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숭인동 길 레스토랑 그곳엔 ‘사람’이 있다




정읍 산골마을서 올라온 토종닭과 참옻

"아따, 토종닭이 올라온당게!"
왠 토종닭? 며칠 전이었다. 여느 때처럼 황금알을 낳기 위한 작업에 열중인 화자에게 툭 던져진 익산떡의 일성. 황금알을 낳기 위한 재료가 목구멍을 타고 한참을 신나게 넘어가고 있을 무렵이었다.
"토종닭도 몰러?"
알지 왜 몰러…. 익산떡의 얘기인 즉슨 시댁이 있는 전북 정읍하고도 한참 들어간 산골 마을에서 `진짜` 토종닭을 산에 놓아 키우는 집이 있는데, 그곳에 가서 닭 몇 마리를 사올 계획이라는 것이다.
눈이 솔깃해지는 순간이다. 귀가 솔깃해지는 순간이다. 온 촉감이 일제히 일어나 시위를 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황금알을 낳기 위해 열심히도 넘기던 막걸리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순간이다. 침이 꼴딱 넘어가는 순간이다.
거기다 덧붙여지는 익산떡의 한마디. "집에 옻이 있거던…그것도 참옻."
그 옻나무도 정읍 산골마을에서 가져온 것이란다. 상상해봐라. 산에서 놓아 기른 토종닭에 참옻나무의 환상적 조화….
"언제 가져올 건데…."
10여일 후란다. 마침 시댁에 갈 일이 있는데 가는 김에 제사지낸다고 토종닭을 사온다는 것이다.
"진짜 죽여줘…."
익산떡 말은 사족이다. 당근 죽여줄 것이다. 활짝 열린 희뿌연 살색의 가슴에 갈색의 참옻나무를 꼬옥 껴안고 보글보글 끓고 있을 그놈의 토종닭이 눈에 선하다.
"몇 마리나 사올건데…."
대여섯마리란다. 지난해에도 사 온 적 있단다. 그땐 참옻나무를 넣지 않았는데도 술꾼들이 어떻게 알고 왔는지 바로 동이 나버렸단다.
얼마씩 팔 거냐고 물었다. 대여섯 명이서 한 마리로 떼울 수 있느냐고 물었다. "아따, 알아서 줘. 먹고도 남을 걸…." 익산떡 답다. 사오는 날짜에 맞춰 예약을 했다.
그리고 지루하고도 지루한 기다림의 나날들. 그 10일 동안 물론 숭인동 길레스토랑은 저녁 6시면 어김없이 문을 열었다. 화자는 들를 때마다 물었다. 군 제대를 앞두고 하루하루 날짜를 세는 말년고참처럼…. 그리고 다짐받고 또 다짐받았다.
"토종닭 이상 없는 거지?"
그리고 바야흐로 그 날은 오고야 말았다. 하루종일 사무실 창가를 어슬렁거려야 했다. 이날 따라 왜 그렇게 시간은 더디도 가는지….
그리고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저녁 6시. 어라? 그런데 숭인동길레스토랑 조용하다. 길레스토랑을 덮는 포장은 한군데로 싸여 접힌채 묶여 있다.
이게 뭔일이람?? 참옻 토종닭의 향연을 함께 할 지인들은 속속 현장에 도착하고 있다.
화자의 사무실에 들어온 지인들이 가세한다. 전부 창쪽으로 모여 길레스토랑을 예의주시한다. 마치 모이 물고 오는 어미새를 기다리는 새끼 새들처럼….
6시 5분이 지났다. 10분이 지났다. 15분이 지났다. 20분이 지났다. 어미새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새끼새들은 점차 지쳐갔다. 누군가의 입에서 짜증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늘 날 샜구먼…." 화자 덩달아 짜증이 났다. 그럴 리가 없는데…하면서도 내심 불안감이 쌓여 갔다. 불과 이틀 전에도 다시 한번 확인을 했던 터였다. 만약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을 줄텐데…. 익산떡 화자의 전화번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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