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자> 일본여행을 다녀와서-2회



일본에서의 두 번째 아침은 상쾌했다. 넓은 창문으론 아름다운 항구가 보이고 한국보다 해가 삼십분 가량 빨리 떠서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6시 10분. 이른 기상이지만 여행을 즐기려면 피곤함이 무슨 소용인가! 기분 좋게 샤워도 하고, 같은 방을 쓴 수빈이(사촌동생)를 깨운다. 깨우면 바로바로 일어나는 수빈이가 기특할 따름이다.
역시나 아침은 호텔 2층에 마련된 뷔페에서 해결했다. 이곳 뷔페 음식과 친하지 않은 수빈이는 투덜거리며 그나마 입에 맞는 우동과 카레를 쟁반에 담아온다.
배불리 아침을 먹고 서둘러 다시 호텔방에 올라갔다.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은 다른 호텔에서 머물 예정이다. 때문에 관광버스에 오를 때 짐을 다 챙겨가야 했다. 웬일인지 올 때보다 더 빵빵해진 가방. 그 가방 안에 호텔에서 제공된 일회용 생활용품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는다. 나에게도 주부기질이 있나보다.^^;



다시 봐도 신기한, 운전대가 오른쪽에 달린 버스에 같이 이동하는 사람들이 모두 오르자 신나게 출바알. 가이드는 다시 일본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기사를 쓰기 위해서, 여행 왔다고 해서 구경만 해서는 큰일 날일. 많은 것을 알아가려면 무조건 듣고 적어야 된다. 어제까지 나름 충실하게 들었던 가이드의 설명이 왠지 오늘은 나의 신경을 건드린다. 오늘은 가이드 분께 죄송하지만 이어폰으로 귀를 채워본다.



노래를 들으며 정신없이 잤다. 얼마나 됐을까? 벌써 첫 목적지에 도착했다. 오늘 코스는 일본 유적지를 관광하는 것이다. 처음 방문한 곳은 ‘오사카 성’.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성이다. 최근에 다시 복원된 것인데 외부는 전과 똑같이 지었지만 내부는 박물관으로 만들었단다.
박물관에 들어갔다. ‘적을 알아야 나를 안다’고 역사공부도 할 겸 열심히 배워가려했다. 하지만 아차, 여긴 일본이지…. 모든 설명이 일본어로 돼있다. 그래도 친절한 가이드 덕분에 쉽고 재미있게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 오사카 성



약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져서 근처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사진을 찍었다. 햇살이 따뜻했다. 공원처럼 꾸며놔서 많은 사람들이 운동도 할 겸, 산책도 할 겸 돌아다니는 모습들이다. 한국에선 보기 힘든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자유시간이 끝나고 차에 올랐다. 다음 목적지로 출발! 잠깐 일본 면세점에 들렀다가 ‘동대사’로 향했다. 이곳은 사슴공원도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사슴들이 풀어진 채 돌아다니고 사람들과도 익숙한 듯 아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가이드가 주의사항을 알려줬다. 사슴이 워낙 순한 동물이긴 하지만 웬만하면 수컷보다는 암컷 위주로 만지라고 말이다. 또 먹이를 사서 줄 수도 있는데 사슴이 몰릴 경우가 있단다. 갖고 있는 종이도 먹어치우니 조심해야 한단다. 아참, 사슴의 배설물을 밟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것도 물론. ^^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신나게 사슴들을 만나러 다녔다. 주로 아기사슴이 대상이었는데 사람들의 손을 많이 타서 그런지 익숙하게 대응했다.



사슴들이 있는 곳을 지나 동대사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에 향을 피우는 곳이 있었는데 향의 연기로 악한 기운을 없애준다고 했다. 수빈이와 함께 욕심을 부려 세 개씩을 피워본다. 그런데 연기는 미인을 따라온다고^^ 모든 연기가 나에게로 쏠렸다. 덕분에 악한 기운이 ‘눈물 나게’ 날아간 것 같았다.



동대사 내부에는 큰 불상이 있었다. 대부분 일본 절에선 절을 먼저 지은 뒤 불상을 집어넣는데, 이곳은 불상을 먼저 들여놓은 다음에야 절을 지었다고 한다. 불상이 너무 크기 때문.
한쪽에선 기둥 밑 작은 구멍으로 아이들이 들락날락하며 놀고 있었다. 알고 보니 ‘부처님 콧구멍’이라고 부르는데, 이곳을 통과하면 앞날이 창창해진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주 이용객들은 아이들였다. 우리도 통과해 보라고 했지만 이미 머리가 클대로 커진 우리는 부끄러워서 단칼에 거절했다.



