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담 걸쭉한 ‘익산떡’의 육자배기로 풀어내는 情
입담 걸쭉한 ‘익산떡’의 육자배기로 풀어내는 情
  • 승인 2011.03.15 16: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재> 숭인동 길 레스토랑 그곳엔 ‘사람’이 있다




아내 생일 잔치도 토종닭 백숙으로

토종닭 얘기가 길어진다. 벌써 3회 째다. 행여나 지루함을 느끼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 자리를 빌어 사죄드린다. 사실 2회 연재 정도로 끝낼 계획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할 말이 많은 가 보다. 그런데 굳이 첨언하자면 화자를 탓할 것만은 아니다. 굳이 탓하고 싶다면 익산떡을 탓하라. 토종닭을 탓하라. 참옻을 탓하라. 이 세가지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빚어지는 그 환상의 맛을 탓하라. 그래서 각설한다.
참옻토종닭 만찬은 그 이후로도 두 차례나 더 이어졌다. 아참, 한 번은 참옻토종닭이 아니었다. 토종닭백숙이었다. 참옻은 빠진…. 왜 뺐느냐고?? 두 명의 여자들 때문이다. 그렇다고 너무 솔깃해하지는 마시라. 두 명의 여자중 한 명은 화자의 아내, 그리고 또 한 명은 화자의 딸이었다. 두 여자 모두 `한 먹성` 씩들 한다.
토종닭백숙으로 다시 말해 가족잔치를 열게 된 계기는 다소 엉뚱하다. 그중 큰 여자, 다시 말해 아내의 생일 잔치였던 때문이다. 오죽하면 마누라 생일잔치를 포장마차에서 닭다리 뜯으며 하느냐고 화자를 핀잔할 수 있겠다. 사실 처음 계획을 잡을 때 화자 역시 캥기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많은 생각을 했고 고민을 했다. 실망하는 거 아닐까…요즘은 근사한 스카이라운지나 패밀리레스토랑 등에서 하는 아내의 생일잔치도 구박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데.
특히 작은 여자의 경우 화자가 즐겨 찾는 다소 너저분한 분위기의 식당이나, 술집 등을 극악무도하게 싫어한다. 물론 그렇다고 큰 여자나, 작은 여자가 숭인동 길레스토랑을 들러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미 몇차례 왕림을 했던 터이다. 때론 왕새우 구이를 먹었고, 때론 국수를 먹기도 했다. 특히 작은 여자의 경우 숭인동 길레스토랑에서 파는 물국수는 `광팬` 수준이다.
큰 여자의 생일 며칠 전,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다. 때마침 익산떡도 정읍에 다녀올 일이 있단다. 그런데 문제는 익산떡이 정읍에 다녀오는 시기가 대사를 치를 날과 며칠간 차이가 나는 것이었다. 방법은 `냉동`. 익산떡 미리 얘기한다.
"냉동 해 버리면 아무래도 맛이 좀 떨어질턴디…."
신경 안썼다. 그래봤자 겠지…. 그리고 작업에 들어갔다. 작업이 뭐냐고?? 바로 큰 여자와 작은 여자를 설득하는 것이다. 일단 토종닭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명을 해야 했다. 그리고 숭인동 길레스토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예상했듯 반발이 일어났다. 작은 여자였다.
"에게 엄마 생일날 겨우 포장마차야?"
"포장마차가 아니고 길레스토랑이라니까…."
"그래도 그렇지…."
실랑이가 이어졌다. 이쯤되면 작은 여자의 취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수밖에…. 바로 그녀를 광팬으로 만든 물국수다. 의외로 승부는 싱겁게 끝을 맺었다.
거사가 있던 날 하루 전 길레스토랑엘 들렀다. 진행 상황을 체크하기 위한 것이었다. 물론 막걸리도 몇 사발 걸치고…. 익산떡 큰소리 여전하다. "꺽정 허덜덜 말어…."
거삿날이 왔다. 만찬에 참여한 인사는 모두 다섯명. 두 명은 외부 초청 인사였다. 먹성들 좋은 참여인사들 면면과 두 여자의 참옻에 대한 무지, 그리고 머리 숫자까지 심도있게 고려해 이미 참옻토종닭 대신 토종닭백숙을 주문해 놓았던 터이다. 전언했듯 참옻토종닭은 백숙이 나오질 않는다. 참옻을 넣고 끓인 닭고기가 먼저 나오고, 나중에 연한 갈색의 참옻국물이 나온다. 먹성 좋은 인사 다섯명에게는 양적으로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상황. 그래서 백숙을 주문했던 것이다. 이 역시 친절한 익산떡의 조언 하에 이뤄진 것임은 물론이다.
두 여자와 나머지 두 명의 인사가 도착할 시간에 맞춰 일을 끝내고 길레스토랑에 나갔다. 입구에서부터 그윽한 토종닭내음이 진동을 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 뉴텍미디어 그룹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 07108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 인터넷 : 서울, 아 52650 (등록일·발행일 : 2019-10-14)
  •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영필
  • 편집국장 : 선초롱
  • 발행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목로 72(신정동)
  •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전무이사 : 황석용
  • 고문변호사 : 윤서용(법무법인 이안 대표변호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 위클리서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weeklyseoul.net
저작권안심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