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김장환/ 김영사

 ‘욘더’는 사랑하는 사람을 마지막으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늘 꿈꿔왔던 귀여운 아기와 강아지도 가질 수 있는 곳이다. 준비 없이 누군가를 떠나보냈거나 아쉬움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난 ‘모든 헤어진 사람들’의 천국이다. 그러나 욘더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 아기는 더없이 귀엽지만 자라지 않는다. 아름다운 기억으로 북적이지만 죽음에 대한 기억만은 지워진 곳이다. 그래서 삶이 삶답지 않은, 달콤한 악몽 같은 곳이다. 욘더의 발명은 인간 세상에도 일대 혼란을 야기한다. 영원한 삶과 영원한 사랑을 원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욘더를 택하면서 자살 소동이 빚어진 것이다. 그러나 주인공은 결국 욘더로부터의 탈출을 감행한다. 아쉬움 없이 사랑했으나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이별하기를 택했다.
작가는 아내 에우리디케를 잊지 못해 명계로 들어가는 오르페우스의 신화를 미래 세계에서 재현함으로써 불변의 사랑을 노래했으나, 그 감정 또한 끝이 있을 때 비로소 절실할 수 있음을 일깨운다. 또한, 죽음에 대한 인식이 엷어진 미래 풍경과 유비쿼터스 월드의 가벼움에 대한 성찰은 독자의 인식을 새롭게 한다. 작가 김장환은 미국 오리건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고, 귀국 후에는 십여 년 동안 소규모 출판사를 운영한, 다소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직접 번역해, 처음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한 것도 그이다. 그 후에는 가족과 함께 뉴질랜드로 이주했으며, ‘지구에서 가장 심심한 곳’에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작품 ‘굿바이, 욘더’를 써냈다.
332면/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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