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일본 핵발전소 사태'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일본의 ‘지진 쓰나미’가 핵발전소 방사능 유출 사태로까지 이어지면서 엄청난 후폭풍에 휩싸였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1․3호기에 이어 2호기와 4호기에서도 폭발이 확인되면서 이번 사고가 ‘제2의 체르노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체르노빌 참사는 구소련의 비밀주의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유럽이 체르노빌발 방사능에 대비하기 시작한 것은 1200km 떨어진 스웨덴에서 낙진이 발견된 이후였다. 일본의 핵발전소 사고 역시 투명한 정보 공유가 요구되지만 일본 정부 역시 정보를 통제하고 있어 방사능 물질 총량에 대한 주변국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원자로에 냉각수를 투입하는 노력과 함께 전력을 연결해 냉각시스템을 가동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쉽사리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한 지역에서 다발적으로 원전 사고가 발생하기는 세계 처음”이라며 “이미 미국 스리마일 사고를 넘어섰고 체르노빌 사고 역시 넘어설 만큼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의 방사능 물질 총량에 대한 정보 통제가 큰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이 대표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에 대한 신뢰가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평상시에는 실시간으로 제공하던 방사선 수치를 4~5시간 만에 한번씩 밖에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누출된 방사능 물질 총량을 알 수 없어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동경전력 소유인 후쿠시마 핵발전소는 민영회사라 상황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경전력은 핵발전소 사고를 과거 29년이나 감추고 있다가 드러났던 전력을 지니고 있다. 상습적으로 사고를 은폐∙왜곡해 왔다는 것이다.

원전 단지를 계획하고 있는 한국 정부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 대표는 “정부는 부산과 울산 사이 고리 일대에 7기를 추가해 12기의 원전 단지를 계획하고 있다. 다수의 국민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핵발전단지 계획은 중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우리나라에서 핵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도 공공기관이 아니라 한전의 자회사이기 때문에 정보공개청구대상기관에서도 빠져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당장 모든 핵발전소의 가동을 중지 또는 폐쇄하자는 것이 아니다”며 “환경단체나 시민단체의 요구는 ‘신규 발전소 건설 중단’과 ‘운영 기한이 다한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 반대’”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헌석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 일본 원전 사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체르노빌 참사와도 비교된다.

▲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원전사고 등급이 7단계에 가까운 6단계였다. 체르노빌 참사가 7단계였다. 지금 진행 상황에선 체르노빌을 넘어설 수도 있다. 3월 중순부터는 헬기에서 물을 뿌리고 있다. 체르노빌 참사 때와 유사하다.

차이점이 있다면 일본의 경우는 4개의 발전소가 문제를 일으키지만, 폭발은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사실 폭발이 중요한 게 아니다. 현재 손상된 상황에서 방사능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나눠서 나오느냐, 한꺼번에 폭발해서 나오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체르노빌 수준이거나 그 이상으로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 최악의 경우 어떤 사태까지 우려되나.

▲ 쓰나미 영향권에 든 것으로 알려진 후쿠시마 2원전, 오나카와 원전까지 문제가 확대되면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15일 폭발한 4호기는 이미 가동이 중지된 상태였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현재 핵발전소 반경 80km까지 대피 공고가 내려졌다. 도쿄 이북 지역까지 대피하고 있다. 바람에 날려서 낙진이 떨어지는 경우는 없더라도 태평양 북쪽이 방사능에 오렴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은 환경문제가 심히 우려된다. 이미 후쿠시마에선 방사능에 오염된 수돗물이 나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일본의 농수산물을 수입하고 있다. 이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

- 여타 환경 피해가 적지 않을 것 같다.

▲ 못 쓰게 된 원전 자체가 막대한 양의 방사성 폐기물 덩어리가 된다. 인근 토양도 쓸 수 없다. 풀, 특히 버섯류에 방사성 물질이 농축된다. 풀을 뜯어먹는 소나 양에서 나오는 유제품도 먹을 수 없게 된다.

- 현재 방사성 물질 유출 정도를 제대로 공개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 일본 정부가 방사능 세기를 발표하고 있지만 신뢰하기가 어렵다. 민간단체 측정 결과가 정부 발표보다 수백배 높은 곳도 있다. 방사능 세기 뿐 아니라 방사성 물질의 종류와 양, 총량 등도 발표해야 한다. 그래야 체르노빌이나 히로시마 원폭 등 과거 사례와 비교하고 대응할 수 있다.

- 체르노빌 참사때도 정보 비공개 때문에 상황이 더욱 악화됐었다. 일본도 그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보 공개를 꺼리는 까닭이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 체르노빌의 경우 체르노빌에서 1000km가 넘는 곳으로 낙진이 떨어져 문제가 공론화 됐었다. 소련 정부는 그 이후로도 사고 내용을 은폐했다.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정보도 전부라고 할 수 없다.

