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물오른 매화 꽃봉오리, 아∼진정 봄은 오고야 말았다!
한껏 물오른 매화 꽃봉오리, 아∼진정 봄은 오고야 말았다!
  • 승인 2011.03.21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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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상의 삶의 향기 폴폴> 봄의 문턱에서

꽃봉오리에 배인 봄

“금방이라도 피어날 것 같아요!” 집사람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그 목소리가 어찌나 가볍고 싱그러운지 내 기분까지도 상쾌해진다. 집사람의 목소리에는 설렘이 가득 담겨 있다. 청아한 목소리에 봄이 그득 하니 모두가 가벼워진다. 말하는 사람도 흥으로 넘쳐나고, 듣고 있는 나 또한 즐거워진다. 봄이란 진정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신바람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날아갈 것 같은 기분만은 확실하다.


섬진강의 매화는 아직 피어나지 않았다. 지난겨울이 워낙 혹독했던 탓인지 꽃 소식이 좀 늦는 모양이다. 꽃이 피지 않았을까 기대하면서 달려왔지만 아직은 아니다. 그러나 봄이 다가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맺힌 꽃봉오리에 저마다 봄기운이 물씬하다. 봄은 알게 모르게 시나브로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조금 더디 온다고 하여 오는 아예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매화 꽃봉오리기 그 것을 말한다.

꽃봉오리를 바라보는 집사람의 마음은 소녀의 그것처럼 흥겹기만 하다. 게다가 집사람은 자신감으로 넘쳐나고 있다. 얼마 전부터 배우기 시작한 운전면허기능시험에 합격하였기 때문이다. 그 것도 만점으로 합격하여 자신감이 넘쳐난다. 시험을 치르기 하루 전날엔 잠까지 설치면서 걱정했다. 코스를 머리에 그리면서 걱정이 태산이었다. 시험일에는 아침도 먹지 않고 시험장으로 달려갔다. 미리 한번 더 연습을 하고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시험을 봤는데, 만점으로 통과한 것이다.



“우리 시험 합격 기념 봄맞이 나들이 가자”는 집사람의 요구. 거절할 수가 없었다. 다가오는 봄의 유혹을 물리치기도 어려웠다. 집사람의 요구를 들어주는 척 하면서 나섰다. 봄 향에 푹 젖어보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였다.

첫 경험은 소중하다. 비록 낯설고 서툴기는 하지만, 그 자체로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 처음이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아니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헤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주 익숙해져 있다면 외려 재미가 없다. 낯선 길을 찾아나서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봄을 마중할 수 있는 곳들 중 선택한 곳이 섬진강이다. 첫 경험을 만끽하기 위해서다. 활짝 피어 있는 꽃을 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러나 상관없다. 꽃이 피진 않았지만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그 것만으로 나들이 길은 충분히 즐겁다. 한껏 물오른 매화 꽃봉오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언제 저리도 가깝게 다가왔을까? 경이로울 뿐이다. 나무 가지가지마다 물오른 꽃봉오리들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다.



봄은 분명 등불이다. 세상을 환하게 밝혀주는 아름다운 등불이다. 봄으로 인해 한 해가 시작되고 그 봄으로 인해 세상은 밝아질 수 있다. 겨울이 아름다워질 수 있는 것도 바로 봄이 있기 때문이다. 혹독하면 혹독할수록 봄은 더욱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 여름도 가을도 마찬가지다. 봄은 희망이요, 기쁨이다.

매화나무 가지, 물이 오른 수많은 꽃봉오리에는 희망이 담겨 있다. 꽃봉오리 하나하나마다 내일을 보듬고 있다. 그 속엔 환하게 피어날 꽃이 숨쉬고 있다. 꽃봉오리들이 모두 다 피어났을 때 세상은 환한 봄 세상이 될 것이다.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꽃 세상이 된 아름다운 우주가 눈앞에 펼쳐진다. 꽃봉오리는 희망이고 기쁨일 수밖에 없다. 꽃이 활짝 피어난 세상이 가슴에 그려진다. 생각만 하여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렌다.



매화나무 아래에서 한참 동안을 서성였다. 꽃봉오리에 배어 있는 봄 향기에 한껏 취했다. 얼마나 좋은가? 세진으로 넘쳐나는 세상사, 이곳엔 없다. 가벼워진 마음으로 봄 향에 취하니, 부러울 것이 없다. 이곳에서의 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더 바랄 것이 없다. 봄 향에 취하여 눈을 감으니, 매화꽃이 활짝 피어난 세상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고맙고 감사하다. 아, 아름다운 봄이다!

