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아이들…



1991년 3월 36일, 기초의원 선거로 인해 임시 공휴일이었던 날 아침, 집을 나선 다섯 명의 아이들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믿지 못할 사건이 발생한다. 이후 사라진 아이들과 관련된 수많은 의혹들이 난무하기 시작하고 아이를 잃은 부모들은 모든 생업을 포기한 채 찾을 수 있다는 신념 하나로 전국 방방곡곡을 쫓아다닌다.
이렇듯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은 무려 다섯 명의 아이들이 사라졌다는 사건 자체와 더불어 이를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들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미제 사건들보다 광범위한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
영화 ‘아이들…’은 바로 이러한 사실에 초점을 맞춰 실제 아이들이 사라진 사건 당일부터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자 했던 인물들 사이에 벌어진 이야기를 리얼하고 진정성 있게 담아내고 있다.
특종을 잡기 위해 사건에 뛰어든 다큐멘터리 피디, 자신의 가설에 따라 범인을 지목한 국립과학대학 교수 등 지극히 영화적인 설정에서 비롯된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이들의 이야기가 모두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영화는 이러한 과정에서 큰 슬픔을 겪은 부모님들의 이야기와 주변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있는 그대로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그려내고 있어 이전 실화 소재 작품들과는 차별성을 띤다.
‘아이들…’은 사회적인 메시지만을 강하게 전달했던 다큐 형식의 사건 중심 실화 영화들과는 달리, 사건 이면에 감춰져 있던 또 다른 이야기들과 뉴스도 담아내지 못했던 인물들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처럼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진정성의 길을 택한 ‘아이들…’은 관객들에게 잊혀져 가는 사건을 상기시킴과 동시에 그들의 마음속에 절절했던 당시의 상황과 긴박했던 순간들을 그대로 전달한다.



‘아이들…’을 위해 대한민국 대표 연기파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도 관심거리다. 매번 새롭게 변신한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나온 박용우, 천의 얼굴을 가진 류승룡, 틀에서 벗어나 농익은 연기를 펼친 성동일, 맡은 배역마다 그 인물 자체로 녹아드는 성지루, 타고난 연기력을 갖춘 김여진 등 그 어떤 장르를 불문하고 놀라운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었던 다섯 명의 배우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장르에 국한되지 않은 연기로 관객들에게 높은 신뢰감을 안겨주었던 다섯 연기파 배우들이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을 소재로 다룬 ‘아이들…’에서 마음을 담은 연기의 진수를 선보인다.
이번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이규만 감독은 정말 대단한 도전을 했다. 이미 잊혀진,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준 사건을 다시 끄집어냄으로서 사건 관계자들의 아픈 상처를 다시 건들지는 않을까, 미스터리한 사건의 마무리를 어떻게 지을까 등 고민해야 할 일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다은 기자 panda157@naver.com
하지만 영화를 보는 중에 그런 염려는 사라졌다. 과하지도, 그렇다고 밋밋하지도 않는 스토리 진행이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한다. 잔인한 장면이 나오지 않아도 사람과 사람간의 갈등 속에서 공포와 두려움이 확실히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범인이 잡히지 않은 채 잊어졌다는 사실에서 안타까움도 느꼈다. 원래 아이들은 도롱뇽을 잡으러 갔다. 하지만 도롱뇽의 표기법을 헷갈려하는 사람들이 많아 개구리로 고쳐버린 것이다.
이 정도로 무심해져버린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그나마 이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미제 사건들에 다시 한 번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다은 기자 panda1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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