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멋진추락
<신간> 멋진추락
  • 승인 2011.03.2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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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하진/ 옮긴이 왕은철/ 시공사

적어도 스무 번 이상을 고쳐 쓴다는 하 진의 단순하면서도 절제된 문장 속에는 인생사의 유머, 해학, 풍자, 페이소스가 모두 담겨 있는데, 그의 최신 단편집 ‘멋진 추락’에서도 작가의 이러한 장기가 유감없이 드러난다.
특히 이번 단편집은 문화혁명, 톈안먼 사건 등 중국의 격동하는 현대사를 주제로 했던 기존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행복과 눈물, 삶에 스민 무게를 담아낸다. 결코 억압할 수 없는 ‘인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리얼리즘 문학’의 진경을 펼쳐 보이는 것이다. 이 작품은 중국계 이민자들의 고단한 삶을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코믹하게 보여주는데, 그들의 삶은 이상적인 것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어떤 사람은 몸을 팔고, 어떤 사람은 계약 결혼과 같은 일탈을 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착취를 당하고, 또 어떤 사람은 고부간의 갈등으로 고민한다. 그들은 미래에 대한 장밋빛 희망에 부푼 삶이 아니라 언어소통의 문제, 금전적인 문제, 세대 간 문화적 차이, 고국에 있는 가족들과의 문제 등으로 힘겨운 삶을 이어간다. 중국을 떠나 남의 나라에 살고 있어도 심리적·물질적으로 여전히 중국에 얽매여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들의 삶을, 작가는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응시한다. 
인생의 고난과 이민자들의 애환, 폭력적일 만큼 개인을 옭죄는 여러 ‘관계’ 등을 그리고 있지만, 하 진의 소설은 결코 무겁거나 심각하지 않다. 이번 단편집에서도 하 진 특유의 ‘웃음’ 코드는 여전히 살아 있다. 또한 작가 스스로 “러시아 고전작품으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한 것과 같이, 그의 작품에서는 체호프와 고골의 소설에서 만날 수 있는 넉넉한 고전의 품격을 느낄 수 있다. 단순한 문장에 인생의 심오한 성찰을 담은, 그야말로 문학 원론에 충실한 단편소설의 진수를 보여주는 걸작들이다.
376면/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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