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숭인동 길 레스토랑 그곳엔 ‘사람’이 있다





참옻토종닭…국물 맛이∼∼끝∼내줘요!!

그래서 결론이 무어냐고 묻고 싶으실 게다. 맞다. 이제 결론을 얘기해야 할 때다. 그런데 답답하다. 결론이라…. 이 짧은 글발이 안타깝다. 이 무딘 세치 혀가 야속하다. 사실 음식 맛이란 게 그렇다. 요즘 TV에 나오는 음식 관련 몇 가지 프로그램을 봐도 그렇다. 아무리 맛있어 보이는 음식도, 그 잘난 입을 가진 MC나 연예인들에게 평가를 해보라고 하면 그게 그거다. 음식의 깊고 오묘한 맛을 표현할 수 있는 용어가 부족한 건 아닐게다. 그 용어들을 다 몰라서 저지르는 오류일 게다. 심지어는 신문이나 방송 등에서 음식 전문가 활동하는 이들조차도 예외는 아니다. 그저 `담박하다` `혀끝에서 사르르 녹는 느낌` `온 몸으로 퍼지는 전율` 정도랄까.
화자도 마찬가지다. 황금색 날갯죽지의 보드라운 살결은 차마 이빨에 가 닿을 시간조차도 없었다, 혀 끝에 닿는 순간 녹아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다…등등의 미사여구를 사용할 수 밖에 없고 이 미사여구들 조차도 뻔할 뻔자이기 때문이다.
글쎄, 어떻게 짧은 몇마디의 알량한 인간 언어로써 그 맛의 적절함을 형언해 낼 수 있으리오.
이렇게 하자. 세상에서 처음 먹어보는 느낌…. 중간에 `황홀함`이란 세자를 넣을까 하다가 뺐다. 그래봤자니까…. 나머진 독자님들이 알아서 추측하시라. 알아서 상상의 나래를 펴시라. 하지만 절대 잊어버리면 안될 한가지, 상상 하는 동안 독자님의 입 안에 최소한 250mm 정도의 액체가 고여야 하고, 최소한 7-8번은 그 액체를 천천히 꿀꺽 그리고 꿀꺽 삼키셔야 한다는 것.
아쉽지만 만찬은 순식간에 끝이 났다. 어른 팔뚝만한 크기의 황금색 토종닭다리도, 산과 들, 세사을 휘저었을 황금색의 날갯죽지도, 식욕에 벌개진 8개의 눈들에게 고스란히 내맡겨졌던 몸뚱아리조차도, 순식간에 사라지고 없었다.
사방에 남은 거라곤 아쉬움 가득한 탄성 뿐….
양이 적었다. 닭이 작았다. 그것도 아니라면 익산떡의 `삥땅`이 개입됐다.   
그런데 어떤 것도 사실이 아님은 누구나 알고 있다. 토종닭은 분명 팔뚝만한 크기의 두 개의 다리와 거기에 어울리는 날개, 그리고 혹시나 모를 이런 사태를 예견했음인지 몸까지 가른 채 자신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보여주었으니까…. 혹 잘못 본 거 아니냐고?? 그렇담 좋겠다. 이 순간 소원이다. 그래서 익산떡에게 사라진 나머지 부위들을 내놓으라고 소리를 지를 수 있다면, 그래서 모자란 식객들의 욕구를 온전히 채우게 할 수 있다면….
하지만 아니다. 정읍의 깊은 산골에서 자라다보니 돌연변이가 생겨 다리가 세 개나, 네 개 쯤 됐다거나 하는 가능성을 제외하곤 말이다.
게다가 익산떡은 잘려진 닭발 두 개에 한 개의 모래집까지 따로 끓여서 내온 터이다. 할 말 없다.
그런데 익산떡 정말 이쁘다. 중요한 한 가지가 남았던 것이다. 우동 그릇에 담아져 사뿐히 날라져오는 또 하나의 축복. 익산떡의 손을 떠나 탁자 위에 놓여지는 우동그릇 안의 황금색 축복이 울렁한다. 다시 입안에 침이 울렁한다. 생소한 내음이 코끝을 울렁이게 한다. 이게 뭐지??
"참옻 국물이여…."
시음을 해본다. 형언할 수 없는 이 깊은 맛…. 이미 몇 개의 소주병이 나뒹굴고 있다. 하지만 8개의 눈은 멀쩡하다. 먹으면서 깨는 모양이다.
"익산떠억, 소주 추가!!"
누군가의 입에서 자연스레 나온 외침이다. 그리고 그날 일행은 죽도록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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