둥지를 떠나는 딸에게 

사랑하는 딸아! 이제 네가 집을 떠나 새로운 세상으로 향한다고 하니, 아빠는 걱정이 앞선다. 그 것도 정해져 있는 길이 아닌 전혀 새롭고 낯선 길을 가야 한다니 근심이 된다. 거친 바람이 부는 세상 속으로 들어서는 너를 보내고 싶지 않구나. 그렇지만 마냥 잡아둘 수는 없는 일이다. 넓은 세상으로 향하는 너의 열정을 믿고 아빠는 보내줄 수밖에 없구나. 잘 걸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아주 크다. 그렇지만 너를 믿고 보내기로 결정하였다. 망설이는 마음을 뒤로 하고서 보낸다.

네가 도회지로 가고 싶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충격은 매우 컸다. 직장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돌보아 줄 사람도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떠나고 싶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부정적인 생각이 앞섰다. 그러나 너의 조리 있는 생각과 젊음의 열정을 확인하고 나서 많이 망설였다. 아들도 아닌 딸자식을 세상 밖으로 내놓는 일이 어찌 쉬운 일이더냐? 그렇지만 마냥 잡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어서 결국 너의 의견에 따르기로 하였다. 아직도 이런 결정이 옳은 것인지 확신은 들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랑하는 딸을 믿기로 하였다.



네가 대학을 갓 졸업하였다면 너를 내보내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두고 보고 좀 더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보기로 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너는 이미 대학을 졸업하고 1년을 지내고 이제 2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그 동안 너의 방황을 바라보면서 뭔가 대책을 강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와중의 너의 생각을 듣게 되었고, 너의 뜻에 따르기로 결정을 하였다. 어차피 인생은 모험이다. 아빠가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너 대신 인생을 살아줄 수는 없다. 네 인생은 내가 개척해야 하고, 넌 이제 당당하게 걸어 나가야 한다.

이제 너는 험난한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다.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과 마주해야 하고, 견뎌야 한다. 그 누구도 그 바람을 대신 맞아주지 않는다. 오직 네 스스로 맞서고 또 이겨나가야 한다. 이겨내지 못하면 넘어질 수밖에 없다. 넘어졌다고 하여 주저앉아서는 안 된다. 다시 일어서야 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눈물도 나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을 수도 있다. 그 모든 어려움을 네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홀로 극복해내야 한다.

강가에 매달려 있는 빈 배를 생각한다. 비어 있는 배에는 무엇이든지 실을 수 있다. 거기에 금은보화를 실을 수도 있고, 탐욕과 헛된 것만을 실을 수도 있다. 빈 배에 무엇을 실을 것인가의 결정권은 바로 너에게 있다. 네가 열심히 노력하여 성실히 일하게 되면 가치 있는 것들을 마음껏 실을 수 있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탐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헛된 것만을 가득 실을 수밖에 없다.

아빠는 믿는다. 사랑하는 딸은 옳고 그른 것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텅 비어 있는 빈 배에 아름다운 것만을 가득 실을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사랑하는 딸, 진이야! 네가 가는 길은 잘 닦여진 길이 아니다. 아무도 걸어가지 않은 거칠고 힘든 길이다. 그 점을 잊지 말고 당당하게 그리고 천천히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인생에서 서두른다고 하여 빨라지는 것은 없다. 힘들다고 하여 돌아갈 생각도 하지마라. 그 길이 험난하더라도 당당하게 걸어가면 반드시 고난을 극복할 수 있다. 인생에 험한 고비가 없다면 무슨 재미란 말이냐? 힘들더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이겨내면서 걸어가야 한다. 신바람을 일으키며 앞으로 전진 하였으면 좋겠다, 정말.



걱정하는 마음이 앞서지만 너의 앞날을 위하여 결정하였다. 당장은 감당하기 어려울지라도 너는 그 것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네 뒤에는 아빠와 엄마 그리고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힘들면 돌아올 수 있는 집이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마라. 홀로 당당하게 걸어가되, 너무 힘들면 언제든 돌아 오거라. 너를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곳으로 언제든지 돌아오면 된다. 이제 거친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딸에게 새삼 축하를 보낸다. 처음은 미약하였지만 그 결과는 장대하리라는 말을 생각한다. 너의 앞날에 영광이 있을 것이다. 아빠가. <춘성 정기상 님은 전북 완주 가천초등학교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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