일본 역시 구소련과 마찬가지로 정부 공개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현 상황에서 좋게 보자면, 국민들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일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이 정확하게 드러나야 국민들이 나름대로 조치를 취하고 대피를 할 수 있다.

대외적인 문제도 있다. 만약 나중에 한국이나 중국, 러시아 등에 방사능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발견되면 항의를 받을 수 있다.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보상 문제까지 고려하면 정보 공개가 탐탁지 않을 것이다.

- 우리나라 원전은 정말 안전한가. 비등경수로 방식인 후쿠시마 원전과 달리 우리나라 원전은 가압경수로 방식이어서 안전성이 높다는데.

▲ 안전성에 있어서는 비등경수로 방식과 가압경수로 방식에 차이가 없다. 같은 우라늄 연료를 쓰면서 보일러를 가동시키는 방식이 약간 다른 것이다. 우리나라 원자력 공학자들은 가압경수로 지지자들이다. 가압경수로가 안전하고, 비등경수로가 노후한 방식이라고 한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두 방식 모두가 아직까지 널리 쓰이고 있다. 이번에 일본이 터키에 수출한 것도 개량 비등경수로 방식이다. 어쨌든 일본은 지금까지 한 번도 발전소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원전 안전성 신화가 깨진 것이다. 인간의 상상력과 기술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다.

한국의 경우도 똑같이 문제 제기를 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노후화된 발전소의 수명연장에 반대를 해도, 부산처럼 한 지역에 밀집된 핵발전 단지를 만들면 안 된다고 지적해도 소용없다. 한국은 특히 인구밀집 지역에 발전소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는 한국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 경남 고리 지역에 5기가 가동 중이고, 5기가 건설 중이며, 2기가 계획 중이다. 12기라는 초대형 핵발전 단지가 된다. 후쿠시마의 11기보다도 큰 단지다. 반경 30㎞에 부산과 울산이라는 초대형 도시가 들어 있어, 사고가 발생할 경우 수백만명이 피해를 입게 된다.

- 방사능 물질 유출에 대한 우려가 높다. 우리도 대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 일본 전체에 방사능이 퍼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는 게 먼저다. 아직 도쿄까지 방사성 물질이 확산되지 않았으니 우리가 대피를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사고가 더 커질 경우 피해는 전 지구적 규모가 된다. 체르노빌 당시 방사성 물질은 바람을 타고 지구를 한 바퀴 돌았다.

현재 편서풍과 서풍이 다행스럽기는 하지만 바람 방향만 믿고 있을 순 없다. 정부가 방사성 피해 대비 요령, 여행 자제 등의 지침을 줘야 한다. 일단 원전 사고 지역의 농·수산물 섭취부터 주의할 필요가 있다.

- 한편에서는 과거 ‘도카이 지진’(1854년에 발생한 초대형 지진)으로 인한 일본인들의 불안 심리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하마오카 핵발전소가 도카이 지진 활단층(현재 활동하고 있는 단층) 위에 있기 때문이다.

▲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일본 열도가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에서 하마오카 발전소는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문제는 이 발전소가 노후했다는 점에 있다. 일본인들이 불안에 떠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우려가 일본 국내에서 혼돈을 부추길만한 언동으로 비춰질 수 있어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일본 내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하마오카 원전에 대하여 강력하게 정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대부분 뉴스는 지진 피해 지역 중심으로 보도되고 있다.

‘문제없다’던 당초 일본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후쿠시마 원전에서 연속적인 폭발이 있는 가운데 이미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만약 도카이 지진으로 인해 하마오카 원전에서도 방사능 누출사고가 있을 경우, 도쿄를 비롯한 관동지역은 물론 한국과 같은 주변 나라에도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도카이 지진은 이른바 숨어 있는 복병이다.

- 현재 일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 모든 인력과 기술을 총동원해 원자로를 냉각시켜야 한다. 원자로 냉각은 정상 상태에선 몇 시간, 길어도 하루면 충분하지만, 냉각 펌프가 멈춘 지금은 예측할 수가 없다. 부식 때문에 발전소를 못 쓰게 된다는 걸 알면서도 바닷물까지 동원해야 할 형편이다.

원자로를 식히는 데 쓴 바닷물 처리도 관건이다. 일부는 증기 형태로 날아갔을 것이고, 일부는 바닷물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 낙진과 해수, 폐수 등을 통해 바다도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 수산물이 당장 문제다. 육상 방사능 농도는 발표되지만 해상 방사능 농도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다. 일본 정부가 시급히 공개하고 조업 금지 영역을 정해야 한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