로 변해있다. 겨울철 등반의 또 다른 운치를 사진기에 담는다.
쉼터 안에는 커피를 마시는 아주머니들, 컵라면에 물 부어 놓고 면발 익기를 기다리는 혼자 온 아저씨, 손을 호호 불며 사진 찍기에 열중인 외국관광객 등이 뒤섞여 제법 훈기가 돈다.
백악쉼터에서 조금 더 올라가니 청운대 내려가기 직전에 우측으로 ‘백악마루’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백악마루가 북악산 정상인데 당연히 족적은 남겨야지. 애∼개개, 이렇게 힘들게 올라왔건만 정상이 겨우 해발 342?다. 백악마루정상 공터를, 진달래가 빙 둘러 에워싸고 있고, 다시 진달래를 소나무 숲과 복사나무가 감싸고 있는 형국이다. 그림 좋고. 진달래꽃이 만발하는 봄에 오면 엄청 멋져부러∼.


# 백악마루

백악마루부터는 곡장 올라가는 길 외에는 계속 내리막이다. 청운대(靑雲臺)를 목전에 두고 내려가는데 특이한 이름을 가진 소나무를 만난다.
‘1.21사태 소나무’. 1968년 1월 21일. 북한 124부대의 김신조 외 30명의 무장공비들이 우리 측의 군경과 총격전을 벌이던 중 수령 200년 된 이 소나무에 15발의 총탄자국이 박혔다. 이 사건 후 1.21사태 소나무로 명명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총탄자국을 흙과 시멘트를 혼합한 단단한 물질로 땜빵 처리해 놓았다.


# 촛대바위

‘청운대 쉼터’ 초소를 내려서면 유일하게 성곽 밖으로 나가서 비포장 흙길을 잠시나마 걷는 길이 나온다. 다시 성곽 안으로 들어오는 입구에는 비닐하우스가 설치되어 있다. 바닥에 깔아 놓은 구제역방역 발판을 밟고 비닐하우스를 나서야 다음 코스로 이동이 가능하다.


# 방목하는꽃사슴

곡장 가는 중간, 방목해 놓은 꽃사슴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초소병에게 사진촬영이 가능한 지를 물어본다. 가까이만 가지 말란다.(쉼터에서만 촬영하라 해놓고… 조선 넘 들은 허락해 줘도 말이 많아요.)
성곽 외곽에서의 적 침투 시, 총을 쏘기 위해 성벽에 구멍을 뚫어 놓은 곡장을 살펴 본 후, 촛대바위를 지나 숙정문에 다다랐다. 문 밖 아래 ‘삼청각’ 주차장에 차들이 드문드문 들어오고 나간다. 성북동의 고택들도 웅장한 모습을 한 채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 숙정문

숙정문은 서울성곽의 북대문(北大門)으로 남대문인 숭례문(崇禮門: 예를 숭상한다)과 대비하여 ‘엄숙하게 다스린다’는 뜻으로 이름 지어졌다.
‘창의문과 숙정문은 경복궁의 양팔과 같으므로 길을 내어 지맥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풍수학자의 건의를 받아들여 두 문을 닫고 소나무를 심어 통행을 금지하였다고 한다.


# 말바위안내소

말바위안내소에서 출입증을 반납하고 삼청공원으로 내려간다. 말바위조망명소에 서서 서울도심과 남산을 바라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속세지만 그래도 서울은 아름답다.
삼청동의 먹을거리촌은 점심시간인지라 무척이나 붐빈다. 유명한 칼국수집 앞은 추운 날씨임에도 대기행렬이 줄지어 서 있다. 에라, 이럴 바엔 오랜만에 광화문에 나가서 한 끼 때우자. 마을버스 11번을 타고 세종문화회관 앞에 내린다.
평소 드나들던 ‘독도참치(장석경. 736-5007)’에서 얼큰한 생태탕에 쐬주 1병 곁들이니 추위와 피로가 한꺼번에 사라진다. 선임기자 jkh414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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