절에서 나오자 한 쪽에 쪽지들이 잔뜩 묶여져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텔레비전에서 많이 봤던 것이다. 이것은 행운의 쪽지라고 하는데 운세를 보는 것이다. 많은 쪽지 중 마음에 드는 쪽지를 풀어서 보고 다시 제자리에 묶어놓는 것이다.
나도 빠질 수 없지. 음…한자로 써 있는 것 중 눈에 띄는 ‘대길(大吉)’을 뽑아들었다. 밑에 영어로는 ‘Best Luck’이라고 쓰여 있었다. 아싸∼대길이다. 하지만 안의 내용에 영어와 한자로 설명된 자세한 내용들을 해석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정확한 해설을 위해 죄송하지만(?) 쪽지를 챙겨왔다. 귀국한 뒤 집에서 아빠의 도움으로 해석을 해보니 정말 좋은 말들만 잔뜩 담겨 있는 게 아닌가.^^



어쨌든 한참을 돌아다니다보니 출출해졌다. 밥을 먹으러 출발! 식당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메뉴는 일정식. 밥, 국, 고기, 튀김, 계란찜 등이 개개인의 쟁반에 놓여져 나왔다.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가운데에 놓고 같이 먹는 문화가 아니라 개인접시에 따로 담아서 먹는다. 오랜만에 먹는 밥이어서 그런지 무척 포만감을 느낄만큼 맛있었다.
이제 마지막 코스, 청수사다. 차에서 내려 좀 걸어 올라가야 했다. 휴일이어서 그런지 사람이 많았다. 좁은 길은 올라가는 사람과 내려가는 사람으로 가득했다. 길 양쪽엔 수많은 상점들이 줄을 지어 서있었다. 흡사 우리나라 종로의 인사동을 떠올리게 했다.



이곳 청수사는 사랑을 이어주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그런지 연인끼리 온 이들이 굉장히 많았다. 일본은 절과 관련된 문화가 많은데, 아기를 낳으면 아기가 잘 자라게 해달라고, 결혼을 하면 잘 살게 해달라고 가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 조성된 절들이 있다고 한다.
물론 그렇다고 일본인들이 절만 가는 것은 아니란다. 교회도 다니는 등 다신교 신자가 많다고 했다.



청수사를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 전에 먹었던 맛을 잊을 수 없어 또 크레페를 사먹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버스에 올라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낼 호텔로 향했다.
이곳 호텔도 나쁘지 않았다. 전날까지 묵었던 호텔보단 못했지만 아늑하니 나름 괜찮았다. 저녁은 역시나 호텔 2층에 마련된 뷔페에서 먹었다. 저녁이어서 그런지 초밥과 함께 스테이크도 나와서 이곳에 온 이후 거의 식사를 못하던 수빈이(고기류를 좋아함^^)도 이날만큼은 아주 배불리 먹었다. 많이 돌아다녀서 그런지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아침도 뷔페로 해결했다. 이날은 근처 아울렛에서 쇼핑을 하기로 했다. 기념품을 사기위해 발이 닳도록 돌아다녔다. 내가 좋아하는 액세서리도 사고, 예쁜 가게들도 구경했다.
아참, 점심으로는 내가 그렇게 원했던 라멘을 먹을 수 있었다. 돼지뼈를 진하게 우려낸 국물에 별다른 고명 없이 돼지고기와 곁들여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잊지 못할 맛이다. 먹는 동안 내내 ‘이 라멘가게가 우리 동네에도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쇼핑도 마치고 짐을 챙겨 일본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했다.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칸사이 공항에서 비행기를 탔다. 작은 비행기라서 그런지 기류가 불안정해서 심하게 흔들렸다. 갈 때 탔던 비행기와는 달리 영화 보는 장치도 없어서 오는 내내 불안했다.




한국에 도착. 역시나 너무 추웠다. 게다가 비까지 와서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그래도 한국 사람들을 보니 우리 동네에 온 것 같은 반가움이 느껴졌다.
이번 첫 해외여행은 정말 즐거웠다. 알차게 잘 다녀온 것 같다. 아마 다시 일본에 가고 싶냐고 물어보면 나는 당연히 “네!”라고 대답할 것이다. 다음엔 패키지가 아닌 배낭여행으로 말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크나큰 어려움에 처한 일본인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부디 힘들 내시고, 하루 빨리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오길 빌어본다.  정다은 기자 panda1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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